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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스닷츠 정재령, 김회민 대표.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4.3사건 알리기가 계기

작성일 : 2021.04.14

 

한국 근현대사는 왕조 붕괴, 일제 강점기, 전쟁과 분단, 대한민국 건국 등 격동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런 크고 작은 사건 속에서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언제나 가장 아래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민간인들이었다. 그중 일부는 아무 죄 없는 민간인들이 대거 학살당하는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들도 있었다.

우리는 이런 사건들을 학교와 각종 매체를 통해 배우고 있다. 이는 모든 사회는 역사를 통해 미래를 배우며,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후손들이 해야하는 당연한 행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여러 사건들 중 유독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건이 있다. 바로 제주 4.3 사건이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무려 7년 7개월에 걸쳐 제주도에서 일어난 소요 사태다. '남조선로동당'과 '대한민국 국군, 경찰' 그리고 '미군'까지 충돌하는 이념 갈등 사태가 1948년 4월 3일 대규모 소요 사태로 번지면서 추정치로만 6만에서 8만의 제주도 민간인이 억울하게 학살되거나 희생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학살의 무대가 제주도라는 폐쇄된 공간이라는 것도 있지만, 7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학살의 주체가 '남조선로동당'과 '대한민국' 양쪽 모두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이 끝나고 국가는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고 모두의 무관심 속에 50여 년이나 지속된 것. 최초의 국가적 인정과 사과는 2003년이 돼서야 최초로 이뤄졌다.

2003년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 뇌리에 '제주 4.3' 사건은 '잘 모르는, 혹은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건'이 됐다.


우리에게 오랜 시간 잊혀진 사건이 된 제주4.3사건

이 잊혀진 역사에, 이 관심 없는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게임이 있다. 바로 코스닷츠의 정재령 대표와 김회민 대표가 PC 플랫폼 스팀을 통해  발매한 '언폴디드: 동백이야기'가 바로 그 게임이다. 게임이라는 게 완성도와 재미를 차치하고 상업적 성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잊혀진 사건이라 불리는, 그것도 민간인 학살의 슬픈 역사를 소재로 한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 모험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자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코스닷츠에 인터뷰를 요청했고, 흔쾌히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코스닷츠의 정재령 대표와 김회민 대표는 왜 '제주 4.3 사건'에 주목하게 됐을까? 그리고 왜 그 사건을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라는 게임으로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했을까?


코스닷츠의 두 대표. 왼쪽 정재령, 오른쪽 김회민

Q. 먼저 코스닷츠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디게임 개발팀 코스닷츠의 '정재령' 대표와 '김회민' 대표입니다. 2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 2017년 말부터 사회적, 역사적 주제로 인디게임을 개발해 오고 있습니다.

이후 대화는 평어체로 표기

Q. '언폴디드:동백이야기'의 메인 주제가 제주 4.3사건인 이유는?
제주 4.3 사건으로 게임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2018년 초, 제주 4.3 사건 70년이 되던 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한 계기로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떤 추념식을 시청하게 됐는데 그게 4.3 추념식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서점 베스트셀러 칸에서 표지에 돌담이 그려진 '순이 삼춘'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돌담이 제주도 같길래 마친 4.3 추념식이 생각나서 살짝 보게 됐더니 그 책도 4.3 관련 소설책이었다.

그 소설에는 제주 4.3 관련 참상이 자세히 묘사돼 있어 큰 충격을 받았다. 학창 시절 수능 사회탐구에서 역사 과목을 3개나 선택할 정도로 역사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난 왜 이런 사건을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도 모르는데 역사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은 더 모르겠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우연을 통해 알게 된 사건이지만 이 아픈 사건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게임을 통해 4.3 사건을 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Q. 돌담을 보고 제주식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는데?
원래 지역별 건축 양식이나 문화, 설화 등에 대해 공부를 좀 해서 알고 있는 편이다. '언폴디드: 동백이야기' 이후 작품은 이런 지식을 이용해서 조선 시대 각 지역별 구전 설화를 바탕으로 한 게임을 구상 중이다.

Q. '언폴디드: 동백이야기' 개발 기간은 어느정도인지?
개발 기간은 2019년 9월부터 시작해 2021년 3월까지 약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소모됐다.

Q. 게임 특성상 상업성과는 다른 게 사실인데 추구하는 개발 방향이 있었는지?
‘한국사’를 테마로 기존 상업성 일변도의 게임에서 한끝이 다른 게임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정확히는 게임이 가진 의미 전달 가치도 챙기고, 상업적인 지속 가능성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역사를 암기식으로 주입하기보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연스럽게 주제 의식을 알아갈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자 했다.

Q. 4.3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했는데 관련 정보는 어떻게 얻었는지?

먼저 유관 단체인 '제주4.3범국민위원회'에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2019년 말에 제주도에 방문해 관련 사전지를 견학하고 '제주4.3범국민위원회' 전문가분을 직접 만나 설명을 듣기도 했다. 이후에도 1~2번의 현장 답사가 더 계획돼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재방문은 하지 못했고, 인터넷 자료 조사와 비대면 조사를 통해 자료를 모았다.

서울에서도 범국민위원회 소개로 서울에 살고 계신 제주 출신 분들과 만나 얘기를 나눴고, 유가족회 대표분들과도 만나 여러 말씀과 증언들을 들었다. 이 자리를 빌어 도움을 '제주4.3범국민위원회'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 폼페이지 바로 가기(페이스북)

Q. 성격상 역사 게임을 많이 접해 봤을 것 같은데, 가장 감명 깊었던 작품이 있다면?
패러독스 인터렉티브의 ‘유로파 유니버셜리스’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 근세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다양한 국가들의 지도자가 되어, 그 나라를 이끄는 게임이다. 머나먼 나라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Q. 게임 개발 중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는지?
제주 현장답사 도중에 관계자 없이 제주 관음사에 간 일이 있는데, 관음사 스님 한 분이 굉장히 따뜻하게 맞아주셨게 기억에 남는다. 우리 사정을 설명하자 스님께서 직접 관음사 주변 4.3유적들을 차례차례 보여주시면서 관련 역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었다. 긴 시간 동안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지금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언폴디드: 동백이야기'가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된 내용이 있다면?
가장 구별되는 점은 김회민 대표가 직접 그린 아트라 생각한다. 긴 기간 동안 제주 4.3 유적지를 직접 돌며 사전 답사를 했고, 이를 통어 얻은 자료를 흑백 풍의 핸드드로잉으로 그려낸 제주도의 유려한 풍경과 사물들이 다른 게임과 가장 구별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1940년대 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가장 걸맞은 그림체를 찾기 위해 많은 고민 끝에 찾아낸 그림체고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Q. 제주4.3 사건은 많은 게이머, 특히 젊은 게이머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내 생각보다 '제주 4.3 사건'을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플레이해 본 게이머들이 "게임을 해보고 나서야 이런 사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는 반응이 꽤 많아서 나도 조금 놀랐었다. 그래도 본래 목적에 조금이라도 부합한 것 같아 보람 있기도 했다.

Q. 그럼 그 외 게이머들의 다른 반응은 있었는지?
자신이 제주도민이라고 밝힌 분의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짧은 소감이긴 했는데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 노력해줘서 고맙다는 얘기였다.

Q. 한국어 이외에 5개 국어를 지원하는데 해외 반응은 어떠한지?
해외 어드벤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다양성 게임’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특이한 아트 스타일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Q. 현재 업데이트나 개발 중인 게임이 있다면 어떤 게임인지?
위에 잠깐 얘기했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각 지역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져 오던 구전설화를 바탕으로 한 탐정 어드벤처 게임을 개발 중이다. 전작인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대중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자 하고 있다.

Q. 인디 게임사로 게임을 개발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게임 개발은 나름 자신이 있어서 게임 개발만 잘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사업자를 내는 과정, 적합한 사무실을 임대하는 과정, 게임의 상표권을 등록하고 게임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과정 등 게임이라는 게 세상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여러 과정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꽤 힘들었다.

Q. 그러면 인디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스팀이라는 거대 플랫폼에 출시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해보고 나니까 인디 게임사로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우리보다 먼저 인디 게임계 등문해 성공까지 거둔 모든 업계 선배들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새로 인디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사실 대단한 말을 하기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부터 모아 급한 마음을 가지지 말고 시작하면 좋겠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언폴디드: 동백이야기' 게이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코스닷츠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사를 소재로,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게임들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우리의 행보를 따뜻하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제주4.3평화재단 홈페이지 바로 가기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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