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가장 재밌게 본 프로그램 중 하나는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MC(랩퍼)들이 신예들과 함께 출연해 경연을 펼치는 방식의 케이블TV 프로그램으로 '나는가수다'의 힙합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힙합과 랩을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봤고, 그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인터넷 커뮤니티로 이어져 다른 시청자들의 반응을 엿보게 만들었다.
'쇼미더머니'에 대한 인터넷 댓글들의 주된 내용은 MC들의 실력에 대한 칭찬이었지만, 자신이 응원하지 않는 다른 MC들에 대한 '디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MC들 사이에선 자신이 더욱 우월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는 '디스(Disrespect)' 문화가 있는데, 팬들끼리 이를 두고 과격한 언쟁을 벌이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새롭게 팬으로 활동하려던 이에겐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새로 유입되는 팬이 기존 팬들의 갈등으로 인해 어울리기 힘든 분위기를 보며 최근 e스포츠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국내 e스포츠 업계는 얼마 전 스타크래프트2와 관련해 많은 갈등을 겪었다. 프로리그의 스타1, 스타2 종목 병행에 이어 한국e스포츠협회의 GSL 불참과 이에 따른 e스포츠연맹의 스타리그 출전 보류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시간이 지나며 굵직한 문제들은 해결됐지만 일부 팬들은 아직까지 협회와 연맹 편에 서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말로는 e스포츠 시장이 더욱 커졌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정작 팬들의 싸움으로 인해 새로운 팬이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겨우 십수년의 역사를 가진 e스포츠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프로게이머들은 승승장구하며 해외에 한국의 인지도를 널리 알리는데 큰 공을 세우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소식이 공중파 뉴스에 나오는 일은 1년에 한 두 차례 있을까 말까한 정도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프로게이머를 두고 '게임폐인'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도 한다.
앞서 얘기한 힙합도 마찬가지다. 음악적인 요소로써의 힙합은 지난 20년간 대중들 사이에 자연스레 녹아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기성세대를 포함해 적지 않은 사람들은 힙합문화를 두고 자유분방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문신과 욕설이 판치는 날라리들의 문화'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의 한편에는 e스포츠에서처럼 기존 팬들의 갈등이 녹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의 시각이 이러한데 팬들은 서로의 입장만 내세워 대립하고 새로운 팬의 유입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양보를 멀리한다면 결국 자신이 응원하는 문화의 저변 확대만 가로막게 될 뿐이다.
공교롭게도 '쇼미더머니'는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다량의 자원을 단숨에 확보하는 '치트키(Cheat Key)'이기도 하다. 진정으로 e스포츠 시장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다면 팬들, 그리고 관련 협·단체가 해묵은 갈등의 옷을 벗어던지고 화합하는 것이 e스포츠의 '쇼미더머니'를 외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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