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아이템 현금거래와 이에 따른 사행성 이슈로 술렁이고 있다.
과거 물밑에서 논의되던 게임 내 아이템 현금거래 시스템이 미국 블리자드사의 차기작 '디아블로3'를 계기로 수면 위로 급부상, 국내 서비스 여부에 관련업계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는 것. 그간 우리 정부는 게임의 사행성과 과몰입 등을 이유로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규제해왔다.
국내 게임사들 역시 약관을 통해 온라인게임 유저간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해외시장에서는 직접 중개에 나서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현행법상 국내에서도 게임 내 아이템 현금거래를 제재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하는 등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을 띠어왔다는 점과 현금경매장 시스템의 사행성 수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점에서 '디아블로3'의 심의 판결 여부는 안개 속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기획시리즈물을 통해 '디아블로3'로 재촉발된 게임의 사행성 기준과 아이템 현금거래 논란 등을 집중분석한다.

◆ 현금거래 도입과 사행성의 상관관계
블리자드가 밝힌 화폐경매장 시스템은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고팔 수 있는 일종의 시장 개념.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이 열리는 셈이다. 과거 '황제온라인' 역시 약관을 통해 아이템 현금거래 도입을 시도했으나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심의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 거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반면 사행성 게임을 논할 때 한 몸처럼 따라다니는 다수의 고포류 게임들은 여전히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되고 있어 마치 사행성 규제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사행성의 기준은 무엇일까.
◆ 사행성게임물≠사행성 게임, 게임법 규제대상은?
사행(射倖)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에 얻는 행운, 요행을 추구한다'이다. 정당한 방법이 아닌 우연적 방법에 의해 재산상 득실을 얻는 것을 일컫는 단어.
법률이 명시하고 있는 사행행위의 정의 또한 '다수로부터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 방법에 의해 득실을 결정, 재산상의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행적 요소가 포함된 문화가 바로 룰렛, 바카라 등과 같은 도박산업이다. 카지노 도박은 각종 머신과 도구를 통해 진행되는 까닭에 간혹 게임법에 의해 규제되는 영역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카지노는 '사행성게임물'로 분류, 관광진흥법에 의한 규제를 받고 있다.
결국, 현실에서 종종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는 '사행성게임물'과 '사행성 게임'으로 통칭되는 고스톱, 포커와 같은 고포류게임은 의미와 규제 영역까지 확연한 차이를 갖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고포류 게임은 우연적 방법으로 거액의 사이버 머니를 잃고 따지만 사행성 게임물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 합법과 불법사이 '평행이론'
그렇다면 현행 법률에서는 최근 업계 최대이슈로 떠오른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게임법 32조 7항은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3'가 채택한 화폐경매장 시스템과 같은 '사용자간 거래'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또 게임물 등급분류 거부 사유(22조 2항) 역시 '사행성에 해당하는 게임물'로만 한정하고 있어, 현금거래 기능을 도입한 '디아블로3'에 대한 명확한 제재 기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초 대법원이 '디아블로3'와 같은 MMORPG에 속하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내 게임 머니를 현금 거래한 유저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례 역시 '디아블로3'의 서비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시를 통해 "MMORPG에서의 아이템은 고포류 게임에서처럼 우연하게 얻은 것이 아닌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점이 인정, 사행요소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등급분류 거부 사유가 사행성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디아블로3'의 국내 도입 가능성을 확신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게임법은 사행성 외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형법 등 다른 법률 규정에 의한 규제 또는 처벌대상 ▲법률적으로 정당화할 근거를 갖추지 않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 등을 등급분류 거부 판정의 예시로 들고 있다.
더욱이 정부 당국이 여전히 현금거래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지난해 말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청소년유해매체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면서 게임 내 아이템 거래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합법과 불법 사이를 걷고 있는 분위기다.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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