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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 영등위 닮았다?… 계속된 논란

 

지난 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게임물등급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민간 이양'에 관한 토론회가 전병헌 국회의원 주최로 열렸지만 각계의 온도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게임위를 둘러싼 논란은 '게임물 등급 심사권'과 '사행성게임 심사권'을 게임위에 두느냐 민간으로 이양시키느냐에 관한 것으로 방법은 ▲두 권한 모두 게임위에 존치 ▲두 권한 모두 민간에 이양 혹은 ▲'사행성게임 심사권'만 게임위에 존치시키는 것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게임물등급관리위원회는 2006년 발생한 아케이드게임 '바다이야기' 사태를 기점으로 국회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 제정과 함께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게임물만 분리해 만든 공공기관이다.

게임위의 설립 목적은 영등위보다 게임에 전문적인 기관을 만들어 '게임물 등급심사'와 '사행성게임 심의'를 하는 것이었지만, 처음부터 '국고지원 없는 민간 권한 이양 자율심의'를 염두에 두고 만든 한시적 기구였다.

실제로 전병헌 국회의원이 밝힌 2005년, 2007년, 2009년 문방위 법안심사 소위 속기록에서 담당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게임위는 국고 지원이 없는 민간 권한 이양 자율심의를 약속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정부가 게임위 영구존치를 골자로 하는 게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 기구에 대한 사회적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 게임위…우린 법에 충실할 뿐

이날 토론회에서 게임위는 "우리는 법률에 충실한 활동을 할 뿐"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였다.

현행법상 '게임물'이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말한다(게임법 2조 1항).

또한 게임법은 같은 조항에서 '사행성 게임물' 개념을 따로 정의하면서 게임위에 법률적으로 '게임물'과 '사행성게임물' 모두에 대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권원을 주고 있다.

여기에 게임법 16조는 게임위가 '게임물의 등급분류 결정, 청소년 유해성 및 사행성 확인, 사후관리, 단속, 시정권고' 등 게임물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도록 다시 한 번 명시하고 있다.

결국 게임위는 게임법을 근거로 '게임물'과 '사행성 게임물' 모두 심의·의결은 물론 관리와 감독까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게임위가 내세우는 게임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게임법은 다른 조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권한을 게임위에게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게임위가 가진 '등급분류거부권'이다.

◆ 관련업계 주장 …'등급분류거부' 위헌적 권한

관련업계는 게임보다 파급력이 큰 영화나 비디오물은 '등급분류거부제도'가 없는데 반해 게임물은 법적으로 등급분류거부를 허용하는 불평등성을 논외로 하더라도,'등급분류거부제도'는 타 법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을 게임위가 버젓이 갖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게임위에 확인 결과 2012년 상반기 아케이드게임 등급분류거부 결정률은 45.4%로 2010년에 비하면 절반수준이긴 하지만 충분히 사전검열로 볼 수 있을 만큼 높은 거부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행정기관의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 허가나 검열에 대해 금지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이와 관련한 판결로 1996년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나 음반 사전심의 위헌 판결을 시작으로 1998년 비디오물, 2001년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영화등급 분류보류 위헌, 2008년 광고자율심의기구의 TV광고 사전심의 위헌 결정 등이 있다.

특히 2001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내린 영등위의 영화등급분류보류 위헌 판결(사건번호 2000헌가9)은 현재 게임위와 유사한 점이 많이 발견돼 눈길을 끈다.

첫째 구성면에서 영등위 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하고 위원회의 구성방법 및 절차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하는데 현행 게임법 16조에 규정된 게임위 구성 절차와 유사하다.

둘째 영등위는 국가예산으로 그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보조를 받을 수 있는데, 게임위 역시 국고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셋째 헌재는 영등위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이유로 행정권이 심의기관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집행하기 때문에 '겸열기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게임위는 설립부터 행정부 주체의 문화부 산하 검열기관이다.

넷째 영등위의 등급분류보류제도에 의해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는 상영이 금지되고,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채 영화를 상영한 자는 과태료, 상영금지 명령에 이어 심한 경우 형벌까지 받을수 있다. 여기에 등급분류보류 결정에 횟수 제한도 없기 때문에 헌재는 영등위의 '등급분류보류'를 '사전' 검열에 해당, 위헌으로 판단했다.

게임위의 경우 등급분류거부 횟수에 제한이 없음은 물론, 등급분류거부를 받거나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을 시중에 유통한 자는 징역형 등 최소 '형벌'을 벌칙으로 받는다. 과태료 등 행정처분으로 시작했던 영등위 위헌 판결 건(2000헌가9)과 비교하면 더욱 강력한 벌칙이다.

전병헌 국회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아케이드게임은 2010년 등급거부율이 94%에 달했다"며 "이 같은 현상은 헌법에서 금하고 있는 ‘사전검열’의 결과로 되어 버렸고, 부패의 구조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위의 한 관계자는 "검열이라기 보다 '확인'으로 생각한다"며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성 확인 중요성이 높아졌고, 북미·유럽과 달리 국내는 사행성 게임 점유율이 높아 '확인'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심의 절차를 두고 게임위는 '확인'으로 관련업계와 전병헌 의원은 '사전 검열'로 상호간 입장차를 보이는 것이다.

◆ 등급분류거부 권원…지나치게 모호

이렇게 사전검열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는 '등급분류보류결정'의 원인이 되는 법률을 찾아보면 더 큰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게임법 22조 2항은 게임위가 등급분류 거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중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규제 또는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기기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 항목은 정보통신법부터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까지 법 전문가라도 예상하기 힘든 대한민국의 모든 법률, 게임물과는 관련이 없는 입법, 사법, 행정의 영역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한 같은 조항의 '사행성게임물에 해당되는 게임물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 항목은 더욱 모호하다. 게임위는 이 조항의 '사행성' 관련 부분을 등급분류심의규정 18조에서 아래와 같이 해석한다.

▲이용요금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사행성이 우려되는 경우 ▲게임의 결과로 얻은 점수 또는 게임머니를 현금화하는 경우 ▲게임의 결과로 현금 또는 다른 물품을 제공받거나 취득할 수 있는 경우 ▲게임의 결과로 얻은 점수 또는 게임머니를 직간접 유통과정을 통해 유무형의 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 ▲네트워크로 상호 연결되어 게임의 결과에 의해 점수 등이 상호 이체되는 경우 ▲게임법 제21조 제8항에서 규정된 기술심의를 통해 등급거부 권고 판정을 받은 경우 ▲온라인 게임물로서 배팅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승패의 결과로 이용자간 이체될 수 있는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직접구매 가능한 경우 등 총 7개 범주를 예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음 이재헌 변호사는 "게임위의 법규해석이 광범위해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부합하는지 의문이 있으나 법률 위반이나 위헌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광범위한 법규해석으로 국민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니 가능한한 해석을 좁게 할 수 있도록 법률과 심의규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온라인게임업계…남일?

모바일게임은 작년 오픈마켓법 통과 이후 연 10만 건 이상의 게임이 자율심의되고 있다. 게임위가 등급분류를 맡고 있는 온라인게임도 등급분류거부율은 아케이드게임에 비하면 매우 낮다.

아케이드게임만 2010년 94%, 2012년 상반기 45.4%의 등급분류거부율을 나타내며 게임위의 주된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위 관계자는"온라인게임의 경우 올해 상반기 등급분류거부율은 3%에 불과하다"며 "일부 고스톱, 포커 게임류가 사행성과 관련해 반려됐을 뿐 그 외 장르는 모두 등급분류했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과 온라인게임은 현 등급분류 체제하에서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며 "게임위 민간 이양 문제는 아케이드게임업계의 이권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만큼, 이를 온라인과 모바일까지 확장해석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진 기자 Louis@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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