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블리자드가 카드배틀게임 시장에 정식 출사표를 던졌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열린 게임전시회인 PAX East13을 통해 자사의 인기 IP(지적재산권)인 워크래프트를 소재로 한 콜렉터블 카드 게임(CCG) ‘하스스톤:워크래프트의영웅들’을 발표했다.
최근 게임시장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급변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중심의 국내 시장에서도 모바일게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모바일게임은 피처폰 시절에도 게임업계의 한 축을 구성했지만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이 게임플랫폼을 선보이며 온라인게임에 버금가는 성과를 이루며 위상을 높이고 있는 것.
이런 흐름에 발맞춰 온라인게임 업체도 모바일게임 개발 병행에 나서고 모바일게임 스타트업도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모바일게임의 약진은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은 앵그리버드라는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액티비전과 합병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업체로 부상한 블리자드도 시장의 흐름 변화에 같은 호흡을 하는 모습이다. ‘하스스톤’은 PC뿐만 아니라 아이패드에서도 즐길 수 있는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되며 블리자드에서 최초로 부분유료화 방식의 과금제를 택한 게임이다. 단순히 신작을 발표한 것에 불과하지만 대형게임사의 선택이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작지가 않다.
최근 디아블로3와 스타크래프트2:군단의심장까지 꾸준히 패키지 판매 방식을 고수해왔던 블리자드는 하스스톤의 수익모델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선호되는 게임은 무료로 즐기고 필요에 따라 결제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카드배틀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카드팩을 계속해서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과 이미 게이머들의 선택이 유료게임에서 무료게임에서 넘어가는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블리자드는 조만간 시작하겠다고 밝힌 하스스톤의 북미 베타테스트 때부터 카드 구매 기능을 넣을 계획이다. 카드배틀게임은 게이머의 수집욕을 자극하는 데 더 좋은 카드 내지는 원하는 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카드팩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상세히 테스트하겠다는 의미다.
테스트가 끝나면 게임 내 데이터는 초기화되지만 구매 내용은 남겨서 정식 버전에서도 카드팩이 제공돼 게이머들은 별 반응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어짜피 게임 자체는 무료기 때문에 카드팩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게임 진행에는 무리가 없어 게이머들은 선택적 결제에 큰 거부감이 없는 편. 결국 블리자드는 베타테스트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는 물론 과금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고 입소문 효과까지 노리는 전략을 짜고 있다.
PC와 아이패드,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된다는 점은 스마트시대를 맞아 점차 집에서 PC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따라 단일플랫폼으로는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 경우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차세대 OS 등 얼마나 다양한 OS를 지원하느냐가 관건이며 카드배틀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꾸준히 반복 경험을 제공할수록 게임에 몰입도가 높아지는 점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카드배틀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가운데에는 “게임이 특별히 어떤 부분이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보상이 반복해서 제공되고 잠깐 플레이를 하더라도 얻는 만족감이 커 꾸준히 플레이하게 된다”고 평하는 이들이 있다. 결국 이들에게 경험과 노출의 빈도를 높일수록 게임을 접하는 빈도는 높아지게 된다.
끝으로 카드배틀게임이란 장르의 선택이 향후 게임 시장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도 중요하다. 카드배틀게임은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장르로 최근 스퀘어에닉스의 ‘확산성밀리언아서’가 국내에 액토즈소프트를 통해 출시되며 기존 비주류 장르에서 인기 장르로 단숨에 도약하며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에 카드배틀게임 출시의 봇물을 이루고 있다. 3월 중에만 최소 10여 개의 카드배틀게임이 출시돼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과거에도 TCG나 CCG등 카드배틀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은 있었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진 못했다. 또한 여전히 카드배틀게임의 진입장벽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가진 게이머들도 많다. 하지만 아직 온라인게임만을 고집하는 하드코어 유저층은 카드배틀게임을 즐기기 어렵지 않아 보조게임으로 즐길 수 있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만 갖추면 충분히 더 많은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장르라 할 수 있다.
블리자드도 이 부분을 의식한 듯 ‘하스스톤’ 발표 당시 보도자료에도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다’라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한다.
결국 블리자드는 카드배틀게임이 과거보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시점까지 기다려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이 장르가 진입장벽이 있으면 라이트한 유저들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덱구성이나 별 다른 고민 없이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할 여지도 있다. 출시 시점에 맞춰 시장이 현재보다는 유연해 있으면 그만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결국 ‘하스스톤’의 신의 한수가 될 지 아닐지는 베타테스트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곧 만나볼 하스스톤이 장밋빛 미래만 있지는 않다. 최근 블리자드가 보여온 불통에 가까운 사후관리를 봤을 땐 게임성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도 있다는 것.
많은 게이머가 2012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았던 디아블로3도 판매량에서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지만 서버 장애와 콘텐츠의 한계성 등으로 흥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39%에 육박했던 PC방 점유율이 현재는 1%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하스스톤을 마냥 설레는 마음만으로 기다릴 순 없다.
[이관우 기자 temz@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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