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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챔 '요네' 롤드컵 무대에서 쌍포 메타를 반갈죽하다

작성일 : 2024.10.07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월즈)가 시작되기 이전, 라이엇 게임즈는 14.18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미드에 원거리 딜러가 서는 '쌍포 메타'를 견제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서머 시즌 내내 LCK를 포함한 대부분의 메이저 리그에서는 쌍포 조합의 사용 가능 여부와 그 숙련도가 최종 팀 성적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시청자들이 비슷한 구도의 경기를 보는 것에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AP 메이지/암살자 챔피언의 체급과 아이템을 상향하고 일부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재조정하여 미드에 원거리 딜러가 서는 쌍포 메타를 견제하려고 했지만 의외로 이 메타를 끝장낸 것은 단 한명의 챔피언 '요네'였다.
 

 

1코어 아이템이 나오고 증강까지 완료되면 E스킬 한방에 상대 견제와 라인 클리어를 할 수 있는
스탠딩 메이지의 대표주자 '빅토르' 
 
이전까지 미드에 주로 서던 메이지 챔피언들은 빠르면 1코어, 늦어도 2코어 아이템 시점에서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마나 소모량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고위력의 광역기 한두번으로 깔끔하게 라인을 지우고 어지간한 원거리 딜러보다 먼 교전사거리에서 위협할 수 있는 '팔이 길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14.10 버전에서 원거리 딜러들의 체급과 아이템 밸류를 올려주는 패치의 영향으로 인해 비슷하게 메이지처럼 1코어 타이밍에 '스태틱의 단검'을 뽑아오면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도 손쉽게 라인 클리어를 수행할 수 있고 자체 전투력도 크게 올라간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며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원거리 딜러는 후반에 캐리롤을 수행하기에 포지션명을 'AD CARRY'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미드에 원거리 딜러를 세우니 초중후반이 모두 강한 괴악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서머 시즌 기준, 기량은 거의 동등한 국내 최정상급 미드의 매치업임에도 메이지 vs 원딜 구도는 이 모양이다
CS는 한 웨이브 이상 차이 나는데 밀려나서 집탐을 잡아야 한다
 
미드 라인에 서는 원딜들은 다음과 같은 기본 메커니즘을 통해 대 메이지 라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1. 저레벨 단계에서 격렬하게 평타와 스킬을 동원한 딜교환을 한다.
2. 메이지는 특수한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원거리 딜러보다 평타 사거리가 짧거나 판정, 속도에서 밀린다.
3. 스킬은 평타와 달리 쿨타임과 마나를 소비하기에 저레벨에서 딜교환을 하면 반드시 메이지 챔피언이 손해를 본다.
4. 원딜은 평타로 유유히 미니언을 쳐서 흡혈하며 몸에 생기를 돌게 한 다음 메이지 챔피언이 CS에 손대려면 견제한다.
5. 메이지들은 딜교환에 마나를 써서 CS를 놓치느니, 미니언을 먹는 것에 마나를 태우는 상황이 강제된다.
6. 마나가 동난 메이지 챔피언들은 교전 지속력의 문제로 인해 집을 가야 한다. 
 
대부분의 메이지는 라인전 페이즈에서 극심한 마나 소모량을 어느정도 커버할 수 있는 '사라진 양피지'를 뽑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데 상기한 바와 같이 미드에 서는 원딜들의 패턴 플레이는 이를 철저히 봉쇄하고 자주 집에 보내면서 코어 아이템이 나오는 순서가 밀리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당연히 아이템 격차가 나니까 공허 유충, 협곡의 전령, 드래곤과 같은 초반 오브젝트 영향력에서 두말할 필요 없이 미드 원딜들이 메이지들을 가볍게 찍어 누를 수 있었고 나아가서는 협곡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쌍포 메타의 실체였던 것이다.
 

월즈 기준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요네 빌드
철저하게 자생력과 유지력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8분 전후로 광전사-흡낫이 뜨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그리고 요네의 특이점은 여기서 찾아온다. 룬 세팅에서 기민한 발놀림-생명 흡수-재생의 바람-과잉 성장을 깔고 도란 방패로 게임을 시작한 뒤 어떻게든 첫 귀환에 광전사의 군화, 두번째 귀환에 흡혈의 낫을 뽑아오기만 하면 좀비 같은 자생력으로 미드 원딜들의 세트 패턴을 봉쇄하고 끝나지 않는 요네의 전성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1. 대부분의 기술이 이동기를 겸하고 있어 기발한 발놀림의 회복 효과를 자주 사용할 수 있다.
2. 공격속도에 따라 스킬 시전 속도가 빨라지고 쿨타임이 줄어들어 광전사의 군화만 나와도 파워 커브가 급상승한다
3. 재생의 바람-도란의 방패로 적에게 맞았을 때 회복력이 올라가며 쉴드가 있는 영혼 가르기(W)로 피해를 상쇄한다
4. 흡혈의 낫이 뜬 시점부터 30초마다 도착하는 미니언에 맞춰 22초 쿨타임의 영혼해방(E) 상태로 웨이브를 청소한다
5. 생명 흡수-과잉 성장 룬의 효과에 따라 웨이브가 지워지면 고스란히 체력으로 환산된다
6. 모든 스킬이 자원 소모가 필요 없는 노코스트다
 
심지어 상대 정글과 서포터가 합심하여 덮쳐도 선입력만 해두면 기절한 상태로 돌진해버리는 소위 말하는 '개초딩 판정'의 궁극기 운명봉인(R) 때문에 응징하기도 어렵다.
 
당연히 너프 폭격을 맞은 코르키와 트리스타나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고, 강력한 대인전과 카이팅 능력으로 대부분의 근접 딜러를 잡아먹는데 특화된 루시안도 필승을 장담하지 못한다.
 
그나마 극후반 밸류가 더 높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스몰더조차도 성장 과정에서 본대나 본인이 부러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카(김건우)가 스몰더를 골라 캡스(라스무스 뷘터)의 요네를 상대하여 승리한 경기를 제외하면 전부 요네의 승리로 끝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스위스 스테이지를 기준으로 현재까지 관측된 요네의 승률은 엽기적인 수준이다
 
실제로 스몰더가 승리한 해당 경기도 한화생명 이스포츠 정도 되는 높은 기초 체급을 가진 팀이니까 스몰더의 왕귀 타이밍까지 버티기가 가능했을 뿐,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스몰더가 초강력 화염 숨결의 처형 효과가 생기는 225스택을 채우는 약 25분 전에 승부의 향방이 갈리고 이를 뒤집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손을 타는 챔피언이라는 약점은 프로 단계, 그것도 월즈 레벨에서는 무의미하다 보니 요네를 밴하지 않는 이상 미드에 원거리 딜러가 설 자리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요네가 맹활약하면서 라이엇의 의도와 달리 AP 스탠딩 메이지도 섣불리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라 볼 수 있다.
 
안그래도 신드라는 기동형 암살자나 브루저의 한끼 식사로 유명한데 가장 밴율이 높은 오리아나도 요네와의 매치업은 패배했으며, 유지력 관련 패시브를 보유한 데다가 우수한 평타 속도와 판정을 가진 아리도 요네를 뚫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착취-마나순환 팔찌로 체력과 마나를 펌핑하고 리안드리-악의 기반의 지속전 빌드를 택하고 있을 지경이다.
 

암살자 카테고리에 속하는 아리가 견제/버스트딜 관련 룬을 포기할 정도로
요네의 체급과 유지력이 답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장면
 
강력한 군중제어기(CC)를 동반한 스탠딩 메이지가 대규모 교전 단계에서 효과적으로 요네의 힘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정작 라인전이나 대치전에서는 '한번 찔러 보고 아님 말고' 식으로 수를 던질 수 있는 요네가 유리하며 수틀리면 사이드 운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니 사실상 미드에서 모든 길은 요네로 통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때문에 버전이 14.18로 고정되는 이번 월드 대회 환경에서 당분간 미드의 답은 단 하나의 심플한 OX퀴즈일 것으로 보인다. 요네를 고르거나 혹은 밴하거나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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