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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2000] ’PC방 심리학’

 

한국인에게 방은 폐쇄된 가족의 생활 공간이자 사람을 만나는 안전한 장소였다. 농경사회의 사랑방이 산업사회의 언저리에 다방이 되었다가 노래방, 찜질방으로 진화되어 이제 PC 방이 되었다. 방은 심리적으로 집단적 폐쇄성과 개인적 안정감을 모두 제공한다. 집단 속에 있지 않으면 불안한 우리의 심성은 방이라는 공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려고 하였다. PC방은 대중의 공간이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사람들을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상상의 세계 속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자기 변신을 경험한다.

PC방이 가지는 폐쇄성과 안정감, 자기 변신, 그리고 미지의 세계로의 탐색은 바로 우리의 현실적 욕구와 사이버 공간의 경험 모두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PC 방에서는 현실 같지 않은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세상사를 경험할 수 있다. 현실에서 사라져 버린 신화를 찾아 사람들은 공개적이지만 심리적으로 폐쇄된 PC 방이라는 공간을 찾는다. 그리곤, 현실과 같은 신화 속에 빠져 자신을 재창조한다. 자신이 경험하는 현실을 싫다고 느낄 때, 이 공간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준다.

나는 남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개인적 신화'를 경험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게임의 현실은 실재보다 더 생생하다. 옛날의 아이들이 소꿉장난과 같은 역할 놀이를 통해 현실을 가상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이제 우리 아이들은 PC방에서 단군의 땅을 찾고 바람의 나라의 시민으로 가상적 삶을 현실 생활에 접목시킨다. PC 방은 게임이 더 이상 장난이 아니라 문화가 되도록 한 곳이라고 한다. 이것은 문화가 생활의 일부가 아닌 꿈처럼 경험되는 우리 사회의 게임적 속성을 대변한다. 뜻밖의 성공에 우쭐했다가 하루아침에 쪽박을 차기도 하는 세상. 순식간에 벤처의 천국이 된 오늘 우리의 모습도, 꿈인지 현실인지 제대로 분간하기 힘든 일상의 혼란도 PC 방 속에 있다. 정보화 사회의 가장 잘 된 인프라로 찬사를 받으면서도 무언가 불량스럽고 불건전한 곳 아닐까 하는 시선을 받는 것도 이 공간의 특성이다. 그러나, 어떤 속성의 문화가 움트든지, 이 공간은 부담스런 현실을 피해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면서 현실보다 더 생생한 꿈의 세계를 쫓아가는 사이버 유목민의 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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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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