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에 밀려 만년 콩라인의 지위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던 세가의 설움이 담긴 광고라 볼 수 있다. 이 시기 방영되던 세가 제네시스(메가 드라이브)의 광고를 보면 '닌텐도는 못하는 것을 세가는 할 수 있다'라는 점이 유독 강조되고 있다.
사실 세가 제네시스는 88년 일본에서 출시했을 당시에는 한 세대 아래의 게임기인 NES와의 경쟁조차 버거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기종이었다.
하지만 북미에 안착한 뒤에는 말마따나 닌텐도를 뛰어 넘는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을 앞세워 북미 유저 취향(일본식 RPG보다는 액션게임)에 잘 맞아떨어지는 타이틀(수왕기, 대마계촌, 골든 액스 등)으로 서서히 시장을 잠식해나갔고 91년 겨울에는 SNES(슈퍼 패미콤)의 출시와 함께 벌어진 크리스마스 대전에서 소닉을 앞세워 완벽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슈퍼 닌텐도가 나온 이후에도 세가의 뒤끝(?)은 여전했는데 세가의 마스코트이자 제네시스의 대표 타이틀이었던 소닉처럼 닌텐도를 대표하면서 SNES의 대표 타이틀이었던 슈퍼 마리오의 신작 <슈퍼 마리오 월드>를 자사의 광고에 간접 출연시키면서까지 많은 소비자들이 제네시스가 더 낫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영상에서는 가격표와 함께 SNES를 권하지만 팔지 못해 실망하는 매장 직원의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은근슬쩍 제네시스의 가격 경쟁력을 돋보이게 한다.
3. 세가 새턴(게임기)의 마스코트 캐릭터, 세가타 산시로[せがた三四郎]
성공 여부는 둘째치고 뭐든지 늘 앞서가야 성미에 차는 세가는 또 한 건 해내고야 만다. 게임사나 게임 타이틀에나 있을법한 마스코트 캐릭터를 게임기 자체에 접목시킨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대항마였던 '세가 새턴'이 마스코트로 내세운 캐릭터가 누구인고 하니 '세가 새턴 해라!(세가 사탄 시로!)'를 뒤틀어 만든 이름하야 <세가타 산시로(せがた三四郎)>였다.
사실 배우의 선택은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콘솔의 주 소비층인 어린이에게 익숙한 <가면 라이더>의 주인공 역할이었던 '후지오카 히로시'였으니까.
하지만 마스코트 캐릭터 주제에 귀여운 인형 옷을 입거나 멋진 게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땀내나는 도복을 입은 아저씨가 멀쩡히 나가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업어 메치고 비디오 게임이나 하라고 강요한다. 한국에서 방영했으면 학부모들 원성이 자자했을 게 확실시되는 물건이다.
뭔가 엇나간 방향으로 센스가 폭주한 이 세가 새턴 광고는 무려 20편의 장편 시리즈로 제작됐는데 그중에서 <사쿠라 대전>의 메인 히로인인 신구지 사쿠라로 코스프레한 담당 성우 요코야마 치사와 벚나무 아래에서 꽃발 휘날리며 로맨스 찍는 장면이나 <새턴 봄버맨 파이트>과 엮어 폭탄이 아니라 상대를 던져서 폭☆발 시키는 정신 줄 놓은 듯한 광고가 특히 유명하다.
다른 의미로 항마력이 부족하면 보기 힘든 광고들이 대부분인지라 그나마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한 편을 아래에 첨부한다.
遊びの道に 魂込めた
ひとりの男が今日もゆく
真面目に遊ばぬ奴らには
体で覚えさせるぞ
せがた三四郎
せがた三四郎
セガサターン、シロ!
놀음의 길에 혼을 담은
한 명의 사나이가 오늘도 간다
진심으로 놀지 않는 녀석들은
몸으로 느끼게 해주마
세가타 산시로
세가타 산시로
세가 새턴, 해라!
세가타 산시로 CM, 연말-연초 수행편
4. XBOX의 Life is short
Life is short
Play more
인생은 짧다
더욱 즐겨라
한때 유머사이트에서 떠돌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너무 짧은 인생'이라는 영상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당시 해당 영상물이 XBOX의 광고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많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산부인과에서 갓 태어난 아이가 채 1분도 되지 않아 늙어서 무덤으로 향하고 짧은 문구와 로고만 나올 뿐 광고 대상인 XBOX에 대한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 자체는 확실히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될 정도로 강렬했지만 마케팅용으로는 부적합한 물건이었고 이마저도 정신 나간 물건이라고 생각했는지 일부 지역에서는 방영이 금지되는 해프닝까지 겪게 된다.
후속기인 XBOX 360 또한 광고가 기괴하긴 마찬가지였다. 행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를 겨냥하고 총을 쏘고 쓰러지는 장면이 잇달아 연출된다. 영상 자체는 굉장히 세련된 느낌을 주고 위트 있는 장면들도 들어가 있어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이 역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마케팅용으로는 0점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폭력성, 모방 범죄의 가능성을 이유로 또 다시 방영금지 처분을 당한다.
제작자의 의도를 정말 파악하기 힘든 영상물이지만 굳이 추측해본다면 XBOX 360 론칭 초기 상당수의 타이틀이 FPS 장르에 몰려 있던 점이나 컨트롤러가 동시기 경쟁자인 PS3에 비해 슈팅 게임을 플레이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었다는 점을 겨냥한 것 같다.
필자의 직업이 광고 제작자가 아닌 만큼 왈가왈부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냐 싶긴 하지만 그래도 XBOX 360의 모습 정도는 보여주고 일부 타이틀의 게임 플레이 장면 정도는 넣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5. 게임보이 미크로의 뿍짝뿍짝틴틴틴!
As Nintendo begins to take on new forms it's important t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