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레이서'는 1999년 출시된 캐주얼 레이싱 게임이다. 레고를 활용한 게임답게 게이머가 생각하는 자동차를 레고 블록을 이용해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고, 라이벌을 이기면 그들의 차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 더해지면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후 레고 레이서는 2001년 '레고 레이서 2'와 2002년 '드롭 레이서' 두 작품을 끝으로 후속작 출시가 그쳐 그대로 시리즈가 끝나는 듯 보였으나, 약 21년 만에 '레고 2K 드라이브'를 통해 다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레고 2K 드라이브는 새로 접하는 게이머에겐 자동차 조립의 신선함, 기존 팬에겐 추억을 다시 선사했다. 시리즈 전체의 가장 큰 특징인 자동차 조립은 수많은 블록과 독특한 외형으로 한층 더 강화됐으며, 레고 레이서 2에서 보여준 오픈 필드 형식의 스토리 구조와 다양한 미니 게임은 더 발전된 그래픽으로 돌아왔다.
게임은 레고 2K 드라이브 무대인 '브릭랜디아'에서 여러 지역을 누비며 레이스와 미니 게임, 퀘스트를 즐기는 '스토리'와 스토리 내 핵심 지역 4곳의 대회를 구현한 '컵 시리즈', 특정 레이스만 참가할 수 있는 '레이스', 디펜스나 장애물 경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미니게임'으로 구성됐다. 혼자서 게임을 즐긴다면 주로 스토리, 친구와 로컬로 함께 게임을 즐긴다면 나머지 방식을 플레이하게 된다.
스토리에선 시작 지역인 '터보 에이커스'부터 '빅 궁둥국', '탐광 협곡', '헌티드 버러' 등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 각 지역은 오픈 필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게이머가 직접 이곳저곳을 다니며 레이스와 미니 게임, 퀘스트 등 원하는 콘텐츠를 수행하면서 레이스 방식을 배우고 새로운 자동차를 해금하게 된다.
각 지역은 스토리를 진행하며 차례대로 열린다. 여러 콘텐츠를 즐기다 보면 게이머의 레벨이 상승하며, 각 지역의 라이벌에게 도전할 수 있다. 그렇게 한 지역의 모든 라이벌을 물리치면 다음 지역이 열리고, 새로운 지역의 새로운 콘텐츠가 해금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자동차와 블록이 해금되며, 수집과 조립의 재미는 한층 더 커진다.
레이스는 아이템을 사용해 적을 방해하거나 공간을 이동하고, 드리프트나 특정 행동으로 게이지를 모아 부스터를 사용해 적들을 추월하는 캐주얼 레이싱을 추구하고 있다. 도로 종류는 포장도로인 '스트릿'과 비포장 도로인 '오프로드', 그리고 물 위를 달리는 '수상' 3가지가 있으며, 레이스마다 등장하는 도로 비율이 다르다. 각 도로에 진입할 때마다 자동으로 레이스 전에 설정해둔 도로별 자동차로 변신해 다양한 레이스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템은 도로 위 물음표 상자를 습득 후 사용할 수 있다. 상대 자동차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유도 미사일과 속도를 늦추는 거미줄, 잠시 유령처럼 변하는 투명 아이템, 순식간에 먼 거리를 이동하는 워프 아이템 등 과거 레고 레이서 시리증에 등장했던 아이템들도 이번 게임에 다시 등장한다. 레고 레이서의 팬이라면 자동차 조립과 함께 추억을 진하게 느낄 부분. 다만, 레고 레이서와 달리 아이템을 무작위로 획득하기 때문에 같은 유형의 아이템을 여러개 모아 상위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레고 2K 드라이브 레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파괴를 장려한다는 것이다. 로켓으로 상대 자동차를 파괴하면 경험치와 재화를 얻고, 도로 위 기물을 파괴하면 체력과 부스트 게이지를 회복한다. 물론 코스를 완전히 벗어나 건물을 부술 수는 없지만, 다른 레이싱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모든 것을 다 때려 부수는 속 시원한 레이싱을 맛볼 수 있다.
게임의 핵심인 자동차 조립은 이 게임이 레고 레이서의 후속작임을 다시 한번 강하게 느낀 부분이었다. 많은 레이싱 게임이 도색과 데칼, 타이어 수준에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는 반면 레고 2K 드라이브에선 원한다면 핸들부터 펜더, 범퍼, 부스터까지 자유롭게 부착하고 도색해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라이벌에게 빼앗은 자동차도 조립과 도색이 가능해 좀 더 멋지고 예쁘게, 혹은 괴상하고 흉악하게 만들 수 있다.
외관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능력치까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견고함'으로 핸들링과 체력을 높여 오프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만들거나 '밟아'로 가속도와 체력을 높여 상대 자동차를 들이받으며 달리는 폭주 자동차도 만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구급차 사이렌을 울리는 보트나 덜덜 거리는 엔진 소리를 우렁찬 엔진 소리로 바꾸는 등 다양한 요소를 게이머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은 초보자에겐 굉장히 복잡하게 보여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많은 블록과 낯설게 느껴지는 조작 방식은 어떤 이들에게 시작하기 전부터 질리게 만드는 진입 장벽처럼 느껴진다. 게임에선 이런 초보자들을 자동차 조립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제시된 부품만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설명서를 제공하거나 조작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나누어 수많은 튜토리얼로 제공하는 등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콘텐츠를 마련했다.
이도저도 다 귀찮다면 상점에서 판매하는 완제품을 사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상점에선 실제 자동차를 모티프로 삼은 멋진 스포츠카부터 달리는 피자 화덕이나 거대 수탉 등 뛰어난 상상력이 엿보이는 자동차까지 다양한 모델을 판매한고 있다. 상점에서 판매 중인 자동차는 일부 시즌 패스 상품을 제외하면 게임 내 재화 수집, 혹은 과금으로 구입할 수 있다.
레고 2K 드라이브는 과거 레고 레이서 시리즈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이었다. 레고 블록의 종류가 늘어나고 경적 소리나 능력치처럼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늘어났으며, 레이스는 도로와 오프로드, 수상으로 세분화되면서 코스를 달리는 맛도 한층 더 깊어졌다. 여기에 21년을 기다려온 팬 모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그래픽 발전까지 더해지면서 레고 레이서의 후속작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이 탄생했다.
시리즈를 떠나 장르적 측면에서도 최근 많은 레이싱 게임에서 호평 받고 있는 오픈 필드 구조를 레고 세계로 훌륭히 재해석했으며, 부스터와 드리프트, 아이템 사용 등 자동차 조작의 재미도 충분히 제공했다. 특히 컨트롤러를 썼을 땐 도로와 엔진 상황, 아이템 사용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진동은 탁월한 손 맛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은 레고 레이서 팬과 레이싱 게임 게이머 모두에게 기존 레이싱 게임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을 담은 특별한 작품이 될 것이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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