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인종, 문화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국제e스포츠연맹(IeSF)' 2011 월드챔피언십이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경북 안동에서 개최됐다.
이 대회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게임실력을 겨루고 동시에 IeSF 총회와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됐지만, 미숙한 대회 운영과 행사 진행 등으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아쉬움을 샀다.

▲ 경북 안동에서 개최된 IeSF 2011
우선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수준이 지적 됐다. 먼저 정식 종목 가운데 하나인 '스타크래프트2' 부문에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했다. 이는 게임의 라이선스사와 국내 권한 협의 없이 정식 종목으로 추가되면서 한국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을 담당하는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스타크래프트2'가 공인종목이 아니라 선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 리그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을 석권하고 있는 만큼 그들이 불참이 국내외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 한국 선수가 없어 맥이 빠진 채 대회가 치러졌다
해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국가의 주요 선수들 대부분은 같은 기간 미국에서 열린 'IGN 프로리그(IPL)' 시즌3에 참가했고, 팬들의 관심은 모두 이곳에 집중됐다. 미국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IdrA' 그렉 필즈(EG)도 IPL 참가를 위해 IeSF 출전을 포기했다.
IeSF에 참가한 스타2 선수 중 유명 선수라곤 'Grubby' 마누엘 쉔카이젠(팀그루비)과 'SjoW' 제프리 브루시(디그니타스) 등이 전부.
또한,스타크래프트2 종목 외에도 종합 우승국을 선정에도 잡음이 있었다. 대한민국은 아바(A.V.A)와 피파온라인2 두 종목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스타크래프트2 우승과 피파온라인2 16강 진출이 전부였던 스웨덴에게 종합 우승을 넘겨줘야 했다.

▲ 이해할 수 없는 규정으로 인해 종합우승을 스웨덴에 넘겨 주고 말았다
아바에 참가한 팀이 5개뿐이어서 형평성 문제로 한국의 우승을 종합 점수 집계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으나 팬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시상식이 진행되는 도중 스웨덴의 종합 우승이 결정되자 이를 지켜보던 해외 선수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

▲ 유명 프로게이머가 등장했지만 많은 관객이 현장을 찾지 않았다.
관람객 유치도 대회 규모에 비해서는 아쉬움을 더했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많은 관객이 현장을 찾았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준은 아니었으며 예정돼있었던 프로게이머 팬 싸인회는 취소 됐다.
또한, IeSF가 개최되던 기간 동안 행사장 외부에서는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관람객 집객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기자가 대회를 지켜보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참가선수들에 대한 배려 부분이다. 대회 첫 날 선수들은 행사장 입구에 있는 뷔페식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메뉴에 대한 외국어 안내가 없었고 이를 지켜본 한 취재진은 "외국인들에게 정말 실례하는 일"이라 우려를 표했다.

▲ 외국 선수들은 이 복잡한 곳에서 식사를 했다
물론 개막식 이후부턴 선수들도 강당에 마련된 뷔페와 식당을 번갈아 이용하며 조금이나마 불편을 덜었다. 그러나 개막식 일정만 소화하고 돌아간 일부 취재진들의 기억 속엔 해외선수단이 불편하게 식사를 하는 장면만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점심식사 이후 진행된 개막식에서도 관계자들의 환영사가 통역이 없고 무대 화면 뒤 영어 자막이 흘러나왔지만 시스템 문제로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점도 배려가 아쉬웠던 한 부분이다.

▲ 외국인들이 알아듣기는 했을까...
4박 5일 동안 선수들이 머무른 숙소에도 불편함이 있었다. 이들의 숙소 중 안동국학문화회관은 산 속에 위치해 경기 일정을 소화한 이후 여가를 즐길 수 없었고 문화회관 내의 매점 또한 밤 10시면 문을 닫아 간식 등이 필요했던 선수들은 아무것도 구입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
한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조용한 도시여서 오히려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상황이 너무 열악해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주최 측은 대회 마지막 날 해외선수단의 안동하회마을 관광을 기획했지만 빡빡한 일정과 이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해 결국 관광일정도 취소되고 말았다. 이런 점들은 게이머를 진정한 VIP로 대하는 다른 메이저 e스포츠 대회들과 절로 비교가 됐다. 대체 이 행사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 다시 한 번 의문이 들었다.
IeSF, 본래 목적에 역량 집중해야
이런 상황 속에 대회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e스포츠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많은 대회를 접해봤지만 이런 대회는 정말 처음"이라며 혹평을 했고, 대다수 취재진들도 "전년도 행사에 비해 많이 부족해진 느낌이다"라며 IeSF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게다가 IeSF 월드챔피언십은 같은 기간 해외에서 열린 다른 대회들과 용인에서 진행된 '인터내셔널e스포츠페스티벌(IEF)' 2011 행사로 인해 집중이 분산되기도 했다.

▲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IeSF 오원석 사무총장
결국 IeSF 본래의 설립 목적을 생각해 본다면 e스포츠 대회를 무리하게 주최하기 보다는 그 인력과 역량을 총회와 심포지엄에 집중하고 1년에 두 번 회원국들과 교류를 가지는 편이 더 괜찮을 법하다. 호응도 얻지 못하는 대회를 개최하는 것보다 국내외의 산적해 있는 현안과, 각 나라의 문제점 등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또 분산돼 있는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 IeSF와 IEF는 서로 같은 기간에 행사를 열었고, 결국 양쪽 모두 손해 보는 장사만 했다. 비슷한 성격의 두 단체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뛰고 있는 것이라면 힘을 합치는 것이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e스포츠 업계에 '위기'라는 말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IeSF가 e스포츠의 위기를 타파하겠다고 외치는 지금, 정작 IeSF가 위기에 놓인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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