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게임이 돈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이미 게임개발업체수는 15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이를 바꿔말하면 국내 게임개발회사 CEO만 1500명이 넘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많은 국내 게임업체 CEO들의 프로파일은 크게봐서 2가지 정도로 나뉠 수 있다.
첫번째는 게임개발자 출신이다. 즉, 게임을 개발하다가 CEO를 하게 된 경우이다. 보통은 개발자 몇몇이 모여서 회사를 시작하는데 '하다보니' 계속 CEO를 하게 되는 케이스도 상당수 있다.
두번째는 완전히 다른 분야 출신이다. 즉, 게임이 돈이 된다고 하니 이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사업을 벌린 케이스이다. 즉, 돈을 투자하면서 게임개발자들을 영입하게 되는 경우다. 부류별로 조금씩 살펴보도록 하자.
첫번째로 게임개발자 출신의 CEO. 아마도 경영을 한지 1년이 넘었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조그만 게임회사라고 할지라도 게임개발과 경영은 다르다. 경영을 한다는 것은 조직관리, 마케팅, 재무, 비전설정 등 회사의 전반적인 모든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개발은 게임회사에서 발생하는 일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반드시 인식하여야 한다. 하나의 회사를 '경영'하는데, 재무제표하나 읽지 못하고 마케팅 설정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경영'을 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요새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개발이 되면 팔리는 시장은 이미 사라졌다. 너도나도 좋은 제품이라고 외치는 와중에 자신이 개발한 제품에만 대중이 눈을 둘 것이라는 순진한 오류는 더이상 범하지 말자.
두번째로 다른 분야 출신의 CEO. 게임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다른 산업에서 경영하는 것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예전에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이 한국에 왔을 때 다음과 같은 질의응답을 한 적이 있다.
질문 : "벤처기업, 혹은 IT기업 CEO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답변 : "두가지다. 최고의 맨파워를 가진 인재들로 최고의 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것까지 할 수 있으면 절반은 성공한다. 나머지 한가지는 이 최고의 팀을 꾸린 이후의 인력관리이다. 즉, 들어온 이후에도 다른 곳으로 전직하지않고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최고의 업무 효율를 낼 수 있도록 만들줄 알아야 한다. 이걸 할 수 있으면 나머지 반도 성공한다. 이 점에서 경영자들이 또한가지 알아두어야할 것이 있다. 사원은 CEO를 보고 들어오고 팀장과 일하다가 나간다는 사실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분야에서는 인력에 대한 옥석을 가리기도 힘들뿐더러 고급인력 채용이 쉽지도 않다. 또한, 이들을 계속 잡아두고 정말 열심히 일하게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은 사람에 따라 좌우되는 가장 창의적인 산업이다.
모든 사람들이 매우 개성이 강하여 일괄적인 관리도 먹히지 않을 것이고, 하나하나 모두 맞춰주는 방법도 한계를 많이 느낄 것이다. 처음에 하나씩 검증했던 스케줄은 엉망이 되서 언제 나올지도 모르며,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사람들이 못미더워질 것이다. 결국은 개발자들이 한없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예전 굴지의 대기업 H회사의 사장님이 말했던 것을 기억하자. "우리 제품에 들어가는 나사/볼트 하나라도 그 쓰임새를 모르고 공정과정을 모른다면 이 회사의 사장이 될 자격이 없다."
그래서일까? 개인적으로 게임업체의 '사장님'들과 만나면 다음과 같은 극단적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A모업체 : "우리 게임이 최고입니다. 정말 잘 만들었어요. 개발자들도 최고의 맨파워를 가지고 있죠. 물론 저도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나오니 월별 BEP시점(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죠."
B모업체 : "저요? 전 게임 몰라요. 이 나이에 제가 무슨 게임을 알겠습니까? 게임은 얘네들이 개발합니다. 전 팔기만 하면 되고, 가끔씩 얼굴보고 술먹으면 되죠."
C모업체 : "사람뽑기 정말 힘들더군요. 힘들어요. 이건 뭐 다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정말 개발자들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저희회사 돈 벌 수 있을텐데..."
결론적으로, 개발자 출신CEO는 경영을 모르고 다른 분야 출신CEO는 게임을 모른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으로 게임 분야만큼은 일반적인 의미의 전문경영인이 잘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나오게 된다면, `게임회사에 특화된 전문경영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CEO를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어떤 회사나 CEO는 단 한명일 뿐이다.
국내 게임산업의 취약점이 어디냐에 대해서 말이 많다. 내 생각에는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그래픽도 아니고, 기획도 아니다. 물론 마케팅도 아니다. 바로 CEO다(필자를 포함해서...).
우리에게는 개발자들을 육성할 시간적 여유는 있었지만, 이들을 거느리는 최고 수장을 육성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어찌보면 우리 모두가 결정적인 순간에만 마케팅의 중요성, CEO의 중요성을 외치기만 했지, 실질적으로는 CEO도 길러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의 말에 비유하자면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한 게임업체가 성공하려면 제대로된 CEO가 있어야 한다. 이 CEO는 경영도 알고 개발도 알고, 이 산업전반에 대한 명확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일단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반의 성공요소는 그 CEO가 얼마만큼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역할을 해주는 가이다. 여기에 하나더 알아두어야할 사실이 있다. 좋은 개발자는 CEO를 보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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