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정말 우연이었다. 그렇게 온라인 게임을 만난 지 벌써 2년이 넘어간다. 그 세월동안 머릿속에 꼽아 기억할 정도였던 온라인 게임이 이제 수백 종이 넘게 쏟아져 나와 차마 다 헤아리기조차 버겁다. 온라인 게임이 늘어난 만큼, 내가 만들어 놓은 분신들도 늘어났다. 그 세월을 문득 돌이켜 본다. 그 2년 동안 사이버상의 허상에 나를 이토록 얽어맨 온라인 게임의 마력은 무엇일까? 이 글을 읽고 있을 정도라면, 나이가 많든 적든 당신 역시 아마 비슷한 처지리라 생각한다.
그저 복잡하고 두려운 경쟁 속에서 사는 우리에게 하나의 피난처 같은 곳이었기에 그렇게 집착했을까? 아니면, 우리 내면 속에 잠재하는 어떤 우월감 혹은 경쟁에서의 승리 등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도구였을까?
온라인 게임의 마력 혹은 재미의 본질을 논하자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든다. 사실감 넘치는 타격감, 혹은 복걸복의 아이템 획득, 단순한 레벨노가다 만으로 쉽게 만족할 수 있는 고렙으로서의 우월감...
무엇이라 언급해도, 그 논평들에는 한 가지 공통된 경향이 내포되어 있다. 바로 `욕망`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지니고 있는 욕망이라는 기저위에서 대체로 온라인 게임의 재미와 마력을 언급한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그것은 강력한 근거를 갖는 얘기다. 거창한 말로 문명 혹은 문화라는 것이 결국 시대 변화에 따라 어떻게 인간이 내재된 욕망을 좀 더 다양하게 좀 더 자극적으로 충족할까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사실 게임 개발자를 포함한 모든 문화 생산자들이 흥행을 생각하면서, 주요한 공식으로 생각하는 기준점이다. 온라인 게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은 우리에게 그런 경향을 좀 더 피부로 체감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실제로 인터넷의 바다 속에서 이제 포르노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버렸고, 게임적 재미 역시 욕망의 궤도 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욕망의 준거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좀 공허하고 허탈하다. 자칫 인간 존재의 정체성마저 심각하게 흔들릴 수도 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또 하나의 문화적 경향을 발견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바로 욕망과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것, 인간의 자기 정체성을 향한 원초적 몸부림이 문화의 다른 얼굴임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어떤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제도나 규제에 굴레씌움을 당하고 싶지 않는 바로 자유의지이다.
현실이 이미 어쩔 수 없는 요소들-학벌, 재력, 권력-에 의해 정의된 사회라고 한다면, 사이버 공간은 그런 굴레들로부터 훨씬 자유롭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익명성이 때로는 무기력한 자신의 억제된 욕망을 그대로 표출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아직은 미약하지만 한편으로는 편견 없이 사람을 만나게 하는 공간으로서도 존재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을 포함한 소위 딴따라(?)들이 아직은 속물적인 것도 현실이다. 그저 흥행과 성공이 보장된다면, 욕망이라는 은밀한 공식의 유혹에 끌려 문화상품을 생산하는 일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인간 존재니 자유의지니 하는 거창한 쟁이(?)정신보다는 잿밥이 더 달콤하다. 게임 개발에 참여한 나로서도 사실 그 준엄한 쟁이정신 앞에 떳떳이 설 용기는 아직 없다. 그러나, 내 내면 속에 있는 이 부끄러움마저 지우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는 떳떳한 작품 하나가 내면 속에 남아있는 이 부끄러움 속에서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난 온라인 게임을 좋아한다. 차마 두려워 다가가지 못하면서도 언젠가는 꼭 한번은 만들어 보겠다고 혼자 짝사랑하는 영화처럼. 때때로 밤새며, 레벨 노가다에 빠진 나 자신이 유치하다는 회의가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온라인 게임을 좋아한다. 이 마력적인 오락 수단이 단지 욕망을 충족하는 도구로만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힘든 현실로부터 우리가 쉽게 도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피난처밖에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굴레를 벗은 대등한 사람들이, 자유로움 속에서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에너지가 그 속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새로운 모색은 유저들과 제작자 모두의 책임이자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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