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 입스타: e스포츠 주요 경기들을 되짚어 보며 승리 혹은 패배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탐구하는 코너. 직접 손으로 하긴 힘들어도 입으론 얼마든지 가능한 '입스타'의 실현을 위해!- 매주 수요일 연재
"빈틈없는 수비는 완벽한 한방을 위한 준비과정"
게임을 하다보면 상대방의 집요한 견제에 한없이 짜증날 때가 있다. 상대가 문성원급의 견제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유닛 한 두기 보내는 것에 휘둘리면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프로게이머들의 경기에서도 이런 장면은 자주 연출된다. 상대의 빈틈을 파고드는 화염차, 밴시, 저글링 견제 등은 보는 사람마저 짜증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프로게이머들이 왜 방어시설을 건설하지 않고 유닛으로만 막는 것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크게 휘둘리는 경우도 있다. 밴시에 해병 3기를 내주느니 미사일포탑 하나를 짓는 것이 더 효과가 클 텐데 말이다.
물론 선수들 입장에선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병력을 생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위험한 타이밍을 넘겼다고 판단될 경우엔 수비에 신경을 쓰는 것이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저그의 경우 일벌레나 저글링을 화염차에 계속해서 잃는 것보다 가시촉수 하나 짓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테란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뮤탈, 의료선 견제에 계속 당하며 공격 한 번 못하느니 제대로 된 방어태세를 갖추고 '마이웨이'를 가는 것이 훨씬 속 편할 것이다.
이른바 '우주방어' 전략인데, 최근에는 한규종(TSL)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줬다.
한규종은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GSL)' 시즌6(Oct) 코드S 8강 경기 3세트에서 문성원을 상대로 우주방어 전략을 선보이며 승리를 따냈다.

▲ 본진 아래쪽까지 꼼꼼히 방어한 한규종

▲ 본진과 앞마당의 포탑 수만 20기가 넘었다
의료선 견제가 주특기인 문성원을 상대로 다수의 미사일포탑을 꾸준히 건설하며 공격루트를 사전에 차단시킨 것이다.
상대의 공격루트를 중앙으로 유도한 한규종은 결국 화력을 한데모아 교전에서 이득을 챙겼고, 자원수급에도 큰 방해를 받지 않았다.
상대가 나의 본진에 들락날락거리느니 아예 문을 잠가버리겠다는 전략이 완벽히 통한 것이다.
한규종 입장에선 무수한 포탑을 짓느라 많은 자원이 소비됐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문성원은 견제가 통하지 않아 답답했을 것이다. 때문에 한규종의 미사일포탑 건설이 승리를 위한 '기회비용'으로 본다면 전혀 아깝지 않은 것이다.

▲ '바이킹이 있어도 안심할 수 없다'

▲ 멈추지 않는 한규종의 포탑 건설
한규종 만큼의 우주방어는 아니지만 적절한 방어시설 건설로 승리를 이끈 경기도 있다. 지난 4월 열린 GSL 월드챔피언십에서 'TT1' 페이얌 토기얀(프나틱)은 광자포로 이윤열(oGs)의 은폐밴시를 완벽히 막아내며 승리했다.
페이얌은 상대의 밴시가 뜨는 타이밍에 맞춰 본진 광물 근처에 광자포 1기를 건설했고, 이 때문에 이윤열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밴시를 잃고 말았다. 광자포가 없었다면 탐사정을 10기 이상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페이얌은 곧바로 자신의 앞마당에도 광자포 1기를 건설하며 두 번째 밴시까지 쉽게 막아내는데 성공, 이를 바탕으로 경기의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이윤열을 제압했다.

▲ 절묘한 타이밍에 완성된 광자포

▲ 앞마당도 손쉽게 지켜냈다
당시 해설진들은 외국선수의 창의적인 플레이라고 칭찬했지만, 페이얌은 밴시나 화염차 견제에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상대에게 틈을 주지 않는 방어는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기 때문에 경기의 흐름이나 분위기마저 반전시킬 수도 있다. 방어시설을 낭비보단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
물론, 우주방어의 기초는 정찰이다. 상대의 체제도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방어시설에만 투자한다면 병력이 부족해 교전에서 필패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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