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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최종 보스는 사실 여기에 있었다! 볼수록 매력적인 'P의 거짓'의 디테일

작성일 : 2023.10.22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네오위즈의 ARPG 'P의 거짓'은 카를로 콜로디의 동화 '피노키오'를 바탕으로 19세기 말 벨 에포크 시대 느낌의 이야기로 그려낸 게임입니다. 연금술로 발전한 도시 크라트 시가 광석병과 인형들의 폭주로 몰락하고, 주인공인 P가 자신의 창조주 제페토를 도와 도시의 참극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동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번영의 편린이 엿보이는 크라트 시, 독특한 인형 디자인 등 P의 거짓 만이 보여주는 분위기로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며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넘겼습니다.

많은 게이머가 주목하는 부분은 역시 디테일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원작 피노키오처럼 P 역시 거짓말의 횟수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보여줍니다. 또 소품이나 배경, 등장인물들의 대사에서 다양한 설정을 유추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일수록 P의 거짓 세계관에 빠져들게 되죠. 이런 요소들을 발견할 때마다 개발진들이 이 게임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담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조선통신사에선 P의 거짓의 재미를 한층 더 살려주는 게임 속 디테일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일부 요소는 스토리의 중요 내용을 담고 있으니 아직 엔딩을 보지 못하셨다면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거짓말을 할 수록 길어진다

P의 거짓의 주인공인 P는 피노키오의 주인공 피노키오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목각 인형 피노키오와 마찬가지로 P 역시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다양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크라트 시의 인형들은 위대한 약속에 묶여 거짓말을 할 수 없지만, P는 인형임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다. 얼굴에 드러나진 않지만, 사물에 비친 P의 얼굴 그림자를 보면 원작과 마찬가지로 길어진 코를 볼 수 있습니다. 외형적인 변화로는 귀를 덮는 정도였던 P의 머리가 점점 자라나 어깨에 닿을 정도가 되며, 구르거나 강한 공격처럼 큰 동작을 할 때 숨소리가 거칠게 변합니다. P가 거짓말을 할수록 인간에 가까워지는 것을 묘사한 것이죠.  

또 검은 토끼단 아지트에서 P를 닮은 소년의 초상화를 얻은 뒤엔 코 부분에 점차 막대기가 자라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을 계속해 인간성이 최대로 변하면 그 막대기를 '황금의 거짓말'이라는 무기로 사용할 수 있죠. 황금의 무기 설명엔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 '소년은 나무인형이 모험하는 동화를 좋아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어 원작 피노키오와 연결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 당나귀 광인은 사실 주인공의 선배?

체험판에서도 등장했던 당나귀 광인은 독특한 차림새로 많은 인기를 얻은 보스입니다. 초회차 플레이에는 대사가 이상한 글자로 표시되어 의미를 알 수 없는 인형 보스들과 다르게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보스인 만큼 당나귀 광인의 말은 처음부터 대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스토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초반부라서 대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당나귀 광인의 대사에서 눈여겨볼 P에 대한 것들입니다. 당나귀 광인은 전투할 때 "왜 자꾸 돌아오는 거냐, 저주받을 인형놈!"이나 "넌 꿈인가? 내 상상인가? 이제 그만 좀 나타나 줘..."라며 마치 P를 여러 번 본 듯한 대사를 합니다. 그리고 당나귀 광인이 사용한 무기인 '뼈를 끊는 톱'의 자루를 보면 '깨어난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보았던 광경이 중첩된다. 반복된다', '그 인형은… 꿈인가?'라는 설명이 쓰여있죠.

이후 스토리를 진행하고 소피아의 능력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당나귀 광인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의 영향으로 미쳐버린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인형인 P만이 소피아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죠. 또 메타적으로 바라본다면 당나귀 광인이 처한 상황이 현실이나 꿈이 아니라 게임 속 세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미쳐버렸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어느 쪽이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석이라 당나귀 광인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려줍니다.

■ P와 함께였던 그 보스

P가 마지막으로 상대하는 보스인 '이름 없는 인형'은 제페토가 자신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처음 만든 인형입니다. 그래서 피노키오와 마찬가지로 인공 심장을 가지고 있고, 소년 엔딩에선 P의 심장과 신의 팔을 이식해 제페토의 아들인 카를로가 되기도 합니다. 넓은 의미에선 제페토의 아들 중 하나이자 P의 형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름 없는 인형이 처음 등장했을 땐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처음부터 등장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게임 시작 시 P가 눈을 뜬 열차 내부를 살펴보면 제페토가 이름 없는 인형을 담아둔 상자가 놓여있으며, 스토리를 진행한 뒤 다시 열차로 되돌아오면 상자가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가 앉아있던 의자 뒤편을 살펴보면 제페토의 비밀 공방이 있고, 그곳에 인형 설계도가 놓여있어 P나 이름 없는 인형이 열차에 있었던 이유가 설명됩니다.

P는 당나귀 광인을 처치하고 제페토와 처음 만나게 됩니다. 이때 제페토는 마차에 타고 이동하는 중인데 사실 제페토 정도의 실력자가 굳이 본인이 직접 위험한 크라트 시를 마차로 가로질러 이동할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소체가 될 수 있는 이름 없는 인형을 운반하거나 회수하기 위해서 나섰다면 납득할 수 있죠. 어쩌면 P가 제페토와 처음 만났을 때 마차 안엔 이름 없는 인형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 소피아를 대하는 차이

열차에서 눈을 뜬 P는 크라트 시를 구해달라는 어떤 목소리에 이끌려 크라트 호텔까지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피아를 만나고, 다양한 조언을 듣게 됩니다. 게임 시스템으론 P의 레벨업을 담당하는 식으로 표현되죠. 제페토가 P를 만든 아버지라면 소피아는 원작의 요정처럼 P를 인도하고 크라트 시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어머니나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라트 호텔에서 처음 만나 P를 인도하는 소피아는 사실 환영입니다. 소피아 본인은 아르케 대수도원의 탑에 유폐되어 있으며, 시몬 마누스의 실험으로 인해 반신불수가 된 상황이죠. 고난을 뚫고 소피아와 만나면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신의 목숨을 거둬달라고 부탁합니다. 만약 소피아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P가 소피아에게서 에르고를 받아 갑니다. 이후 P의 부활 엔딩에선 P가 소피아에게 에르고를 되돌려줘 인형의 몸을 가진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소피아에게 에르고를 받는 장면과, P가 에르고를 주는 장면을 살펴보면 각각 다른 손을 사용합니다. 소피아에게 에르고를 받을 땐 인형의 손인 리전 암, 소피아에게 에르고를 줄 땐 인간의 손을 사용하죠. P에게 몸을 준 제페토처럼 인간은 생명을 주는 존재로 그려지며, 소피아에게 에르고를 주는 P는 그런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소피아의 말처럼 P가 광석병과 인형의 폭주로 황폐화된 크라트 시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희망이 된 사실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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