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 '호연'이 2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호연은 블레이드앤소울 IP(지적재산권) 1편보다 과거를 다루는 세계관과 MMORPG임에도 리더와 팀원을 선택해 캐릭터를 선택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또, 필드 PVP가 없는데다 모든 보스에 특정 플레이어가 선점하는 개념이 없어 경쟁 요소가 적은 MMORPG이기도 하다.
엔씨가 이미지 쇄신을 표명하고 등장한 4번 째 게임. 호연은 어떤 게임일까?
◆ 캐릭터는 뽑기로, 게임 방식은 MMORPG로
호연의 게임 흐름은 일반적인 스토리형 MMORPG 흐름을 따르고 있다. 호연문의 습격으로 유일한 생존자가 된 '유설'이 가문의 부흥과 멸문의 원수인 '이천서'에게 복수하기 위한 여정을 담은 메인 스토리가 에픽 퀘스트로 진행된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자신을 함께할 동료를 모으고 가문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해금시킬 수 있다.
여기에 일반 퀘스트나 이벤트 보스 등을 통해 다양한 재화를 획득해 캐릭터들을 성장시키고 더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호연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흐름이다. 여타 스토리형 MMORPG의 흐름과 흡사하다.
게이머는 자신의 스펙과 캐릭터 성장 상황에 따라 에픽 퀘스트를 따라가며 스토리를 즐길 것인지 잠시 멈추고 주위를 돌며 이런저런 미션을 클리어하며 캐릭터 성장에 매진할건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게임 전반에 게이머간 경쟁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거의 없어 오롯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스토리 뼈대는 복수와 재건이지만 초반 스토리는 꽤 유쾌한 편
호연의 최대 특징은 캐릭터에 있다. 보통 MMORPG는 자신이 조작할 캐릭터의 직업, 성별, 외형 등을 결정해 해당 캐릭터로만 플레이한다. 다른 직업을 플레이하고 싶다면 캐릭터를 새로 키우는게 일반적이다. 반면 호연은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최대 5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구성된다. 리더가 전투를 벌이고 나머지 4명이 스텟과 스킬을 보조해주는 독특한 구성이다.
팀원을 모으는 방식은 스토리상 주어지는 기본 캐릭터를 제외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뽑기'를 활용한다. 확률에 의해 등급과 특성이 다른 여러 팀원을 뽑을 수 있고, 이를 조합해 리더와 팀원을 고를 수 있다.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지만 아무때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바꿀 수 있다.
이는 강적을 만날 경우 그 특성을 이용해 전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들어 뇌속성 약점 적과 싸울때 일랑, 이오락같은 뇌속성 캐릭터를 활용하면 훨씬 쉽게 돌파 가능하다. 등장하는 적 역시 이런 것을 상정해 원거리에, 특정 속성에, 특정 스킬에 약점인 적이 다양하게 배치돼 있어 이를 돌파하는 재미를 부여한다. 물론... 이런게 귀찮은 게이머라면 그냥 스펙을 올려 밀어버리는 방식도 가능하긴 하다.
뽑기로 영웅을 모으고 조합으로 나만의 팀을 짜는게 게임의 메인 요소
뽑기 방식은 여타 비슷한 시스템이 있는 게임들과 거의 비슷하다. 특정 퀘스트를 진행하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하거나, 강적을 쓰러뜨리는 등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얻는 '영웅 모집패'를 통해 '영웅'이라 불리는 캐릭터를 뽑을 수 있다. 과금을 통해 영웅 모집패를 구입하거나, 신석이라 불리는 캐시 재화를 통해 뽑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영웅이 뽑힐 확률이 높아지는 픽업 뽑기나 일부 속성이 더 잘 등장하는 확률 업 뽑기 등 자신이 원하는 영웅이 뽑힐 확률이 높아지는 뽑기도 존재한다.
이렇게 모인 영웅을 활용해 자신이 조작할 리더와 리더를 보조하는 팀원을 구성할 수 있다.
영웅은 스토리 진행과 뽑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다
◆ 장점도 단점도 있지만 핵심은 모나지 않은 재미와 완성도
기자는 호연을 리뷰하기 위해 플레이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호연은 기본적으로 억지를 부리며 깍아내리지 않는 이상 굳이 이게 문제다!! 라고 말할 것이 없을 정도로 모나지 않은 만듦새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기자는 리뷰용 게임을 플레이할 기본적으로 그래픽의 우수성, 타격감을 비롯한 사운드 전반, 튕기거나 버벅거리는 등의 최적화, 각종 UI 배치 및 편의성 등 만듦새를 주로 살펴본다. 이 체크가 끝나면 비로소 게임이 가진 고유의 재미를 평가한다.
그런데 호연에 대해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만듦새부터 재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무난하다'라는 재미없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후술하겠지만 모든 분야가 100점만점에 50점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부분은 조금 더 뛰어났고, 어떤 부분은 조금 더 미흡했지만 그게 게임 전체의 인상을 뒤집을 정도로 뛰어나거나 부족하지 않다는 의미다.
재미없는 결론이지만 게임은 모나지 않은 무난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래픽 부문은 최근 나오는 게임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실사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적인 그래픽이나 카툰 렌더링을 극한까지 활용해 늘씬한 호남/미녀가 우글거리는 게임과 비교하면 역시 부족하다.
호연은 카툰 렌더링을 활용해 SD풍으로 데포르메(특정 부분을 왜곡, 변형하는 기법)된 캐릭터를 사용했는데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진 않았다. 대부분 캐릭터가 미형이고 나쁘다고 말할 수준으로 부족하진 않았지만 반대로 빼어나다고 말할만한 수준도 아니었다. 그리고 일부 캐릭터는 데포르메 수준이 과해 위화감있게 보이는 캐릭터도 있었다.
이는 게임 장르가 한 화면에 많은 캐릭터를 담아야 하는 MMORPG인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장르 특성상 마을이나 필드 보스 위치엔 많은 캐릭터가 한꺼번에 모여야 하니 이를 위해 캐릭터 퀄리티의 일부를 타협한 것으로 추정할 순 있다.
툭 터놓고 말해서 그래픽이 훌륭하진 않다
호연은 캐릭터의 퀄리티를 연출, 사운드 그리고 성우들의 열연으로 잡았다. 무협과 액션을 중시하는 호연은 다른 MMORPG 전투보다 과격한 동작이 많은 게임인데 시원시원한 움직임으로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액션에 꽤 많은 이펙트가 첨가됐지만 게임이 버벅거리는 등의 최적화 문제도 없었다. 그냥 쾌적히 즐길 수 있었다.
특히 타격감과 캐릭터 성우의 열연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맞고 때리는 공방에서의 사운드, 일부 적들이 사용하는 큰 기술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다 정확한 타이밍에 발동돼 이에 맞춘 전략적 전투도 훌륭했다. 특히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들의 열연과 게임 중간중간 등장하는 이벤트 영상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기자의 주관적 입장에선 처음 게임을 켰을 때 오는 비주얼 요소가 부족해 약간 실망이었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래픽 퀄리티에 서서히 눈에 익숙해지는데다 사운드, 성우, 연출이 보완해주고 있어 게임 자체의 재미에 집중할 수 있게됐다.
하지만 연출과 사운드, 특히 성우들의 연기는 수준급
게임의 재미 부문은 호불호의 영역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다시 강조하자면 호연은 수집형 RPG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방식과 블레이드앤소울 1편의 MMORPG 방식을 결합한 게임이다. 따라서 블레이드앤소울 식 스토리 MMO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캐릭터 육성 방식도 꽤 흥미로웠다. 캐릭터를 뽑아 나만의 영웅들을 육성해 언제든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다만 속성도, 공격 타입도, 주특기도, 스킬도, 특성도 제각각인 영웅들을 현재 사냥터에 맞춰 최적의 리더와 조합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초반엔 이런 것을 찾기보다 그냥 스펙으로 미는게 편하다보니 아직도 최적의 리더&팀원 조합을 짜는 법은 익숙치 않다. 그만큼 고민이 많이 필요한 게임이다.
그럼에도 결국 호연은 캐릭터에 방점이 찍힌 게임이다. 캐릭터를 모으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스토리 중간중간 등장하는 강적과 싸울 수 있게 세팅하는 것이 기본 중 기본. 나머지는 적의 패턴을 파악해 적당한 콘트롤을 가미해 쓰러뜨리며 점점 더 강한 적에게 향하는게 재미의 핵심이다.
몇몇 강적들이 있지만 아주 어렵진 않은 편
◆ 사실 제일 궁금할텐데? BM 부문
BM(비즈니스 모델)은 기자도 큰 과금을 한 것이 아니기에 조금 보수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음을 미리 알린다. 호연의 과금은 대체로 캐릭터 뽑기에 집중돼 있고 각 캐릭터는 일명 각성 시스템이 있어 여러 캐릭터를 중복으로 뽑았을 때 강해지는 구조라 각 잡고 짧은 시간에 강해지고 하는 게이머라면 상당히 높은 과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스토리 진행을 통해 얻는 '영웅 모집패'와 이벤트를 통해 얻는 각종 영웅들을 이용하면 과금러보다 속도면에서 떨어지지만 무과금으로도 게임을 즐기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게임조선은 총 4명의 기자가 호연을 10시간 남짓 플레이했는데 본 기자만 약 5만 원을 과금해 현재 8장을 클리어했고, 나머지 무과금 3인방은 각각 6~7장 사이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네 명 모두 일부 보스를 제외하고 크게 막히는 부분 없이 진행 중이다.
호연은 기본적으로 강제로 해야만(혹은 당해야만)하는 경쟁 요소가 없어 단시간에 캐릭터 성장을 유도하지 않는다. 따라서 진짜 꼭 지금 특정 캐릭터를 얻고 싶은 게이머가 아니라면 꼭 과금에 얶매일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다.
경쟁 요소가 적다 = 과금을 강제하지 않는다
뽑기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서브컬처로 대표되는 여타 뽑기 게임과 비슷하다. 10회 뽑기 기준 깡재화로 계산하면 약 3만 원정도가 소모된다. 대신 다양한 패키지와 특가 상품이 있어 소위 명함이라 불리는 1~2명의 캐릭터를 뽑는 것은 쉬운 편. 다만 계속 각성하기 위해 여러 명을 뽑고 싶다면 꽤 많은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단순 뽑기 외 영웅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다. 영웅 조각처럼 일정 수치 이상 모으면 영웅을 영입할 수 있는 '호감도 시스템', 특정 영웅을 높은 확률, 혹은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각종 모집권', 특정 횟수 이상 뽑기를 진행하면 확정 영웅을 제공하는 '천장 시스템' 등 뽑기 게임에 들어가는 편의 시스템은 모두 갖춰져 있다. 기간 한정 영웅이 아닌 이상 꾸준히 게임을 하면 언젠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참고로, 첫 한정 영웅으로 등장한 '련'의 천장은 80회로 다른 뽑기 게임과 비교하면 높다고 볼만한 수준은 아니다.
모든 뽑기엔 천장이 명시돼 있어 쉽게 보상을 예측할 수 있다
◆ 직접 해봐야 안다. 꽤 재미있다는 것을...
자 여기는 조금 더 깊고 진한 이야기를 해보자. 기자는 호연을 리뷰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했고 이와 거의 비슷한 시간을 각종 커뮤니티에서 여론을 파악하는데 사용했다. 그리고 호연은 출시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ㅇㅇㅇ미트볼'이니 '대호연'이나 '그렇게 두렵나'같은 다양한 밈이 돌아다니고 있다. 속된말로 까놓고 말하면 좋은 내용은 아니다.
이는 일일히 설명하진 않겠지만 엔씨가 가진 업보라는 점을 기자도 십분 이해한다. 다만 이런 여론에 떠밀려 덮어놓고 악의적인 면만 골라내 '이거봐라 이거 ㅋㅋㅋ'라는 식의 글이 많은 추천을 받고 있는 이 상황은 꽤나 안타깝다.
기자가 경험한 호연은 위에 서술한대로 명작은 아니지만 게임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요소와 재미를 충분히 갖춘 게임이다. 여기에 블레이드앤소울의 추억이 있는 게이머라면 조금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적어도 블레이드앤소울2보다 훨씬 큰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원조 블레이드앤소울을 안다면 나름 미소지을만한 부분
종합하자면 호연은 BM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엔씨가 기존에 가진 여론을 충분히 의식하고 만든 게임이다.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그만큼 여러 장점도 있어 이를 보완해준다. BM도 여타 게임의 좋은 점을 많이 적용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 게임의 재미도, 스토리의 볼륨도 합격점을 주긴 충분하다. 적어도 덮어놓고 욕 먹을만한 게임은 아니다.
한마디로 종합하면 호연은 적어도 이렇게 놀림받을 게임은 아니다... 결코 아니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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