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커뮤니티가 시끌시끌하다"
13일 'GSL 블리자드컵'에 참가한 스웨덴 선수 'NaNiwa' 요한 루쎄시(콴틱)의 무성의한 태도 때문이다.
요한은 조별 예선에서 이동녕(FXO)과 최성훈(TSL), 문성원(슬레이어스)등에게 연달아 패하며 6강 진출에 실패하자 임재덕(IM)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한 쪽 손을 턱에 괸 채 경기 시작과 함께 탐사정을 이끌고 공격을 감행, 1분여 만에 GG를 선언해 경기를 지켜본 이들을 모두 경악케 했다.
경기 직후 국내외 대부분의 스타크래프트2 팬들은 최악의 경기를 선사한 요한을 향해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요한은 팀리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기를 치를 이유가 없었다. 팬들에게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임재덕과의 경기로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맞는 말이지만 얻을 것은 없어도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었다. 후원사와 팬들로부터 받는 신뢰였다.

▲ 팬들이 고대하던 경기는 단 1분 만에 끝나버렸다
요한은 지난 11월 열린 '메이저리그게이밍(MLG)' 프로비던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블리자드컵 출전 자격을 얻게 됐다. 이 대회에서 요한은 임재덕을 2대1로 꺾었고, 이에 앞서 열린 MLG 글로벌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임재덕을 2대1로 제압했다.
때문에 임재덕에게 있어 블리자드컵은 요한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요한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한국에서 치러지는 임재덕과의 경기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빅매치'였다. 하지만 요한은 성의 없는 경기를 펼침으로써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보통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선수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경기에 임한다. 혹 자존심에 욕심이 없더라도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의 자존심만큼은 지켜줬어야 한다. 하지만 요한의 머릿속에 '팬'이란 존재는 눈곱만큼도 없었던 모양이다.
후원사도 마찬가지다. 선수는 자신의 이름 이전에 소속팀과 후원사의 이름을 내걸고 경기를 치른다. 혼자만의 경기가 아니란 것이다. 선수가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한다면 자칫 후원사의 이미지까지 나빠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다음 선수에게 돌아갈 후원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
물론 과장된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현재 e스포츠 시장의 후원 규모는 다른 스포츠들처럼 안정적으로 정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 좋은 선례를 남길 경우 추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무성의한 경기로 많은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요한 루쎄시 (사진=곰TV 화면 캡쳐)
GSL의 영어권 해설을 맡고 있는 에릭 론퀴스트는 트위터를 통해 요한이 저지른 상식 밖의 행동을 두고 "그의 직업은 게임을 하는 것이고,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맡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라며 요한에게 책임감이 결여됐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요한이 상대를 도발하고 돌출발언을 일삼는 e스포츠계의 '악동'이 되고 싶다면 말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러나 그 어떤 대회에 참가하더라도 경기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팬이란 소중한 존재가 있고, 승부의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팬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도 의미가 없다.
NBA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도,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도 경기장 밖에선 둘도 없는 사고뭉치였지만 코트 안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마라도나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난 온갖 나쁜 짓을 했지만 축구를 더럽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사회적으로는 악동 취급을 받으면서도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다.
그러나 요한은 2011년의 진정한 최강자를 가리는 뜻 깊은 대회에서 경기를 더럽혔고, 결국 2012년 GSL의 첫 시즌 시드권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요한의 일부 팬들은 아직도 그를 응원하고 있다. 남은 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요한은 명실공이 유럽 최고의 프로토스다. 머나먼 한국까지 건너와 대회에 도전할 정도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실력까지 모두 겸비했다. 한 번의 과오로 그가 쌓아올린 많은 것을 잃는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부디 블리자드컵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밑거름 삼아 '인성'까지 갖춘 진정한 프로게이머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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