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 유일한 보안책 해킹 무방비
폐쇄게임 변질, PC방 유저이탈 원인
임시방편 아닌 근본 대책 마련 시급

전 세계 1천만 장의 판매를 기록한 디아블로3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게임 난이도 조절 실패와 엔드 콘텐츠의 부실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실패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PC방 점령의 실패다.
전작인 디아블로2는 출시와 함께 전국 PC방에 디아블로 열풍을 몰고 왔다. 어느 PC방에 가더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자리는 이미 다 찼으며, 밤새도록 디아블로2를 즐기는 유저들과 간혹 들리는 득템의 외침은 주변 게이머들에게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져 나가 흥행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디아블로3는 PC방에서 즐기는 유저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리그오브레전드와 FPS 장르의 서든어택 등을 즐기는 유저가 많은 것이 현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서 제공하는 순위를 살펴보면 현재 디아블로3는 리그오브레전드, 블레이드앤소울, 서든어택 다음으로 4위에 랭크돼 있다. 5위인 피파온라인과의 점유율은 불과 0.12%에 불과한 상황이다.

▲PC방 흥행 돌풍의 주인공이었던 전작 '디아블로2'
◆ 취약한 보안, 해킹 두려움 … PC방 흥행 실패의 원인
최근 PC방에서 디아블로3를 즐기는 유저 감소는 ‘해킹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PC방에서 플레이하면 언제 해킹당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심리상태가 극에 달해 게임을 자제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허술한 보안은 결국 한번 해킹을 당한 유저라도 두 번, 심지어는 세 번까지 해킹을 당하는 심각한 사태까지 이어졌다.
실제 디아블로3 게임조선 유저 중 한 명은 총 3회나 해킹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 유저는 해킹을 막기 위해 블리자드에서 제공하는 인증기는 물론 스스로 유료 백신을 구입하고 USB형 백신까지 사용하는 등 일반적인 유저가 할 수 있는 노력 이상을 들였지만 결국 해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번의 해킹은 본인 부주의라고 할 수 있지만 이처럼 개인이 보안을 강화한 상태에서 연이은 해킹은 단순히 유저의 부주의나 관리 소홀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심각하다.
게이머들은 한 번이라도 해킹을 경험하면 자신의 그동안 획득했던 아이템을 포함한 모든 게임 내 재화가 사라지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즉 유저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킹에 대한 두려움은 친구들과 함께 즐겨야 할 게임을 집에서 혼자 플레이하는 ‘폐쇄적인 게임’으로 만들었다.
이같은 악순환은 결국 디아블로3의 PC방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디아블로3 게임조선 내 해킹 관련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블리자드' 임시방편 아닌 근본 대책 마련 시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디아블로3를 서비스하고 있는 블리자드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하루빨리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내 온라인게임들은 해킹으로부터 유저를 지키기 위해 OTP, 2차 비밀번호, 엔프로텍트와 같은 보안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디아블로3가 제공하는 보안은 인증기가 유일하다. 인증기는 언뜻 보면 OTP와 유사하지만 실제 지급 받은 비밀번호는 한번 입력해 로그인했더라도 일정 시간 동안 재사용이 가능해 해킹범이 유저들의 접속을 끊을 수 있다.
또 블리자드는 유저가 해킹의 피해를 입으면 이를 복구해주는 방식으로 디아블로3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5월 15일 게임 론칭 이래 3달이 지났지만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의 ‘보안’과 관련한 업데이트’ 공지를 내놓지 못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는 해킹 사례가 적지 않음을 반증한다.
◆ 보안 강화…신규 콘텐츠 승부의 분수령
최근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의 경매장 강화, 전설 아이템 개선, 직업 밸런스 수정을 목표로 하는 1.0.4 패치와 PVP 시스템이 포함된 1.1 패치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엔드 콘텐츠도 함께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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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아블로3가 현재의 보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이러한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게임 콘텐츠를 유저들은 해킹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즐기지 못 할 수도 있다.
화려한 그래픽, 방대한 세계관, 완성도 높은 게임 시스템, 호쾌한 액션 등 다양한 요소들은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지만, 이 모든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플레이 하는 유저들이 얼마나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을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언제 해킹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즐기는 게임이 과연 재미있을까?
대형 게임사라는 위치에 있는 블리자드는 다른 중소 게임사와 게이머들에게 신뢰와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많은 유저들의 기대와 사랑을 받는 회사로서의 책임과 의무다.
블리자드가 최대한 빨리 보안을 강화해 유저들이 마음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게임의 다양한 콘텐츠와 재미가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희 기자 ants1016@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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