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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총켓몬 '팰월드', 비주기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작성일 : 2024.02.26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팰월드의 흥행이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19일에 출시되어 일주일이 되는 25일에는 판매량 800만과 동시 접속자 200만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죠. 특히 동시 접속자 순위는 역대 동시 접속자 순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팰월드가 얼마나 많은 게이머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죠. 역대 동시 접속자 순위 1위인 배틀 그라운드에 비해 약 100만 명가량 부족하지만, 증가 속도는 배틀 그라운드보다 훨씬 빠른 수준입니다. 출시 2주 차에 접어든 1월의 마지막 주말 역시 최다 동시 접속자 210만 명, 2위 카운터 스트라이크 2와 2배 넘는 190만 명을 유지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팰월드가 이렇게 높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팰 디자인이 포켓몬과 비슷해서? 폰트나 효과음이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생물을 수집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와 유사해서? 아니면 이 모든 것을 섞었기 때문에? 이런 이유를 전혀 아니라고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린 어떤 게임이 기존 게임을 그대로 따라 해도 반드시 성공하는 법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똑같은 것으로 성공할 수 있다면 포켓몬스터를 거의 그대로 옮겼던 MMORPG '템템(Temtem)' 역시 포켓몬스터만큼이나 성공했어야 했죠. 하지만 템템의 동시 접속자는 최고 3.9만 수준에 그쳤고, 큰 화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총켓몬으로 불린 팰월드는 왜 성공했고, 포켓몬스터 그 자체였던 템템은 왜 성공하지 못했던 걸까요?

팰월드와 포켓몬스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팰과 포켓몬의 활용 방향입니다. 두 게임 모두 체력이 떨어진 생명체에게 공 모양의 도구를 던져 포획하고, 포획한 생명체를 이용해 다른 생명체와 다시 전투를 벌이는 큰 틀은 같습니다. 하지만, 팰월드에서 팰은 한 발 더 나아가 게이머가 들 수 있는 짐의 양을 늘려주고, 건물을 대신 지어주고, 등에 태우고 날아다니죠. 물론 포켓몬스터 역시 포켓몬과 함께 운동하는 포켓슬론이나 영화를 찍는 포켓우드 등 전투 외에도 포켓몬을 활용한 사례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미니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가지진 못했습니다. '동료와 함께하는 모험'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팰월드가 포켓몬스터보다 더 부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사실 포켓몬스터 팬들이 그동안 간절히 바란 시스템은 포켓몬에게 일을 시키는 거창한 수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포켓몬스터 하트골드·소울실버처럼 단순히 포켓몬 한 마리가 같이 따라다니기만 해도, 포켓몬스터 피카츄처럼 첫 동료 포켓몬이 따라다니기만 해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이 함께 따라다니는 요소는 2009년 포켓몬스터 하트골드·소울실버 출시 후 약 11년이 지난 포켓몬스터소드·실드의 익스팬션 패스 갑옷의 외딴섬에서 구현됐고, 같이 다니는 포켓몬에게 지시를 하고 함께 활동하는 것은 그다음 작품인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이 출시되서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같이 다니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라고 물으신다면 네, 그렇습니다. 포켓몬 트레이너들은 4방향에 대각선 걷기가 추가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열광했을 정도로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꼈던 게이머들이니까요. 나의 동료인 포켓몬을 편성창의 그림과 데이터가 아니라 함께 걷고 함께 싸우는 것, 그것이 포켓몬 트레이너들이 바라던 모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험이 구현됐죠. 바로 팰월드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팰인 도로롱부터 건물을 지을 때 옆에서 도와주고, 떨어진 재료들을 상자로 옮겨주며, 목장에서 양털을 뿜어냅니다. 함께 싸울 땐 용감하게 자신보다 더 큰 팰에게 돌진하고, 주인이 원하면 방패도 되어줍니다. 전투를 위한 도구나 데이터 쪼가리가 아니라 게이머와 함께하고, 배고플 땐 밥도 먹고, 알아서 일도 하는 살아있는 동료. 그렇기 때문에 포켓몬 트레이너들은 오랫동안 사랑해온 포켓몬들만큼 팰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막말로 팰과 함께라면 포켓몬스터의 악당인 로켓단의 두목 비주기처럼 다른 게이머를 습격하는 것조차 재밌게 느껴집니다.


함께 뚝딱뚝딱 건물을 짓고 아이템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캐릭터 수집과 서바이벌의 재료 수집 측면에서도 팰월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때론 귀엽고, 때론 멋있는 팰들이 100마리 이상 준비되어 있죠. 그리고 팰은 평야에는 도로롱과 꼬꼬닭, 숲에는 몽지와 초롱이, 밤에는 몽마둥이 등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팰을 잡았을 땐 팰뿐만 아니라 현실의 동물처럼 가죽이나 고기, 기름 등 부산물을 얻을 수 있죠. 물론 포획에 실패 후 팰을 죽였을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게이머는 좋은 팰을 잡으려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료를 얻게 되고, 필요한 재료를 얻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팰을 얻게 됩니다. 팰에게서 얻을 수 없는 재료를 따로 수집해 줘야하긴 하지만, 팰 수집과 재료 수집을 연결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재료 수집에 대한 동기를 더 자극한 것이죠.

캐릭터와 팰의 성장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팰은 각자 소지했을 때 게이머의 소지 중량을 늘려주거나 채집물 파괴 효율을 높여주고, 게이머의 공격에 맞춰 공격하거나 주위의 아이템을 수집하는 등 개성 넘치는 파트너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파트너 스킬의 경우 캐릭터의 레벨을 높여 습득하는 기술을 통해 해금하고, 펠 장비 제작대에서 제작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캐릭터의 레벨은 팰을 잡다보면 오르기 때문에 결국 팰을 잡으면 잡을수록 새로운 파트너 스킬과 기술을 맛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팰을 잡다 보면 팰의 장비가 해금되고, 또 새로운 장비가 해금되어서 더 강한 팰을 잡아 새로운 팰의 장비를 사용하는 순환이 게임을 끄지 못하고 계속 팰을 잡게 만듭니다.

그렇게 게이머는 팰을 수집하며 정말로 살아있는 생물체를 잡는 듯한 성취감과 매번 새로운 팰을 수집하는 신선함, 그리고 기술의 발전으로 캐릭터 성장의 재미를 동시에 맛보게 됩니다.


어디서 본 듯한 모습들이지만, 아무튼 생긴 것도, 특기도 모두 다른 팰이 100마리 이상 준비됐다


처음으로 보스의 등에 탔을 때 기분은 직접 해본 사람만 안다

서바이벌 게임을 할 때 더 이상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게이머마다, 또 게임마다 다르겠지만, 아마 게임이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혹한 생태계에 맨몸으로 떨어져 주변 환경을 이용해 나의 보금자리와 도구를 만들어 온갖 위협에서 살아남는 순간은 서바이벌 게임의 가장 큰 재미지만, 어느 정도 안정세에 들어가게 되면 아이템을 수집하고 생산하는 과정이 마치 현실의 노동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청소년들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는 섬을 탈출하며 끝나지만, 서바이벌 게임은 게이머가 게임을 끌 때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생존 과정뿐만 아니라 그 이후 이야기도 중요합니다.

팰월드는 서바이벌 게임의 지루함을 팰을 이용해 크게 줄였습니다. 게이머는 목재나 돌 같은 재료 채집, 그리고 소모품과 음식 같은 생산을 팰에게 맡기고 서바이벌 게임에서 가장 재밌는 생존과 모험에 집중할 수 있죠. 모험을 하면서 새로운 팰을 잡거나 재료를 얻으면 팰의 채집과 생산 효율이 더 늘어나니 더 강해져서 먼 곳까지 모험할 수 있죠. 그렇게 거점에서 집을 꾸미거나 생산 시설을 최적화 하고 있으면 팰이나 병사들이 쳐들어와 게이머의 성장을 시험하고, 거점 밖으로 나가면 수많은 팰과 새로운 재료, 각종 보스들이 게이머를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만약 이런 요소조차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나 러스트의 멀티처럼 온라인에서 다른 게이머와 전투를 벌이는 식으로 자신의 생존력을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지루할 틈 없이 끊임없이 모험이 이어지다 보니 게이머는 팰월드에서 떠날 수가 없습니다.


팰이 알아서 재료를 모으는 모습을 봤을 때, 다른 서바이벌 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희열을 느꼈다


성장하는 거점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 이것이 영지물...?

게임을 하면 할수록 팰월드의 콘텐츠 구조에 감탄하게 됩니다. 팰의 수집은 포켓몬스터에서, 기술의 발전과 생존은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를 비롯한 생존 게임에서, 온갖 유명한 게임의 재미 요소를 가져오고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켰죠. 팰의 수집과 육성, 기술의 발전, 새로운 아이템 수집 등 각각의 요소를 하나하나 따로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요소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요소도 함께 어느 정도 진행됩니다. 포켓몬의 진화나 심도 있는 배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수준 높은 물리 효과와 상호 작용,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의 수많은 무기와 방어구가 없지만, 수십 시간 동안 팰월드를 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팰월드의 흥행은 배틀 그라운드의 흥행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미 수많은 게임에서 선보인 배틀로얄 모드를 배틀 그라운드가 하나의 문법으로 정리해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팰월드 역시 캐릭터 수집과 서바이벌이라는 장르를 하나의 문법으로 정리한 것이죠. 표절 문제나 크래프토피아 방기 문제 등 그냥 둘 수 없는 문제들이 많긴 하지만, 적어도 캐릭터 수집과 서바이벌이라는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색다른 방법을 제시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팰월드의 성공이 새로운 장르의 탄생, 혹은 새로운 대작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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