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코만도스 신화를 만들었는가
코만도스라는 게임에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무엇인가가 있다. 혹자는 그것을 살인적인 난이도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한다. 코만도스를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는 이런 표현을 들으면 그냥 "어려운 게임이란 얘기군."이라 생각하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토록 어렵다는 평가를 들은 코만도스가 명작의 반열에 들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게임들과는 분명히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만도스가 등장한 1998년 당시는 '스타크래프트'와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레드 얼럿' 등의 성공으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전성기를 누리던 때였다. 이들 게임들은 물론 전략이 가장 중요하지만 누가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자원을 모으고, 더 많은 공격 유닛을 생산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좌우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 마디로 물량공세를 잘 퍼부으면 이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코만도스는 전략 시뮬레이션에 속하는 게임이긴 하지만 당시의 다른 게임들과는 사뭇 달랐다. 사용할 수 있는 대원은 단 6명. 그것도 모두가 총출동하는 경우에 한하고 보통은 2~3명의 캐릭터만 가지고 모든 일을 처리해야만 한다. 임무 역시 "적군을 몽땅 쓸어버려라." 식의 단순 무식한 것이 아니라 경비가 삼엄한 레이더 기지에 몰래 들어가 레이더를 파괴하라는 등의 특수 임무였고 게임의 내용도 역사적 사실과 함께 재구성되어 강한 몰입감과 함께 게이머에게 끊임없는 두뇌회전을 요구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임무 전달 화면이 나오면서 1944년 5월말, 오버로드 작전(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암호명이다.)의 준비가 모두 끝났으며 아이젠하워 장군(실존했던 연합군의 총사령관)은 최적의 날씨만 기다리고 있다는 음성과 함께 당시 사진 자료를 보게 된다. 하지만 항공사진 분석 결과 상륙작전에 큰 걸림돌이 될 독일군의 강력한 대포 4문이 해안선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으니 비밀리에 잠입, 대포들을 모두 파괴하고 복귀하라는 명령이 전달된다. 이는 코만도스 시리즈의 성격을 아주 잘 나타내는 부분 중 하나로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라는 상황과 고도의 계산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특수임무라는 설정으로 인해 게이머는 게임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 여기에 강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각자 자신의 전문기술을 최대한 발휘하고 협력해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설정은 똑같은 유닛 수십 개를 모아 인해전술을 구사하는 기존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재미를 안겨줬다.
독일군 순찰병의 시야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 잠입하고, 칼을 사용해 소리 없이 적을 처치하고, 적의 시체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옮겨놓고, 때로는 처치한 적의 옷으로 갈아입고 위장을 하는 등 한 순간도 방심할 틈 없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행동해야 한다. (물론 실제 특수 임무가 그렇듯 절대로 쉽게 완수되진 못한다.) 코만도스의 게임 플레이는 마치 정밀 기계를 조작하는 것처럼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고 게이머는 어려운 상황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그렇게 코만도스의 추종자들은 늘어갔다.
참고로, 코만도스는 코만도(Commando)라는 단어의 복수형이다. 영화나 게임 등을 통해 꽤 친숙하게 느껴지는 단어지만 그 뜻은 웬만한 밀리터리 매니아가 아니면 잘 모를 것이다. 코만도는 2차 대전 때 창설된 영국의 특수부대(또는 부대원)를 뜻한다. 코만도라는 단어는 '기습부대'란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는 적이 예상치 못한 시점과 장소를 틈타 주요 시설물을 파괴하거나 인질 구출, 요인 암살 등의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조직을 의미한다. 코만도는 1940년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경(卿)에 의해 창설되었으며 1942년 독일 점령하의 디에프(프랑스의 항구도시) 기습공격을 성공시켜 명성을 날렸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는 SAS(Special Air Service)라는 특수부대도 창설됐는데, 게임에 등장하는 대원들의 설정과 임무는 코만도와 SAS에서 고루 따왔다.
▶심혈을 기울인 속편, 코만도스 2
코만도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제작사 파이로 스튜디오는 이듬해 8개의 추가 임무를 수록한 미션팩 '코만도스 : 조국의 부름을 받아(Commandos : Beyond Call of Duty)'를 내놓았고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코만도스 한 작품으로 큰 명성을 얻은 제작자 곤조 스와레즈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코만도스 2를 준비하면서 전작의 성공에 안주한 간단한 업그레이드가 아닌 전면적인 재창조를 시도했다. 그래픽 엔진을 비롯한 모든 소스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예정된 발매일이 1년이나 미뤄지며 팬들을 안타깝게 했고 작업과정은 철저히 비밀리에 부쳐져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등장한 코만도스 2는 기다린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만큼 멋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전작의 사실성은 코만도스 2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이 보완되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 더욱 치밀한 두뇌회전을 요구하고 있다. 2D로 처리됐던 그래픽은 3D로 무장해, 하나의 시점으로만 진행해야 했던 전편에 비해 다양한 각도로 화면 회전을 할 수 있게 했고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전쟁터이긴 하지만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 임무 브리핑 장면 역시 사진을 보여주는 것에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발전했으며 6명의 캐릭터에 2+1명이 추가돼 구사할 수 있는 전술도 한층 다양해졌다. (+1이라고 표시한 이유는 늘어난 캐릭터 중 하나가 사람이 아닌 개이기 때문이다. ^^) 캐릭터들의 능력도 한층 광범위해져서 모든 대원들이 수중 침투를 할 수 있고 사체 운반이나 차량 운전, 유인 능력도 공통적으로 갖게 됐다.
추가된 캐릭터 중 하나인 나타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이다. 사실 나타샤는 전작의 확장팩에서 이미 등장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새 캐릭터라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코만도스 2에서는 저격능력이 향상되어 미인계를 이용한 스파이 활동뿐만 아니라 저격수로서도 한 몫 톡톡히 한다. 또 한 명의 신입대원 폴 톨레도는 뤼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도둑질'이 주특기인 캐릭터이다. 전쟁터에서는 도둑질도 훌륭한 전투능력이라 독일군의 장비를 훔쳐오고 잠긴 문도 여는 등 임무수행에 큰 공헌을 한다. 마지막 추가 캐릭터인 위스키는 불 테리어 종의 견공(犬公)으로 게이머가 직접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호루라기를 이용하면 멀리 있는 곳에 있는 아이템을 갖다준다거나 다른 대원이 움직일 수 있게 독일군의 시선을 교란시키기도 한다. 이들 추가 캐릭터 외에도 연합군 병사들을 NPC(Non-Playable Character : 직접 조작할 수 없는 캐릭터)로 등장시켜 이들을 매복시키거나 엄호를 요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한 차원 높은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했다.
코만도스 2의 미션은 모두 10개로 조금 적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느 미션 하나도 소흘히 만들어진 것이 없어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향후 나오게 될 미션팩을 기대하자.) 또 임무 중에는 유명 전쟁영화의 줄거리를 따온 것도 있어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5번째 미션인 '콰이강의 다리(Bridge over River Kwai)'와 8번째 미션인 '스미스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Smith)'가 그것인데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재밌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영화의 상황만 빌려왔을 뿐 미션 내용은 새롭게 구성되어 있다.) 일본군의 항공모함 시나노호에서 펼쳐지는 7번째 미션 '하이퐁의 거함'은 최고의 볼거리를 선사하는 미션으로 엄청난 스케일로 재현된 항공모함의 위용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밖에 다른 미션들도 저마다 독특한 줄거리와 상황설정을 갖고 있으므로 비록 적은 수라도 최고의 만족감을 줄 것이다.
전 세계의 팬들이 오랜 동안 기다려온 코만도스 2는 분명 가을 시즌을 장식하는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비록 미션의 수가 적게 느껴진다는 아쉬움이 있고 전쟁의 비극성보다는 개인의 무용담만을 부각시킨 듯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하나의 게임을 이토록 섬세하게 완성시킨 장인정신에는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정구정 기자 sharky@chosun.com]
| 평점 | ★★★★★ |
| 장점 | 작품성과 오락성의 완벽한 조화 |
| 단점 | 미션의 수가 적다 |
| 장르 | 전략 시뮬레이션 |
| 가격 | 3만7천원 |
| 권장사양 | 펜티엄 3450MHz, 128MB 3D |
| 제작/유통 | 파이로 스튜디오/지앤씨 인터랙티브 |
| 문의 | (02)2270-8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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