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관념이 항상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최근 게임업계 동향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최근 게임업계에는 ‘블레이드앤소울’과 ‘디아블로3’ 등 유례없는 대작들의 ‘홍수’가 이어지면서 신작이 구작을 갉아먹는 ‘자기잠식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 형만한 아우에 밀린 간판 타이틀…디아블로3
이러한 현상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블리자드)의 ‘디아블로3’.
전작에 대한 기대감과 노이즈 마케팅으로 여론몰이에 성공한 ‘디아블로3’는 출시 일주일 만에 40%에 육박하는 PC방 점유율(게임트릭스 5월 21일 자료)을 기록했다.
그러나 블리자드 입장에서 마냥 즐거워할 일만은 아니었다. 디아블로3의 등장으로 인해 그간 국내시장의 핵심 매출원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의 점유율이 절반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게임트릭스의 조사에 따르면 와우의 PC방 점유율은 디아블로3 출시를 전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디아블로3가 출시되기 전 주말(12~13일) 1.63%를 기록한 와우의 PC방 점유율이 출시 이후 0.76%(21~22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PC방점유율 순위는 13위에서 16위로 3계단 하락했다.
엔씨소프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차기작 ‘블레이드앤소울(블소)’이 시장에 안착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정작 자사의 구작들은 모두 하락한 것.
지난달 21일 공개서비스에 돌입한 블소는 첫날 10%에 육박하는 PC방 점유율을 기록하며 성공가능성을 보이더니 사흘 만에 ‘난공불락’으로 평가됐던 디아블로3를 누르고 정상에 올라섰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역시 구작들의 추락을 막지는 못했다. 블소가 출시되기 전 주말(16~17일) 간판 타이틀이었던 아이온의 PC방 점유율은 7.41%로 3위에 랭크됐다. 리니지시리즈는 2.28%와 1.4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각각 8위와 9위 자리를 지켰다.
블소가 출시되자 3개의 타이틀 모두 1%대의 점유율 하락을 기록했다. 특히 116주 연속 PC방 점유율 정상을 차지했던 아이온은 출시 이후 처음으로 5위권 밖에 밀려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자기잠식효과에 대해 상당히 의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그간 출시됐던 숱한 후속작들은 대부분 전작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거나 이용자를 양분하는 정도에 그쳐왔다.
또 이탈유저의 대부분이 충성도 높은 고객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와우를 비롯한 아이온, 리니지시리즈 모두 10여년 가까이 서비스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 자기잠식효과로 인한 매출 감소 대응책은?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블리자드와 엔씨소프트의 사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블리자드의 경우 엔씨소프트에 비해 중장기적인 매출손실이 예상된다.
이 같은 문제점은 디아블로3와 와우의 수익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디아블로3의 경우 PC패키지 기반의 일회성 콘텐츠라 한 번 판매하면 서비스가 종료될 때까지 별도의 수익을 올리기 힘든 구조다.
더욱이 이러한 단점을 보안하고자 야심차게 준비한 ‘현금경매장’마저 국내 도입에 실패하면서 추가적인 수익발생도 묘연한 상태이다.
블리자드는 현재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디아블로3 서버에 이용자간 현금으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별도의 경매장을 개설, 거래금액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와우는 매달 일정금액을 지불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 상품이라 수익성 면에서는 ‘디아블로3’보다 안정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론이다.
때문에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의 출시하면서 일시적인 수익창출에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오히려 손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코리아 관계자는 “디아블로3의 경우 유저들을 고려해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와 동일한 PC패키지로 발매했다”며 “수익의 일정부분을 포기하더라도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이러한 결정을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금경매장의 경우 아직 정확한 시기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국내 도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며 “와우 역시 올 하반기 예정된 ‘판다리아의 안개’ 업데이트를 통해 재도약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수익성 면에서 합격점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블소의 경우 공개서비스를 시작한지 열흘만에 상용화에 돌입했다. 월 정액제 기반의 프리미엄 게임서비스를 선택한 블소의 월정액 금액은 아이온보다 약 3000원 가량 비싼 2만3000원에 책정됐다.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타이틀들의 PC방 점유율 총합 역시 블소가 출시된 이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블소가 출시되기 하루 전날 11.18%를 기록한 엔씨소프트의 전체 PC방 점유율은 현재 27.56%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엔씨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블소가 출시되면서 오히려 엔씨소프트의 신규 이용자가 증가했다”며 “아이온과 리니지시리즈의 점유율은 하락했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전보다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자기잠식효과 : 한 기업에서 새롭게 출시한 제품이나 기술이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영역까지 침범해 해당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경제용어.
[이민재 기자 st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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