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전통의 명문 레스토랑이 10년 만에 새로운 요리를 공개했다. 유능한 요리사와 신선한 식재료, 화려한 데코레이션 등 모든 부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맛’에 새로움은 없었다.
고질적으로 지적됐던 서비스에 대한 개선도 제 때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고객들의 불만이 늘어나면서 불매와 환불 사태가 발생했다.
맛과 전통에 대한 오만에 빠졌던 레스토랑 측은 뒤늦게 대표가 사과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고객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자신이 없다면 이 명문 레스토랑은 20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사라져야만 한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는 지난 21일 출시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5월 15일 서비스를 시작한지 불과 73일 만의 일이다. 한 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4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던 그 게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변화와 혁신’보다는 과거의 향수에 기대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린 오만과 독선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한다.
디아블로3는 출시 전부터 전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혁신의 아이콘’인 블리자드의 ‘브랜드 명성’과 전작 ‘디아블로2’의 글로벌 흥행이라는 ‘화려한 이력’이 결합되면서 ‘2012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초반 기세는 이를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출시 초반 반쯤 열린 뚜껑 사이로 보인 ‘디아블로3’는 출시 30분 만에 초도 물량이 전량 매진되는 등 센세이션에 가까운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속살을 드러낸 디아블로3는 서비스는 물론 콘텐츠에서도 과거 명성과 당초의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 및 운영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했고 블리자드는 ‘블레이드앤소울’ ‘LOL’ 등 경쟁작에 비해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매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궁여지책만으로 일관했다.
블리자드의 이러한 고압적인 자세는 결국 이용자 불만을 가중시켰고 ‘환불’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그리고 유저 이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게임성은 신선함이 떨어졌다. 디아블로3의 핵심 콘텐츠는 사냥을 통한 ‘아이템 수집’이다. 전작 ‘디아블로2’와 대동소이했던 것.
전작과 차이는 새롭게 도입된 ‘경매 시스템’ 정도다. 하지만 핵심 콘텐츠로 꼽히는 ‘사냥을 통한 아이템’ 활성화의 보조수단에 불과했다.
‘아이템 수집’은 자칫 반복된 사냥으로 인해 지루함이 신작에서 답습된 셈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자연스레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흥미를 반감시켰고 이내 이탈로 이어졌다.
디아블로3는 전혀 새로운 맛을 창조한 신메뉴가 아니라 과거 인기 메뉴에 새로운 소스가 추가된 ‘결여된 도전정신’의 부산물에 그쳤다.
친절 대신 오만을, 혁신 대신 변화를 선택한 블리자드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의문이다. 그리고 땅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역시 궁금하다.
[이민재 기자 st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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