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타일러는 ‘문화’란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했다.
따뜻하고 감동이 담긴 사회의 양지를 조명하는 것만이 문화가 아니란 뜻이다. 인간 상호간의 갈등과 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사고 역시 문화에 포함된다.
문화로의 진일보를 꿈꾸는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다 같이 게임을 즐기는 이상적 양지문화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두운 음지문화도 게임이란 테두리 안에 공존하고 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이 문화로 성장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집고 넘어가야할 음지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즉,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 제아무리 작은 인연이라도 소중히 여겨야하며 그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항상 좋은 인연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인연으로 다가왔지만 악연으로 돌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캐릭터외형과 이름으로 대변되는 온라인게임 상에서의 인연은 더욱 그렇다. 서로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가상공간에서 맺어진 인연이라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것.
게임에서의 인연을 현실에 반영하려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얼룩만 남은 기막힌 사건‧사고 등을 살펴보자.
◆ 게임 속 매너남…실제로 만나보니?!
게임에서 무한친절을 베풀던 오빠가 간혹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사건은 주로 동호회나 게임 상 친구로 알고 지내던 남녀가 첫 만나는 자리에서 발생했다.
대다수의 가해남성들은 술자리를 가진 뒤, 만취된 여성을 자신의 거처나 숙박시설로 유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가해자의 경우 피해자의 성폭행 사실을 인터넷 등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임 속 인연을 현실로 이어가며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결국 애증으로 돌변한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지난 3월 전북 익산에서 이별을 요구하는 여자 친구의 방안에 수돗물을 틀어놔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재물손괴 등)로 20대 남성이 불구속 입건됐다.
조사결과 이 남성은 인터넷게임으로 만나 4개월가량 교제한 여자 친구가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하자 앙갚음 차원에서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 “믿었던 온라인 인연…발등 찍고 코 베어”
빅토르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은 배고픔을 못 이기고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신부님의 은그릇에 손을 댄다. 그의 행위는 명백히 범죄가 맞지만 생계를 위해 저지른 부정이라 비난보단 측은 한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게임서 만난 지인의 물건을 훔치는 신개념 장발장이 등장했다. 이들은 게임에서의 친분을 이용해 피해자의 적개심을 허문 뒤, 금전적 피해를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생계형범죄와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인을 감금한 채 금품을 빼앗은 간 큰 20대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가 통장 비밀번호를 모르자 동사무소로 끌고 가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서를 받아내는 등 대범한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 오프라인에서 파티 맺은 별종들
게임을 하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만든 ‘클랜(Clan)’이 사기 행각도 ‘클린(Clean)’하게 저질러 질책을 받았다.
2007년 부산, 한 게임에서 만난 클랜 일당들이 함께 교통사고를 내거나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보험사에 신고하는 수법으로 1,0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이어 2008년 경기도에선 게임으로 만난 남녀가 게임 아이템을 이용해 사기를 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이렇듯 체계적으로 ‘팀’을 이룬 사기 행각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
최근 대륙에서 발생한 사건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중국에서는 자식을 팔아 게임머니를 충당하는 부모가 발각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특히 파렴치한 부모들은 “아이를 기를 생각도 없었다”며 “아이를 판 것이 불법인줄 몰랐다”고 태연하게 말해 충격을 더했다.
◆ 온라인 게임 속 사랑 “국경과 나이, 그리고 개념도 없다”
간혹 자신의 나이를 망각한 채 게임을 통해 만난 이성과 불꽃같은 사랑에 빠지는 어긋난 로맨스가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벌어진 10대 소년과 40대 주부의 사랑이 그 예. 10대 소년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만난 40대 여성과 ‘야반도주’를 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다행히 부모가 경찰에 신고해 아들을 찾았지만 심각한 위험에 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혐의를 적용할 순 없었다.
또 미국에선 자녀를 두 명이나 둔 36살 여성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만난 13살 소년과 성관계를 맺다 적발돼 아동 성추행과 강간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여성은 게임을 통해 만난 미성년들과 상습적으로 성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한편, 국내에선 인터넷 동호회에서 활동하다 만난 여자 회원을 유인해 성폭행 하는 등의 ‘잘못된 만남’도 빈번히 발생해 수사 당국은 온라인상에서 만난 인연을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 특히 주의하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민재 기자 sto@chosun.com][김수지 인턴기자 suji@chosun.com][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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