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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블리자드, 한국 시장 버리나?…말 뿐인 '소중함'

 

최근 블리자드의 행보를 보면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토사구팽이란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하던 개는 삶아 먹는다는 말로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버리는 행위를 뜻한다. 스타크래프트1과 디아블로2 등 블리자드의 대표 프렌차이즈 게임의 주요 판매 시장이었던 한국에 대한 블리자드의 행보가 심상치 않은 것.

블리자드의 주요 인사들이 방한 할 때마다 말했던 "한국 시장은 블리자드에게 중요한 시장"이란 말과 달리 실제 블리자드의 애정공세는 중국 시장을 향해 있다.

먼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네 번째 확장팩인 '판다리아의안개'는 판다렌이라는 팬더 외향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수도사란 직업의 기술은 쿵푸를 연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추가된 의상과 배경 등 게임 콘텐츠는 중국 이미지 일색이다.

특히, 이번 확장팩은 기존 확장팩이 현지화 작업으로 인해 몇 달간의 격차를 두고 중국에 출시됐던 것과 달리 글로벌 공개 이후 1주일 뒤인 지난 10월 4일 중국 서버에 업데이트 돼 개발 단계에서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게이머들은 이번 확장팩을 '월드오브차이나'라고 부를 정도.

또, 매년 미국 애너하임에서 개최됐던 자체 게임축제 '블리즈컨'을 대신해 올해엔 중국에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한다. '상하이 배틀넷 월드챔피언십'이란 대회명으로 오는 17일과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스타크래프트2와 '와우' 종목의 대결이 펼쳐지는 것.

이는 현재 개발 중인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의 첫 번째 확장팩인 '군단의심장'의 출시를 앞두고 중국 시장 내 e스포츠 활성화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블리자드의 '중국 사랑'은 캐쉬카우인 와우의 이용자 숫자 감소 및 스타2의 흥행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 규모의 게이머를 가지고 있는 중국 공략을 통해 새로운 캐쉬카우 창출 및 '리그오브레전드'에 밀린 e스포츠의 주도권 탈환을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한국 유저들에 대한 배려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출시 이후 끊임 없이 해킹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디아블로3'는 새로운 해킹 솔루션이 도입된 북미 지역과 달리 아무런 추가 보안장치가 마련되고 있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고객 센터 새단장이란 미명하에 '전화 상담' 또한 불가능해져 국내 유저들의 불만은 높아져 가고 있다.

한 유저는 "와우를 10년 가까이 즐기고 있지만 오로지 중국 유저만 고려한 이번 확장팩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저는 "해외 서버와 달리 아시아 서버는 해킹에 대한 아무론 추가 대책이 없다"며 "만약 디아블로3가 중국에 정식 발매 됐다면 이런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토사구팽'을 연상시키는 블리자드의 태도는 그동안 국내 게이머들의 블리자드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짝사랑으로 만들어 버리는 처사에 불과하다.

[정기쁨 기자 riris84@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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