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대표 박현철)가 '라그나로크'의 명맥을 잇는 차기작 MMORPG '라그나로크2'를 선보였다.
전작 '라그나로크'의 37개국 상용화를 발판으로 아시아권에서 이름을 떨친 그라비티는 이번에 공개한 '라그나로크2'(이하 라그2)로 전작의 명성을 이어간다는 각오다.
◆ 라그2, 4년 만에 재오픈…실적반등 기회 될까
그라비티의 두 번째 도약점이 될 '라그2'는 아라비아 숫자 2와 연관이 많은 게임이다.
우선 타이틀명을 통해 알 수 있듯 전작의 후속 타이틀이다. 또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오픈베타(공개시범테스트)를 실시했다가 서비스를 종료했던 이력 탓에 두 번의 대대적인 개발과정을 거쳤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라그2'는 이 같은 과정을 지나 2012년 2월 22일 2시 22분 22초에 두 번째 공개서비스에 돌입했다.
이 게임은 2와 연관된 오명도 갖고 있다. "전작 '라그나로크'를 넘지 못하고 '그라비티의 2등 게임'에 그칠 것"이라는 게 게이머와 업계 일각의 평가다.
7년 전 '라그2'가 처음 공개됐을 때는 전작의 명성에 힘입어 '기대작'으로 불려졌으나, 그때와 달리 지금의 이 게임에게는 더는 '기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지 않는다. 왜일까?
그 답은 그라비티의 행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게임의 운명은 결정권을 가진 개발사와도 연관 지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2001년 '라그나로크'로 이름을 알린 그라비티에게 현재까지 이 작품을 넘어설 만한 성과를 보인 타이틀이 없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쟁쟁한 퀄리티로 무장한 경쟁작은 늘어 갔고, 이에 따라 그라비티의 매출도 자연스레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에는 캐주얼한 성향의 '라그나로크'와 타겟층이 겹치는 3D MMORPG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그라비티의 2005년 2분기 순이익은 60% 이상 감소한다.
결국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의 일본어 베타 버전을 제공했던 소프트뱅크-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에 매각되고 만다. 4천억 원에 그라비티를 산 겅호온라인은 '라그나로크' 일본 서비스사이자 현재 그라비티의 모회사로 당시 매출 96%를 '라그나로크'에 의존했었다.
▲ 리뉴얼된 '라그나로크2' 스크린샷
◆ 개성 잃은 '라그2'…도전 아닌 안전 택한 까닭은
인수 후에도 그라비티는 게임개발사로서 PC온라인과 닌텐도DS,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여러 게임 개발에 도전해왔다. 하지만 '라그나로크' 이후 타이틀들은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라그나로크' 시리즈만으로 기억되는 회사가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차게 선보인 '라그2'는 공교롭게도 그라비티가 인수되던 해인 2005년에 발표된 게임이다. 지금에서야 공개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 게임의 운명은 순탄치 못했다. 당시 게임들에 없었던 온갖 참신한 시스템을 선보였지만 고질적인 렉과 버그가 4년간의 테스트 동안 이어졌다.
끝내 그라비티는 '라그2' 예전 버전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게임을 리뉴얼하고 만다. '라그2'는 고유의 개성을 잃고 전작의 3D 버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흥행이 입증된 전작을 모방하는, '비교적 안전한 선택' 쪽으로 개발 방향을 선회한 것.

▲ '라그나로크2' 예전 버전 스크린샷
'라그2'가 긴 시간 테스트와 변혁을 겪는 동안에도 '라그나로크'는 콘텐츠 수명이 다해가면서 '유저 이탈'이라는 피치 못할 수순을 밟게 된다.
이에 그라비티는 '에밀크로니클온라인' '파인딩네버랜드온라인' 등 유사한 타입의 게임을 퍼블리싱하기에 나섰다. 도중에 출시했던 자체개발작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4년 '로즈온라인'을 서비스 시작한 뒤 3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고, 2007년 '레퀴엠온라인'을 출시해 조용히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라그나로크'만한 캐시카우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라그나로크'와 유사한 점이 많은 게임인 '파인딩네버랜드온라인'은 '라그나로크3 유출사건'이라는 카피라이트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음에도 '라그나로크'에 견줄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이 중 몇 개 게임 서비스는 모회사 겅호온라인과도 관계가 있는 선택이다. 2009년 그라비티가 더나인에 매각된다는 설도 돌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양사는 한국 시장 수익 창출에 굳건한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 라그나로크, 여전히 신규 클래스 업데이트를 한다. 어깨가 무겁다.
◆ '라그2'는 그라비티의 게임사로서의 역량 재검증할 게임
그라비티는 한국의 유명 게임사이자 나스닥 상장사다. '라그나로크' 출시 후 10년간 새로운 캐시카우가 없었으니, 이쯤 되면 게임을 만드는 게 정답인지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재고해볼 법하다.
실제로 그라비티는 2010년 말 소셜네트워크 기능을 강화한 게임포털 '지앤조이'를 런칭하며 글로벌 퍼블리셔로의 행보를 선언했다. 이제 서비스 1년 차를 넘긴 '지앤조이'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은 총 8개.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가운데 자체개발작은 3개뿐이고 나머지는 외산 게임 퍼블리싱이다.
이 밖에도 그라비티는 모회사 겅호온라인이 만든 '프린세스펀트' 등 게임을 국내 시장에 서비스하거나 자회사 네오싸이언(대표 기타무라 요시노리 전 그라비티 대표)을 통해 '걸스파라다이스' '판타지아쿠아'와 같은 모바일 소셜게임도 서비스했다.
하지만, 일련의 사업 중 '대박'은 없었고 심지어 게임업계 사람들도 잘 모를 만큼 알려지지 않았다. 즉, 자체개발은 물론 퍼블리싱 등 사업 분야에서도 승부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모바일게임 등 시대의 트렌드를 노렸음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는 없다.
이제는 그 숱한 도전들이 야심작 '라그나로크2'의 발목을 잡게 됐다. 그라비티는 11년 전 게임인 '라그나로크' 단 하나의 타이틀로 개발력을 입증받았다. 그만큼 현재 게임 업계에서 입지와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라그2'의 재개발 기간이었던 지난 4년간 퍼블리싱한 게임 중 흥행은 없었고, 렉에 시달리던 '라그2'의 공개서비스 첫 날마저도 점검으로 얼룩져 서비스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1일차부터 계속된 점검과 서버 불안정은 그라비티가 '라그2'를 재런칭하며 내세운 "약속을 지킵니다"라는 구호를 스스로 초라하게 만들며 게이머들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연장 점검 시 게임 내 버프를 제공한다는 이벤트까지 진행 중이지만 게이머들은 버프보단 안정된 환경에서 게임을 체험하길 더 바라고 있다.

▲ 공개서비스 1일차, 게임 공식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캡처 이미지
이것이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게임 '라그나로크'로 국내 온라인게임사에서 한 줄기 신화가 됐던 그라비티의 현주소다. 그라비티가 '라그2'로 지금까지의 암흑기를 깨고 11년의 세월을 기다린 팬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이현 기자 talysa@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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