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이미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게임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나 사회적 이해는 초보적이고 단편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청소년 인권단체, 학계를 중심으로 게임을 단순한 '잉여의 문화'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 문화'로 바라봐야 한다는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게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사회연구소가 주관한 '나는 게임이다' 게임문화 심포지엄이 21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소연 문화연대 팀장, 이광석 서울대 교수, 박근서 대구카톨릭대 교수, 윤태진 연세대 교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상우 게임평론가, 박태순 한림대 교수, 김상우 기술미학연구회 연구원이 참석, 게임문화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눴다.
이들은 여가활동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은 게임이 청소년 및 교육, 그리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석 달, 무엇이 바뀌었나
정소연 팀장은 지난해 11월 발효된 강제적 셧다운제와 관련, 입법 당시 기대했던 청소년의 심야 시간 게임이용 제한 효과는 극히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한 연구조사결과 셧다운제 시행 이후 한달 동안의 게임 평균 접속자수는 시행 전에 비해 4.5%만이 감소한 4만1796명으로 집계됐다"며 "특히 이 같은 수치는 청소년은 물론 성인까지 모두 포함된 결과라는 점에서 결국 셧다운제의 실질적인 효과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화연대 정소연 팀장
이어 "여성가족부는 1월31일까지 계도기간 및 모니터링을 마치고 이달 1일부터 본격적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해당 법안에 대한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객관적 평가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여가부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게임규제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비난했다.
특히 정 팀장은 청소년의 게임이용 시간을 규제하기 보다 게임을 새로운 놀이문화로서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게임 안에서 새로운 문화를 생산, 소비하는 것은 물론 게임을 매개로 한 다양한 또래문화를 생성한다"며 "특히 청소년 게임 과몰입에 대한 접근은 단순 심리상담 및 치료에 국한되지 않고 청소년들의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하고 자아를 회복하는 치유 프로그램들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광석 교수 역시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정책입안자들은 지난 1997년 '일진회'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만든 '청소년 보호법'이 결국 한국의 만화산업을 몰락시켰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 같다"고 운을 떼 이 교수는 "오늘날 정부와 언론은 그 전철을 게임 시장에서도 그대로 밟으면서도 이를 기억 못하는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려 있는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옛 만화 시장의 몰락을 타산지석 삼아글로벌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시장을 살피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것.
특히 이 교수는 "게임에 의한 폭력성 등 미디어 효과란, 단순한 가정 논리에 의해 유발되기 보다 사회 시스템적, 누적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사회의 퇴행 논리에 의해 설명되고 있는 현재의 정책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게임, 오타쿠 전유물?…"사회성 배양"
일반적으로 개인 놀이공간, 소위 '오타쿠'(마니아)의 전유물로 치부되고 있는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발언도 나와 눈길을 모았다.
박근서 교수는 "최근 소셜네트워크게임이라 불리는 장르가 등장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게임이란 분야는 태초부터 사회성을 띄고 있는 콘텐츠였다"며 "골방에 박혀 온라인게임에 몰두하는 오타쿠의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와 다르게 게임이용자들은 게임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이용자들이 게임이라는 매개체 통해 사회적인 놀이문화를 구성하고 이를 즐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근서 대구카톨릭대 교수
이어 "SNS로 비롯된 새로운 소통환경은 게임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러한 가능성을 토대로 이전과 다른 게임문화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게임은 소통의 내용이며 동시에 소통을 매개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윤태진 교수는 "결론적으로 SNS 환경 하에서의 게임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게임이 지녔던 본질을 해체하는 과정에 있다"며 "게임의 본질이 변화하는 지금 상황에서 게임을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게임을 할 때 게임 이용자의 두뇌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고민하는 학자들도 필요하겠지만 '게임-인간관계-일상-문화'를 총체적으로 관찰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게임문화재단은 이날 심포지움을 기점으로 게임의 사회적, 문화적 위상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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