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미롭지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중국산 게임이 처음으로 한국시장 문을 두드렸던 지난 2005년 여름,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당시 게임시장의 후발주자였던 중국은 한국에 비해 기술과 개발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 여기에 국내 온라인게임의 최대 수출국이라는 이미지까지 한 몫 더해졌다. 이러한 요소들이 더해져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해가 7번이나 바뀐 2012년 현재, 중국은 ‘13억 경제학’이라 불리는 내수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전 세계 게임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로 보인다. 해외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 흥행작 부재에 따른 이미지 고착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인 국내시장에서 받은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만 봐도 그렇다.
중국게임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저렴한 가격과 본토에서 입증된 흥행성을 앞세워 한국시장에서의 성공을 꿈꾸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 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중국게임 비율은 예년보다 3배나 상승한 약 15%를 기록했으며,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중국게임 등급분류 건수 역시 2010년 249건에서 2011년 421건으로 60%이상 대폭 증가했다.
물량공세는 늘었지만 흥행작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중국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완미세계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완미세계’와 ‘불멸 온라인’정도만이 간신히 체면치레하는 수준이다. 이중 ‘불멸 온라인’은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중국산 게임 중 가장 높은 7만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거듭된 실패에 중국 게임사들은 도전보다 안전을 택한 모습이다. 최근 국내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중국 산 게임들의 대다수는 온라인게임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유지보수비용이 드는 웹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국내 웹게임 시장의 90%는 중국산 게임이 꿰차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신선도, 케인랜드, 쾌걸삼국지, 크레이지붐, 전장, 전삼국, 묵혼, Z9온라인 등 약 10여종 이상의 중국산 웹게임들이 국내에 서비스될 예정이다. 온라인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 웹게임 이용인구를 고려했을 때 이정도면 거의 범람에 가까운 수치이다.

◆ ‘산짜이 문화’의 부작용
중국산 게임이 국내에서 큰 성과를 거둬들이지 못하는 또 다른 원인은 일명 ‘짝퉁’이라 불리는 ‘산짜이 문화’에서 비롯됐다.
인민들의 대다수가 부끄럼 없는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지적재산권에 민감한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산짜이 문화가 아이디어와 기술의 집합체라 볼 수 있는 온라인게임에 접목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중국 최대 게임전문사이트인 17173닷컴에 따르면 2004년 109종에 불과했던 중국 게임사들의 자체제작 게임은 지난해 425종을 기록, 7년 사이 290%가까이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세에도 시장의 이미지는 오히려 부정적이다. 자체제작 게임 수는 증가했지만 기술력은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인 것. 이 같은 문제점은 신생 개발사가 탄생하는 배경만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 게임업계 소식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의 신생 개발사는 사실 중고 개발사나 다름없다”며 “신생 개발사의 설립멤버들은 기존에 소속돼있던 업체의 게임 IP를 가지고 나와 이를 합친 새로운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A게임사의 기획자와 B게임사의 디자이너, C게임사의 개발자가 각자 서비스하던 게임의 특정 기술을 고스란히 들고 나와 이를 합치고 변형해 새로운 게임인양 시장에 선보인다는 것.
한국 온라인게임 역시 산짜이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 지난 2009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짝퉁게임과 현지 이용자를 놓고 경쟁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해당 게임사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짝퉁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믿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이는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며 중국게임업계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켰다.
최근에는 중국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산 온라인게임을 거의 완벽하게 모사한 중국산 게임이 역으로 한국에 수출되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해당 중국개발사는 이러한 사실을 스스로 밝히고 국내시장의 타깃으로 원작게임을 겨냥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 국내에선 ‘근절’ 중국에선 ‘필수’?
국내 게임사들은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불법행위 등을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동사냥프로그램’의 근절이다. 다른 말로 ‘오토’라고도 불리는 문제의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명령 없이도 컴퓨터가 자동으로 사냥을 진행하는 일종의 해킹 툴이다. 특히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재화가 자산 가치를 인정받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내시장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게임사들은 오토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한술 더 떠 ‘오토’를 상품화하는 기막힌 상술까지 선보였다. 실제 지난 2009년 국내에 들어온 중국산 게임이 ‘자동사냥프로그램’을 현금아이템으로 판매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해당 게임사 관계자는 “자동사냥프로그램은 게임 내 시스템으로 사용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라며 오히려 이용자편의를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게이머들로부터 한국 게임시장의 분위기를 흩뜨려 놓고 있다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해당 게임은 결국 서비스 2년 만에 문을 닫고 쓸쓸히 본토로 돌아갔다.
중국에 인수 합병된 이후 180도 정책이 달라진 국내게임사의 모습 또한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토프로그램과 전면전을 선보하며 업계의 귀감을 샀던 A게임사는 2004년 중국의 거대 게임업체에 인수 합병된다.
인수 이후 A게임사는 오토프로그램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캠페인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중국본사의 눈치를 보느라 입바른 소리를 못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오토’프로그램의 근절은 중국산 게임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게임사들이 한국지사를 설립하는 등 본격적으로 국내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며 “한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중국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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