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보드게임콘에 출품했던 KH-WIZ의 '프라테론' = 게임조선 촬영
2년 만에 열린 보드게임콘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부스가 있었다. 인디 작가 존에서 볼 수 있었던 KH-WIZ팀의 보드게임 '프라테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반적으로 인디 보드게임 작가는 금액적인 부분이나 기타 능력적인 부분에 있어서 카드나 주사위, 타일 등을 이용한 보드게임이 주류를 이루기 마련인데, 프라테론은 메이저한 보드게임 개발사에서도 보기 힘든 퀄리티 높은 미니어처 등을 다수 포함한 난이도 높은 게임으로 행사장을 들렀던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인디 개발자 환경상 이러한 미니어처를 다수 포함한 난이도 높은 보드게임의 개발은 상당히 모험적인 부분이 있기에 프라테론을 개발하고 있는 KH-WIZ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에 KH-WIZ팀의 손성호 대표와 김용민 디자이너를 만나 프라테론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성호 대표(좌측)와 김용민 원화가(우측) = 게임조선 촬영
Q. 프라테론은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손성호: 게임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끼리 PC 게임을 개발하고 있고, 처음에는 틈틈이 하다가 보드게임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이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원래 목적이 프라테론 세계관을 만들어오고 역사를 만들어오다가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사무실에서 모이기도 힘들고 해서 보드게임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것 같 개발에 들어갔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평생교육원에서 일하면서 개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PC 게임을 개발하다 보드게임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손성호: 보드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사실 보드게임이 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서 3년 전부터 차근차근 도전했었다.
Q. 개발 인원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손성호: 현재 3~4명이 개발하고 있다. 장기간 하다 보니 현재는 나간 친구도 있다. 개발 인원이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테스트 플레이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덕분에 테스트 플레이도 한 달에 한두 판 돌리고 있다. 프로토 타입은 만든 상태지만, 디자인 욕심이 있어 일부는 새롭게 제작할 예정이다.
Q. 인디 보드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3D 프린팅이 다수 들어갔다.
손성호: PC 게임을 제작하던 중에 디자인이 있다 보니 이를 직접 뽑아보며 제작해 봤다. 실제로 좋아하는 보드게임인 '블러드 레이지'의 영향도 받았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4종과 보스 5종을 프린팅 했고, 추가로 30종을 출력할 예정이다.
다양한 미니어처 캐릭터가 돋보인다. = 게임조선 촬영
Q. 미니어처가 들어갈 수록 펀딩가가 오를 것 같다. 부담이 클 것 같은데?
손성호: 금형 두 개를 떠야 전 세트가 나오는데 인건비 빼고 하면 남는 게 없긴 하더라. 다른 분들도 그 부분을 많이 우려하셨다.
디자인부터 정리하고 테스트 플레이를 좀 더 하며 최종 디자인과 인쇄까지 준비 중이다. 국내는 일단 내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하고 해외에 나가는 것까지 목표하고 있다.
Q. 프라테론 세계관은 무엇인가?
손성호: 인류가 한 번 멸망하고 새로 생기는 상황이다. 고대 콘셉트로 잡혀있다. 고려 말 정도의 수준으로 잡았다. 블러드스톤과 마나 스톤을 채취해서 마법을 쓰는 특징이 있다.
멤버가 TRPG도 해보고 싶어 했고, 실제로 세계관을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세계관을 중심으로 만들고 그것을 게임, 보드게임, 웹툰 등 여러 요소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Q. 몬스터 디자인은 어떻게 했나?
손성호: 최대한 나온 문서나 세계관에 맞춰서 제작했다.
동양적인 것 가운데서도 우리나라풍의 판타지를 기획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에 맞춰서 작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양 판타지라 해도 중국풍이나 일본풍은 많은데 한국풍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최근 한국 소재를 한 것도 많아서 킹덤처럼 한국풍을 겨냥해서 제작 중에 있다.
서낭당과 장승 등을 테마로한 몬스터 원화 = KH-WIZ 제공
실제 3D 프린팅 된 몬스터 미니어처 = 게임조선 촬영
김용민: 예컨대 한국풍을 살리기 위해 '장승'이나 '한글'을 디자인적인 요소에 넣고 있다. 탈을 모티브로 한 몬스터도 있는 편이다. 한국 고유의 소재를 디자인이지만, 너무 고전적인 디자인이 아닌 변화를 주면서 판타지 요소를 넣고 있다. 물론 한국풍이 아닌 스타일도 포함돼 있다.
문장 사용 시 문장에 따라 미묘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애당초 아이콘을 최대한 활용했다.
추가로 아드리안 스미스를 좋아해서 그 그림체를 따라서 만들었다. 일본 신들이나 몬스터들을 외국 사람 눈으로 풀어서 디자인한 것이 굉장히 신기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 KH-WIZ 제공
화랑 예흔랑 원화 = KH-WIZ 제공
Q. 디자인적인 부분 말고 게임도 궁금하다. 어떤 게임인가?
손성호: 사실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프라테론 세계관에서 최대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 이것저것 다 넣었는데, 이것도 50% 빠진 상태다. 다 넣었을 때는 게임을 한 번 제대로 끝내려면 4시간씩 걸렸었다. 너무 하드하다는 평가가 많아서 많이 빼둔 상태다.
기본적으로 처음에는 디펜스 성향이 강하지만, 장비가 맞춰지고 나면 직접 던전으로 나가서 마수(보스)를 처리하는 형태의 게임이다. 미궁이라는 곳에서 보스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랜덤하게 나온다. 그러다 보니 상황카드를 뒤집다 보면 봉인의 실마리가 나와 최종 보스가 선택된다. 랜덤한 상황을 구현하는데 주력했다.
초기에는 마을에서 버티는 형태로 게임을 진행하지만, 성장하면 적을 처리하며 전진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인원은 2~4인이며 2시간 정도 평균 타임이다. 짧으면 게임 초반부에 디펜스 타임에서 터져서 30분 만에 끝나기도 한다. 인원이 적을수록 난이도가 더 높은 편이다.
플레이어는 아이템과 스킬, 봉인 카드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플레이한다. 처음 고르는 캐릭터마다 특색 있다.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고, 추가적으로 스킬 배치도 다른 편이다.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아 처음은 조금 힘들 수 있지만, 1턴만 돌아도 게임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프라테론은 협력 게임인데, 현재 보스 체력을 까는 것에 따라 점수를 추가하는 경쟁 요소도 도입해 보고 있는 중이다.
Q. 지난 해 2년만에 열린 보드게임콘에 참여했었는데?
손성호: 대부분 플레이 자체는 재밌게 하셨는데, 플레이 타임이 길다 보니 나중에는 지치는 기색도 있었다. 처음 하는 사람이어도 2시간 안쪽에서 끝낼 수 있게 방향을 개선하도록 이야기 나눴다.
김용민: 플레이 타임이 길다 보니 걱정했는데 그래도 플레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와줘서 그 부분은 다행이다. 미니어처의 효과도 좋았던 것 같다. 눈길을 끌다 보니 거기서 흥미를 많이 끌어준 것 같다.
미니어처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 눈길을 끌었다. = 게임조선 촬영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김용민: 조언해 주신 분들 한마디 한마디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곧 펀딩에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종 작업을 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손성호: 앞으로 분들께도 그동안 기대하신 분들도 종종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그 게임 괜찮다, 원화가로서 되게 한국적이다. 괜찮은 디자인이다 눈을 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것에 대해 몰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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