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들은 말한다. 모두 ‘예’라고 할 때 홀로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아니요’라는 의견은 진실성과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철저히 묵인되기 때문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는 다수의견에 가려져있던 소수의견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특수경찰 존 앤더튼(톰 크루즈, 이하 존)의 목숨을 건 사투를 담고 있다.

스티븐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가 손을 잡으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절대적 흥행공식에 사이언스픽션(SF)이 가미돼 탄생한 이 영화는 근 미래 워싱턴을 배경으로 경찰에 고용된 천리안(예언자)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범죄를 예견해 범죄자를 미리 예방적으로 체포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상상력이 동원됐다.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첨단 과학기술들은 145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관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새로운 세상, 컴퓨터 스크린에 손을 움직이면서 타이핑하고, 광고판이 얼굴을 인식해 성별을 파악하는 신기한 세상이 눈앞에 다가와있다.
◆ 상상하는 모든 것들이 영상으로
2054년 워싱턴. 6년 전 출범한 ‘프리크라임’으로 인해 워싱턴에는 단 한건의 살인사건도 발생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말하는 ‘프리크라임’이란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내는 획기적인 치안 시스템이자 이를 이용해 범죄를 예방하는 미래의 특수경찰 집단을 일컫는다.

이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예언자들의 예견된 범죄를 영상화하는 것. 예언자들의 뇌를 단층 촬영해 마음을 읽고 헤드기어를 통과한 백색광선이 뇌에 흡수되면 영상화 된다는 설정이다.
‘프리크라임’은 예언자들이 보여주는 영상을 분석해 수사망을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용의자를 색출하고 체포한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특수경찰들이 범인을 검거하면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데, 아직 범죄를 저지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살인 예정 범인’이라는 낮선 표현을 사용한다.
◆ 두 손으로 지휘하는 컴퓨터
범죄는 예언됐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범행 장소와 용의자를 찾지 못하면 살인사건을 막을 수 없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 키보드를 연신 두드리며 마우스를 사방팔방 움직이는 것도 시간낭비다. ‘마이너리티 리포트’하면 떠오르는 명장면도 여기서 연출된다.

바로 존이 거대한 컴퓨터 스크린에서 자신의 손을 움직여 데이터를 조작하는 장면이다. 엄지부터 중지까지 광센서가 달린 장갑을 이용해 데이터를 불러오거나 화면을 확대하는 등의 제스처 인터페이스 기술을 사용한다.
놀라운 건 이 기술이 최근 현실 세계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일명 ‘에어마우스’라 불리는 이 입력장치는 유연한 조작이 가능해 타이핑 등을 해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광레이저를 사용한 이 제품은 1회 충전만으로 일주일간 사용이 가능하며 올해 안에 정식으로 출시된다.
◆ “개인정보? 눈을 보고 내게 말해요”
존이 살인 예정자로 지목되면서 영화는 빠른 전개에 돌입한다. 팀원들의 추격을 피하며 간신히 도주에 성공하지만 공공장소에 설치된 홍채인식 장치들이 24시간 감시자로 돌변한다.
영화에서는 개인의 신분을 확인할 때 위조나 복제가 불가능한 홍채인식 시스템을 주로 사용한다. 심지어 길거리에 있는 광고판들조차 행인들의 홍채를 인식해 친근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제품을 홍보한다.

때문에 존은 자신의 눈을 타인의 눈으로 교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홍채인식 장치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실제 홍채인식 기술은 현재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홍채인식 시스템은 망막의 모세혈관 분포패턴과 홍채의 무늬, 형태, 색깔 등을 개인 식별에 이용하는 것으로, 타 생체인식시스템에 비해 인식 실패율이 낮은 것이 장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경우지만 최근 얼굴을 분석해 남녀를 구분하는 광고판이 등장했다. 영국 옥스퍼드가의 한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이 광고판은 눈 사이 간격과 뺨, 코, 턱선 등을 분석해 성별을 인식하며 성공확률은 90%에 가깝다고 전해졌다.
※ 다음화는 스티븐스필버그 감독 시리즈의 마지막편 '리얼스틸'로 찾아 뵙겠습니다.
[이민재 기자 st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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