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이 가지는 폐쇄성과 안정감, 자기 변신, 그리고 미지의 세계로의 탐색은 바로 우리의 현실적 욕구와 사이버 공간의 경험 모두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PC 방에서는 현실 같지 않은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세상사를 경험할 수 있다. 현실에서 사라져 버린 신화를 찾아 사람들은 공개적이지만 심리적으로 폐쇄된 PC 방이라는 공간을 찾는다. 그리곤, 현실과 같은 신화 속에 빠져 자신을 재창조한다. 자신이 경험하는 현실을 싫다고 느낄 때, 이 공간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준다.
나는 남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개인적 신화'를 경험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게임의 현실은 실재보다 더 생생하다. 옛날의 아이들이 소꿉장난과 같은 역할 놀이를 통해 현실을 가상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이제 우리 아이들은 PC방에서 단군의 땅을 찾고 바람의 나라의 시민으로 가상적 삶을 현실 생활에 접목시킨다. PC 방은 게임이 더 이상 장난이 아니라 문화가 되도록 한 곳이라고 한다. 이것은 문화가 생활의 일부가 아닌 꿈처럼 경험되는 우리 사회의 게임적 속성을 대변한다. 뜻밖의 성공에 우쭐했다가 하루아침에 쪽박을 차기도 하는 세상. 순식간에 벤처의 천국이 된 오늘 우리의 모습도, 꿈인지 현실인지 제대로 분간하기 힘든 일상의 혼란도 PC 방 속에 있다. 정보화 사회의 가장 잘 된 인프라로 찬사를 받으면서도 무언가 불량스럽고 불건전한 곳 아닐까 하는 시선을 받는 것도 이 공간의 특성이다. 그러나, 어떤 속성의 문화가 움트든지, 이 공간은 부담스런 현실을 피해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면서 현실보다 더 생생한 꿈의 세계를 쫓아가는 사이버 유목민의 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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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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