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P32의 스펙
▶ CPU : 32 Bit RISC CPU (ARM9)
GP32에는 모바일 기기 전문 생산업체인 ARM의 ARM9 Thumb 계열 CPU가 장착되어 있다. ARM9은 GP32의 핵심을 이루는 부품으로 저전력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용도의 성능을 발휘한다. 32비트로 작동하는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타입의 프로세서로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처리속도를 빠르게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원래 PDA나 스마트폰을 위해 설계된 CPU이므로 게임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형 게임기용 어플리케이션 정도는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으면서 다양한 부가 기능(MP3, MPEG 파일의 디코딩, 웹 서핑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LCD : 3.5 인치 TFT LCD
GP32의 디스플레이는 3.5인치 TFT(Thin Film Transistor)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6만5천 컬러(16비트)의 색상 표현이 가능하고 320*240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 PC의 VGA 규격과 대등한 화소수에 그 이상의 색상 표현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게임보이 어드밴스의 경우 2.9인치 화면에 3만2천 컬러). 일반적인 아케이드 게임들이 이 수준의 해상도에서 표현이 되므로 휴대용 게임기로서는 충분히 섬세한 화면을 기대할 수 있으며 게임기 전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큰 화면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반사형 TFT 패널이므로 주위가 어두우면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 또한 갖게 되는데 백라이트를 사용할 경우 전지 소모량이 급증하게 되므로 어느 정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
▶ 사운드 : 16비트 PCM 방식
GP32에는 일반 PC에 내장된 사운드 카드와 동일한 성능을 가진 사운드 프로세서가 내장되어 있다. 16비트 PCM 방식은 컴팩트 디스크 재생과 동일한 샘플링 레이트로 사운드를 재생하여 주므로 단순한 삐삐 소리가 아닌 실감나는 리얼 사운드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또 4채널 웨이브 믹싱이 가능하므로 사운드의 동시 합성음도 들려주며 32폴리의 미디음도 들려주므로 배경음악 역시 PC게임에 손색이 없다.
▶ RAM : 8MB
GP32는 게임 어플리케이션이 수행될 수 있는 메모리 공간에 8MB의 SDRAM을 할당해 놓았다. 외산 게임기 1MB 수준에 비해 약 8배가 높으므로 게이머는 좀 더 빠른 속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개발자들은 훨씬 여유를 갖고 게임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게 된다. 좀 더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메모리의 용량이 크므로 더 방대한 어플리케이션, 즉 대작 게임을 만드는 데 용이하다는 것이다.
▶ ROM : 512KB
내장 롬은 512KB의 용량을 갖고 있는데 이는 시스템의 OS나 펌웨어가 저장되는 공간으로 소형기기에 적합한 용량이다. 다만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기능 개선의 가능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 전원 : AA 배터리
전원으로는 두 개의 AA형 배터리를 사용한다. 전용 배터리가 아닌 문구점이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모델로 사용중 배터리 부족에 대해 간단히 대처할 수 있으며 알카라인이나 니켈-카드뮴 계열의 충전지를 사용하면 장시간 사용, 재충전이 가능하다. ARM9 CPU의 저전력 특성상 대형 화면에 복잡한 사운드 믹싱 방식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사용시간은 매우 긴 편이다(일반 전지 사용시 약 12시간).
▶ 미디어 : SMC
GP32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어플리케이션의 저장매체로 SMC(Smart Media Card)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SMC는 보통 디지털 카메라나 MP3 플레이어, PDA 분야에서 각광받는 저장장치인데 초소형에(우표보다 조금 큰 정도) 두께도 얇고 읽기/쓰기가 편해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게임 타이틀마다 롬팩을 구입하지 않고 SMC에 소프트웨어를 기록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통신 : 900MHz RF 모듈
이젠 소형 게임기에서도 멀티 플레이는 필수. GP32는 900MHz의 주파수를 이용하는 RF(Radio Frequency) 모듈을 채택해서 최대 4인까지의 멀티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적외선이나 케이블 방식에 비해 방향과 거리의 자유도가 높으며 흔들림에도 영향을 적게 받고, 고주파수를 사용하는 만큼 혼선에 대한 염려도 적다.
◆ GP32로 어떤 게임을 즐길 수 있나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라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그러한 사정은 GP32 역시 마찬가지. 플레이스테이션이 잘 팔리는 것은 그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는 타이틀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로선 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하드웨어인데 갖고 놀만한 '꺼리(소프트웨어)'가 별로 없다면 기기의 실제적인 값어치는 그만큼 격감할 수밖에 없다.
GP32의 출시와 함께 만나볼 수 있는 게임 타이틀은 7종, 올해 안에 출시가 예정된 타이틀은 2종으로 10종 미만의 타이틀을 초기에 즐길 수 있을 것이 예상된다. 약간 적은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내년 1/4분기에 발매될 게임이 10종 로드맵에 잡혀 있고 킬러 타이틀이라 할 수 있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이 12월 발매 예정이므로 초반 타이틀 라인업으로는 꽤 구색을 갖춘 셈이다.
특정 게임을 즐기기 위해 소비자들이 하드웨어를 구입하게 만드는 킬러 타이틀은 마케팅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은 GP32의 구매가치를 높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94년에 발표되어 국산 RPG의 자존심을 세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에 리메이크를 의미하는 `R`을 붙인 이 게임은 기존의 일제 휴대용 게임기에서 일본어로 플레이를 하면서 불만족을 느꼈던 게이머들에게 한글로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단순한 컨버전이 아닌 새로운 기획, 그래픽, 시나리오가 보강돼 기존 팬이나 신규 사용자 모두에게 만족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게임파크가 직접 개발한 리틀 위자드, 던전 앤 가더 같은 오리지널 타이틀과 스피어 헤드의 김치맨, 씨드나인의 토막 슈팅 같은 PC게임과 연계된 서드파티 타이틀이 게임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눈 여겨 볼 것이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3와 록맨 X 5가 내년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워낙 유명한 게임이기도 하거니와 세계 유수의 게임 소프트 개발사가 서드파티로 참여한다는 사실이 GP32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 벤더들이 늘어나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같은 인기작을 한글로 즐길 수 있게 된다면 GP32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여담이지만 타이틀 중 원조교제란 제목의 게임은 본래 뜻(?)과는 거리가 먼 게임이다).
◆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풍부
게임기는 게임기 본연의 모습에 충실할 것이 우선이지만 부가 기능이 있는 것도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이런 면에서 GP32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1. 베이스 스테이션 : USB포트나 시리얼 버스를 이용하여 PC와 GP32를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는 PDA의 핫싱크와도 유사한 개념으로 게임 데이터를 저장시키거나 PC에서 하던 게임을 외출하여 GP32에서 이어서 하고 반대로 밖에서 GP32로 즐기던 게임을 집에 돌아와 PC로 즐길 수 있게 한다. 물론 PC와 GP32를 연결한 상태에서 2인 플레이도 가능하다.
2. MP3 파일 재생 : GP32는 휴대용 MP3 플레이어와 비슷한 가격의 게임기이다. 그런데 게임기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MP3 플레이어의 기능도 갖추고 있으므로 MP3 플레이어의 구입도 생각하고 있는 게이머라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고급형 MP3 플레이어에서 채택하고 있는 SMC를 미디어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데이터 호환성 또한 뛰어나다(단, 게임과 MP3 파일 재생을 동시에 실행시킬 순 없다).
3. 인터넷 : GP32에는 모뎀 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므로 핸드폰을 연결하면 무선 인터넷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로써 웹 브라우징과 메일, 채팅 등이 가능해지는데 최근 나오고 있는 핸드폰에 비해 320*240의 컬러 대형화면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어 훨씬 시원시원하게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4. 동영상 재생 : 여러 가지 포맷의 동영상 파일을 재생하여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스트리밍으로 전송되는 동영상들을 비롯하여 플래시 애니메이션 파일, 인터넷 만화(웹툰) 등을 다운받아 재생시킬 수 있어 동영상 콘텐츠를 이동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GP32 전용의 전자책(e-book) 솔루션을 개발해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삽입된 전자책의 뷰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 GP32가 극복해야할 점
GP32의 기능과 성능, 장점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100%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법. 사용자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는 요소를 알아보자.
먼저 가격. GP32의 예약판매(현재는 종료) 가격은 23만5천원(게임 타이틀 1개 포함), 일반 판매가는 25만원이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게임보이 어드밴스의 가격이 10만원대 초반, 원더스완의 가격이 10만원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하드웨어의 가격이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더 비싼 부품을 듬뿍 사용했고 게임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는 되지만 아주 단순한 시장논리로 판단해 보면 기타 휴대용 게임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은 단점이 아닐 수 없다. 25만원이라는 가격은 주 소비자인 학생은 물론이고 부모로서도 선뜻 지불이 힘든 금액이다.
또, 소프트웨어의 시급한 확충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재의 타이틀들(그나마 상당수는 미출시)로는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가 힘들다. 여기에는 꾸준한 소프트웨어의 공급 역시 따라줘야 할 것이며 국내외 개발사와 지속적인 파트너쉽을 맺고 재미있는 게임들을 시의적절하게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하얀마음 백구를 컨버전할 수 있다면 게임보이의 슈퍼마리오 이상의 킬러 타이틀이 될 것이다).
저장매체로 SMC를 사용한다는 것도 차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휴대용 게임기라면 전용 롬팩의 규격을 제정해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게 해주고 롬팩 자체가 상품성을 갖도록 하는데, SMC는 범용 저장매체로서 불법복제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5만원 정도 하는 카드리더만 있다면 SMC에서 자료를 읽고 쓰는 건 일도 아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복사방지 기술을 개발하면 그만큼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상승돼 본연의 염가 타이틀이란 의미가 엷어질 수밖에 없다. 또 SMC는 얇고 가볍지만 그만큼 충격에 약한 단점도 갖고 있다. 조금만 휘어지거나 심지어 떨어져도 카드를 못쓰게 되는 일이 빈번한데 휴대용 게임기의 특성과 이용연령을 감안해보면 SMC는 미디어로 부적절한 감이 있다. 그 외에도 외장형 RF 모듈에 대한 편의성 부족, 전용 CPU가 아닌 범용 모바일 솔루션 CPU를 사용함에 따른 아이덴티티 부족 등을 GP32의 아쉬운 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P32는 한국 게임문화에 희망을 비춰주는 제품임에 틀림없다. 현재까진 정식 수입도 아닌 외국 제품들에 청소년 게이머들의 정서를 대책없이 맡길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GP32를 필두로 하여 다양한 국산 게임 상품들이 문화적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구정 기자 (keat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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