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패키지 유료 베타테스터로 봐야죠"
이 말은 올해 게임업계 최고 기대작 가운데 하나인 '디아블로3'를 즐기는 한 게이머가 서버 장애와 관련해 보낸 제보 메일에서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을 전한 문구다.

▲ 12년 만에 귀환한 악마의 게임 '디아블로3'
지난 5월 15일 전 세계 동시 출시된 블리자드의 신작 게임 '디아블로3'는 발매 첫날 350만 장이 판매되며 역대 가장 빨리 판매된 PC게임의 기록을 갱신했고 1주일간 약 630 만장이 팔려나갔다. 국내에서는 출시 이틀 만에 PC방 점유율에서 리그오브레전드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고 아시아 서버의 최고 동시접속자는 64만(한국 43만)을 기록했다.
5월 14일 서울 왕십리에서 열린 출시 전야 행사에는 디아블로3의 한정소장판을 구매하기 위해 35시간 전부터 게이머들이 대기하기 시작해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 약 3천여 명 이상의 인원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장진 감독은 한 방송 프로에서 "디아블로3가 게임 판매의 새 역사를 섰다고 하는데 이를 여성들이 이해를 잘 못 하는 데 쉽게 샤넬이 12년 동안 백을 만들지 않고 있다가 새로운 가방을 선보인 것과 같다"고 표현해 게임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설명을 돕기도 했다.
디아블로3의 열풍은 그야말로 '핵폭풍'급 인기몰이다.
12년 만에 다시 등장한 이 악마의 게임은 최근 출시되는 게임에 비해 화려한 그래픽으로 압도하지도 않고 기존 게임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지도 않다.
단지 블리자드의 게임 개발 철학으로 알려진 '익히기는 쉽고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는 어려운 게임'을 지향해 게임 시스템 대부분은 새로움보다는 기존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것들을 더 쉽고 편리하게 다듬는데 초점을 맞췄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재미 요소는 다수의 몬스터와 펼치는 '전투'에서 출발한다. 디아블로3에서도 그 부분에 역점을 뒀다. 비록 그래픽은 화려하지 않지만,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뛰어난 몰입도를 제공한다.

▲ 디아블로3 게임 스크린샷
근접 전투 캐릭터인 야만용사로 몬스터 무리를 상대할 때면 실제 전투를 펼치는 것만큼의 생동감과 함께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무덤 근처에서 난타전을 치르고 나면 주변의 묘비들까지 모두 파괴된 상태가 된다.
전투의 재미는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마법사나 악마사냥꾼, 부두술사도 마찬가지다. 손맛에 중점을 뒀고 게임상에서 무빙샷과 말뚝 사냥 등으로 불리는 방식의 전투 패턴도 있다. 여기에 사운드는 게임을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각종 효과음까지 세심하게 구성됐다.
또한, 이전 출시작에서 선보였던 시스템의 노하우도 디아블로3에 맞춰 변경했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서 선보인 비슷한 수준의 경쟁상대를 연결해주는 방식은 디아블로3에서 비슷한 수준의 파티원을 찾아주는 형태로 제공되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의 업적 시스템은 디아블로3에서도 만날 수 있다. 또 와우의 레이드 개념은 불지옥의 극악 난이도와 몬스터의 행동방식에 대응하는 전투방식으로 풀었다.
"명불허전과 명불허접은 한 글자 차이..."
하지만, 매력적인 요소로 인기몰이만큼이나 반대급부로 서버 장애와 매끄럽지 못한 운영상의 문제도 뜨거운 화두다.
디아블로3는 출시 이후 약 열흘간 게임 서버 장애 및 점검, 대기열 등이 발생해 게이머들에게 원활한 게임플레이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다. 특히 첫 주말에는 예고 없는 점검과 로그인 서버 혼잡 등의 문제로 유저들은 정식 패키지를 구매하고도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아래 디아블로3 게임조선에서 서비스 첫날부터 지난 3일까지 아시아 서버 현황에 대해 매시간 조사한 표를 보면 서버 점검과 오류, 접속 지연 등의 장애가 빈번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디아블로3 정식 서비스 이후 2일을 제외하고 서버에는 매번 크고 작은 이슈가 발생했다
이에 게이머들은 집단으로 환불 요청에 나섰지만, 블리자드코리아는 자사의 약관과 정책을 기준으로 환불 불허의 입장을 밝혔고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이 접수돼 블리자드코리아에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관이 파견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블리자드의 게임 환불정책에 따르면 패키지 상품은 구매 후 7일 이내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만 환불이 가능하고 디지털 상품은 결제 후 바로 배틀넷 계정에 등록돼 환불이 불가능하다. 다만 결제오류 등의 사유로 중복 결제가 된 경우에만 결제 취소가 가능하다.

▲ 배틀넷 홈페이지의 게임 환불 안내 페이지 캡처 이미지
디아블로3를 패키지게임으로만 본다면 블리자드 측 주장대로 개봉된 게임은 환불 불가가 맞아 보인다. 그러나 디아블로3의 게임플레이는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 배틀넷에 접속해야지만 가능해 서버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게임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된다. 즉 싱글플레이가 지원되고 부가적으로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제공하는 콘솔이나 다른 PC패키지와는 서비스 형태가 다른 것.
이런 측면에서 게이머들은 환불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디아블로3 최종 사용자 라이선스 계약 11조 온라인 구성 요소를 보면 게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최종 사용자는 두 경우 모두 허가받은 서비스 접근 권한을 획득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앞서 설명한대로 디아블로3는 오프라인에서 이용할 수 없다.
게임 서비스 부분은 배틀넷 이용약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19.4조 '미예고 서비스 중단'에 관련된 내용이 있다.
이 항목에 따르면 블리자드가 사전통지 없이 서비스를 1일 4시간(누적시간) 이상 중단하거나 장애를 일으키면 중단/장애 시간의 3배 만큼의 게임시간을 제공하고 사전 통보 없이 30일 동안 발생한 서비스 중단/장애 누적시간이 7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 이용자의 권리라 명시돼 있다.
약관대로라면 블리자드는 사전 통보 시 서버 중단 및 장애 현상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한, 디아블로3는 패키지 구매에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중단/장애 시간의 3배 만큼의 게임시간을 제공한다는 약관의 설명은 디아블로3의 서비스와도 맞지 않다.

▲ 배틀넷 이용약관 캡처 이미지
이러한 약관의 불공정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를 진행하겠지만 앞서 이야기한대로 패키지를 구매하고도 서버 문제로 게임을 즐기지 못한 게이머들의 불편사항은 그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만 했다.
지난 5월 24일 블리자드의 최고 운영책임자(COO) 폴 샘즈는 게임 홈페이지를 통해 아시아 서버에 접속 예상 규모에 맞춰 준비했지만 실제 더 많은 유저가 몰리며 서버는 포화 상태에 다다라 서버 장애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추가 서버 증설과 최작화 작업을 예고하는 사과 공지를 올렸다.
이후 서버는 안정화를 보였으나 게임 내 지연시간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디아블로3 게임조선에서 이를 확인해본 결과 한창 시간 대에 게임 이용자 일부를 북미 서버로 우회 접속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1일, 블리자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북미 서버 우회 접속 허용 사실을 인정하며 아시아 서버 증설에 물리적 시간 소요가 불가피해 취한 조치라 해명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아시아서버에 최고 동시접속자가 약 64만 명이며 국내에서는 43만 명이 동시 접속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내 온라인게임 최고 동시접속자 기록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가 기록한 62만 명이라는 점을 살폈을 때 게임의 큰 인기를 실감할 수 있지만 유저들 입장에서는 동시 접속자가 100만 명이 될지라도 비용을 지급하고 구매한 안정된 환경에서 즐기고 싶을 뿐이고 게임의 인기로 발생하는 불편사항을 감수할 순 없는 노릇이다.
블리자드에서 서버 증설의 약속한 이후 서버는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게임 내에서는 여전히 각종 버그와 오류 현상들이 게이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4일부터는 게임 내 경매장에 문제가 발생해 현재까지도 일부 아이템이 검색되지 않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퀘스트를 한 번 수행해 세 번까지 보상을 얻을 수 있던 문제를 비롯해 특정 아이템을 바닥에 두면 몬스터나 캐릭터가 이를 지나가지 못하는 버그와 보스 몬스터의 시야에서 벗어나 전혀 피해를 보지 않고 공략할 수 있었던 문제 등이 발생하고 수정됐다.
업적 시스템도 버그 때문에 완료를 했지만 재진행해야 하는 불편함에 대해서도 유저들은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게이머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유료 패키지 베타테스터'의 역할을 했다는 지적과 함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최고의 게임이자 최악의 서비스란 평가도 있다.
여기에 한국에서 일주일 남짓의 짧은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별도의 스트레스 테스트 없이 정식 출시로 이어진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유저들도 있다. 그들은 테스트과정에서 앞서 발견돼 해결되고 조치해야 할 부분이 정식 서비스에 그대로 드러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 디아블로3는 각종 게임 순위 지표에 대격변을 일으키며 전 세계 게임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게임 평가의 중요 요소인 게임성과 재미 면에서는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고 그 만큼 많은 이들이 애정이 어린 마음을 갖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 한정판 구매를 위한 대기열. 그들의 애정만큼 블리자드도 유저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게임 서비스에서 아직 유저들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고의 게임이란 찬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안정된 서비스와 운영이 함께해야 한다. 20년 만에 부활한 악마 '디아블로'로부터 성역을 지킬 영웅들은 '원하는 시간에 쾌적한 성역에서 모험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이관우 기자 temz@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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