한국 시간으로 10월 18일, 리그 오브 레전드 2024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의 8강 두번째 경기에서 글로벌 파워 랭킹 2위, 3위를 기록한 최유력 우승후보인 한화생명 이스포츠(HLE)와 빌리빌리 게이밍 드림스마트(BLG)가 만나게 됐다.
스위스 스테이지 단계에서 양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HLE는 놀라운 기초체급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상대팀을 손쉽게 제압하는데 성공한 반면 BLG는 2패를 적립하며 탈락 위기까지 몰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BLG에서 주전 정글러를 웨이(옌양웨이)에서 쉰(펑리쉰)으로 교체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고 경기력을 상당부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계자는 셧아웃 스코어를 예상하기보다는 3:1 내지는 3:2로 HLE의 약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 한화생명 이스포츠 vs 빌리빌리 게이밍 드림스마트
- 1세트
BLG 측에서 요네와 오로라를 빠르게 잘라내자 HLE는 아칼리와 함께 제카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사일러스를 선픽으로 꺼내드는 과감한 수를 둔다. 대부분의 암살자와 컨트롤 메이지를 상대로 초반을 잘 넘기면 경쟁력이 있었고 상대측에서 고밸류 궁극기 조합을 쓰는 것을 사전 차단할 수 있긴 하나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사일러스를 뽑은 대가로 초반 주도권은 완벽하게 BLG에게 있었다. 첫 유충 3마리는 BLG 측이 무상으로 가져갔고 두번째 유충 3마리에서도 아리-바이를 잡은 나이트(줘딩)과 쉰이 대치 중이던 바이퍼(박도현)의 이즈리얼을 찍고 들어가면서 교전이 열렸다.
그 와중에 피넛(한왕호)의 뽀삐가 시의적절하게 굳건한 태세를 써서 재진입을 차단하고 밀어내며 바이퍼가 생존하고 4:0의 킬교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일러스가 3킬을 몰아먹으면서 HLE에서 사이드 라인 운영 측면에서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게 된다.
제카(김건우)는 드래곤 스택을 잘 쌓아놓은 것을 근거로 집요하게 바텀 라인을 파면서 드래곤이 생성될때마다 BLG가 교전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BLG의 장기인 강력한 상체를 이용한 돌려깎기 운영이 막히게 됐다.
결국 HLE가 바다 드래곤의 영혼을 걸고 벌어진 교전에서 대승하고 내셔 남작까지 차지하며 오히려 BLG를 상대로 돌려깎기 운영에 들어갔고, 이후 재생성된 내셔 남작을 두고 심리전을 걸다가 그대로 교전을 걸어 1세트를 가뿐하게 승리한다.
- 2세트
1세트에서 돌진 조합에 대해 뽀삐와 사일러스가 효과적인 억제책이 된 것을 의식하여 BLG가 이 둘을 먼저 잘라내는 선택을 하며 요네와 세주아니를 가져왔고, 몸이 앞으로 쏠리는 BLG를 응징하기 위해 HLE가 피넛에게 스카너를 쥐여준다.
BLG가 잭스를 오히려 먼저 잘라내면서 HLE가 사이드에서 공격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기 위해 나르를 골랐고 초반부터 라인 스왑을 걸어 럼블을 탑에서 다이브 킬 내려는 설계를 한다.
그러나 빈(천쩌빈)은 노련하게 다이브를 받아내는 것은 물론 하마터면 피넛을 데려갈뻔한 슈퍼 플레이로 HLE가 오히려 스펠 교환에서 손해를 봤고, 도란(최현준)의 나르는 상대 바텀 듀오를 상대로 제대로 파밍을 하지 못하고 빈과 얼굴을 맞댄 상황에서 딜교환을 하다가 강화 작살을 맞은 상황에서 거리 조절과 스킬샷 미스로 인해 솔로킬을 허용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그나마 제카의 아리가 빈을 잡아내며 급한 불을 껐지만 이 과정에서도 빈이 거세게 저항하며 아리가 점멸을 소모해야만 했고, 뒤이어 올라온 BLG의 본대에게 제카마저 잡히며 BLG가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한다.
미드에서 1차 포탑을 수성하던 엘크(자오자하오)의 자야를 바이퍼가 사냥본능으로 암살해내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퇴로가 막혀버린 탓에 적측 본진에 갇혀 있다가 부활한 빈이 이를 잡아냈고 양 팀의 글로벌 골드 격차가 6천까지 벌어졌다.
그나마 세번째 드래곤 교전에서 바이퍼가 또 다시 크랙플레이로 자야를 암살하고 판을 완전히 뒤엎으면서 불리한 상황에서 4:2 교환이 나오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후 HLE가 드래곤을 취하고 귀환하여 재정비를 하는 틈에 BLG의 상체 전원이 순간이동을 동원하여 내셔 남작을 버스트하는데 성공한다.
결국, 26분경 운영에서 불리해진 HLE가 조급하게 싸움을 걸었다가 4:1 교환이 나오며 대패했고 그대로 2세트를 내주고 만다.
- 3세트
HLE가 빈의 캐리력을 억제하면서 상대 측의 다이브 플레이에 대한 카운터 펀치로 도란에게 잭스를 쥐여주고 녹턴과 아리로 선공권을 중시하는 돌진 조합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러나 BLG는 오공을 기용하고 분신술을 타고 들어가서 2차 진입과 후퇴가 자유로운 라칸까지 끼워 넣으며 템포를 늦추는 대신 밸류가 매우 높은 한타 조합을 만들었고 결국 HLE는 너프의 영향으로 인해 채용률이 매우 떨어진 상태지만 오공-라칸 조합에 대응하기 위해 기동전 특화 원거리 딜러인 제리를 꺼내들게 된다.
양 팀 모두 라인 스왑을 걸었기에 사실상 정상 라인전 구도가 됐고 교전 사거리와 카이팅 능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엘크와 온(러원쥔)이 라인전을 압도하자 HLE가 먼저 피넛의 녹턴을 불러온다.
하지만 온이 소환사 주문 회복만을 사용하여 별다른 손실 없이 생환했고 카운터 갱킹으로 불러온 쉰이 먼저 교전을 열었던 딜라이트(유환중)를 물어버리면서 HLE 3인방은 점화와 점멸이 빠지는 스펠 손해와 함께 체력을 거의 다 소진하여 귀환하는 처지가 됐다.
제카가 나이트의 사일러스를 상대로 라인전 페이즈에서 약우세를 기록하고는 있었고 이를 탑에 불러들여 녹턴의 첫 피해망상과 함께 돌진하여 상대 바텀 듀오를 잡아내긴 했지만 유충 4마리와 전령을 먹었음에도 글로벌 골드가 큰 차이가 없었고 결국 HLE는 미드를 부수는 대신 사이드 운영을 위해 바텀 1차 포탑에 전령을 푸는 선택을 한다.
여기서 BLG는 초장거리에서 엘크가 발사한 마법의 수정화살을 적중시키는 동시에 쉰과 나이트를 투입하여 싸움을 열었고 딜라이트의 렐을 내준 HLE가 녹턴의 피해망상을 시작으로 반격을 노린다.
그런데 적절하게 도착한 온이 포커싱을 흐려놓으며 싸움이 장기화되고 빈이 분노 관리를 어느정도 한 상태에서 순간이동으로 도착하며 빠르게 메가 나르로 변신, HLE의 진영을 완전히 망가뜨리며 4:2 교환으로 대승을 거둔다.
이 한타로 3천 이상의 글로벌 골드를 벌어온 BLG의 앞라인이 충분한 탱킹 아이템을 갖추며 오공과 라칸이 막무가내로 이니시에이팅을 걸어도 HLE에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었고, 나이트의 사일러스 또한 노골적으로 아리의 혼령질주를 강탈할 수 있는 타이밍에만 싸움을 거는 스마트한 플레이로 HLE를 흔들었다.
HLE가 35분까지 이를 악물고 버티긴 했으나 4번째 드래곤 교전을 앞두고 시야를 확보하러 나선 피넛이 물리면서 불리하게 교전이 열렸고 클린 에이스가 나며 BLG가 넥서스를 파괴, 2:1을 기록한다.
- 4세트
HLE가 사일러스를 빼앗아오긴 했지만 빈에게 잭스를 내주면서 전반적으로 팔이 짧은 조합을 먼저 구성하여 쉰의 필살기로 꼽히는 킨드레드가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BLG는 3세트와 마찬가지로 라칸이 1선으로 진입하면 갈리오가 덮어주는 식으로 교전 개시 능력이 매우 뛰어난 조합을 완성했다.
반면 HLE는 BLG의 돌진 조합에 내성이 있는 이즈리얼, 자야가 잘리고 은신으로 포커싱을 흐릴 수 있는 카이사도 빼앗기자 미스 포춘으로 선회하게 된다.
4세트에서는 이전까지와 달리 HLE가 확실하게 초반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한다. 빈의 잭스가 바텀 1차 포탑을 끼고 4인 다이브 구도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좋은 스킬 활용을 보여주긴 했으나 기적적으로 HLE의 인원 중 아무도 죽지 않았고 BLG의 조합 구성이 초반 라인전 페이즈에서 강한 챔피언은 없어 HLE가 우세 내지는 약우세 정도로 게임을 풀어나갔다.
사고는 21분 드래곤 교전에서 발생했다. 엘크와 온이 분노 조절을 하고 있던 도란에게 지속적으로 견제구를 던지면서 원치 않은 타이밍에 메가 나르가 빠지는 상황이 나왔고 3번째 드래곤 스택을 주기 직전이라 HLE측에서도 과감하게 먼저 교전을 열어 드래곤을 스틸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빈과 온이 쌍권총 난사를 시전하던 바이퍼를 물어버리면서 엘크가 후진입으로 미스 포춘을 터뜨렸고 피넛의 수호자의 심판 또한 허공을 가르면서 수적 열세로 대패, HLE가 초반 라인전에서 벌어놓은 이득을 전부 까먹는 결과가 나왔다.
HLE가 25분 시점에서 라인을 밀어놓고 과감하게 내셔 남작을 두들기며 BLG를 불러 한타를 강제했고 여기서는 바이퍼가 안정적으로 뒷포지션을 잡아 먼저 진입한 나이트를 포커싱하여 끊어내는 동시에 뽀삐의 궁극기가 쉰을 날려보내며 한타를 대승,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지만 뒤이어 벌어진 드래곤 교전에서 빈과 온이 다시 한번 집요하게 미스 포춘을 물고 늘어지며 바이퍼를 터뜨렸다.
퇴각하던 과정에서 제카가 BLG측 상대 3인방을 상대로 장판파를 시전하며 필사적으로 1차 포탑을 수성했고 추적자의 팔목보호대까지 사용하며 버텼지만 결국 사망하며 킨드레드의 표식이 되고 만다.
HLE가 라인전 페이즈에서 최대한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 킨드레드의 표식 중첩이 쌓일 수 있는 몬스터를 우선 제거하고 최대한 킬을 안주는 플레이를 고수했지만 이를 분기점으로 킨드레드의 캐리력이 급상승했고 34분 드래곤 교전을 패배하며 내셔 남작까지 섭취한 BLG가 HLE의 본진으로 진격, 3:1 스코어로 승리하며 LPL이 녹아웃 스테이지 상단 브라켓을 점령, 중국은 최소 월즈 준우승을 확보하게 됐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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