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누가 누굴 평가하느냐?"
그렇습니다. 게임조선 e스포츠 팀이 '감히' 우리의 눈으로 본 당신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e스포츠를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쓴 소리, 또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기자 3인방'의 수다를 공개합니다.
이번 주에 있었던 e스포츠 이슈, 짚고 넘어갑시다. 또 문제점이 있으면 고쳐나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보렵니다.
손톱은 길게 자라도 딱히 큰 일은 아닐 수 있지만 어수선해보이기에 다듬으면 더 깔끔해지죠?
e스포츠의 작은 부분이라도 다듬고 고치고, 살펴보고자 기획 된 특별 주간 기사 '감성 뒷담화 손톱깎이', 오늘은 지난 15일 열렸던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GSL)' 시즌6 조 지명식을 보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 기자 3인방이 뽑은 가장 '기대되는 조'
꿀벌이: 어떤 조의 경기가 가장 기대되세요?
젤가디스: 역시 B조와 C조가 기대돼요. 그리고 저그의 두 쌍두마차 박성준과 황강호가 속한 E조도 볼 만 하겠고요. 그 사이에서 안홍욱이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궁금하네요.
껨조녀: 저는 C조와 G조요. C조는 '죽음의 조'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활약을 기대하는 선수가 있어요. G조는 세 종족 분포도 좋고 코드S에 새로 올라 온 박수호와 윤영서가 얼마나 잘할지 궁금해요.
꿀벌이: 저는 A조요. 사실 이번에 20테란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4테란으로 구성된 조는 A조 하나밖에 없었죠. A조에는 지난 시즌 우승자 정종현이 있고, 정종현은 결승전에서 김정훈을 만나 4:1의 대승을 거뒀을 정도로 테테전에 강하잖아요. 이참에 4회 우승을 할지 누가 또 알겠어요?
젤가디스: 음, 정종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이번엔 다른 선수가 결승에 갔으면 좋겠네요. 정종현은 어차피 블리자드컵에 출전할 테니까 다른 선수가 결승에 올라서 다양한 선수들이 해외 무대를 경험했으면 싶어서요.

▲ 조지명식 결과
◆ 룰 번복이 아쉬웠던 GSL 시즌6 조 지명식
꿀벌이: 그럼 대진이 아쉬웠던 조는 어디에요?
껨조녀: 대진 자체보다는 D조가 구성되는 과정이 아쉬웠네요. 크리스가 조 지명식 때마다 해외리그에 출전하는 바람에 불참하는 것도 그렇고 조나단이 대신 지명권을 행사했는데 룰을 번복하는 실수를 했잖아요? 말도 좀 거칠었던 것 같고.
젤가디스: 저는 조나단의 실수가 아니라 운영 측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리그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선수들에게 룰에 대한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거든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배려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룰을 번복하게 된 거죠.
껨조녀: 해프닝으로 끝내려고 했으면 그냥 해프닝으로 끝냈어야 해요. 도중에 해설진이 당황하면서 조나단의 행동을 몇 번 제지하더니 결국엔 '이번만 예외'라는 말을 하며 규칙을 어기게 됐잖아요? 처음에 안 된다고 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던가, 해프닝으로 하려면 그냥 가볍게 웃고 넘겼어야 해요. 채정원 해설의 표정이 좋지 않길래 조 지명식 내내 불안하더라고요.
젤가디스: 사실 주최 측은 항상 이런 돌발 상황에 대비해 매뉴얼을 준비해 둬야 하는데 말이죠.
꿀벌이: '해외 선수들이라 소통이 안됐다' 라는 말은 변명이에요. 선수와 주최 측의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공유되지 않았으니... 하지만 조나단 월시 선수의 태도도 보기 안 좋았어요. 물론 자신이 룰을 몰랐다지만,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법을 따라야 되는 거잖아요. 법을 알고 어기나요.

▲ 조나단 월시 선수
◆ 선수가 팬들의 기억에 남으려면?
껨조녀: 어쨌든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받은 박준용 선수만 애매하게 됐죠. 박준용 선수는 무슨 잘못인지... 차마 화 낼 수도 없어서 쩔쩔매는 거 봤어요?
젤가디스: 보니까 박준용 선수 완전 동네북이던데... 근데 말이죠, 박준용 선수는 외모도 출중하고 실력도 좋은데 왜 큰 주목을 못 받을까요? 꾸준히 코드S에 머무르고 있는 선수인데 희한하게도 그러네요.
껨조녀: 아, 꾸준하단 말 들으니까 갑자기 생각난 게 GSL 공식 홈페이지 대화창에서 어떤 팬이 '꾸준하게 머무르기만 하는' 코드S 선수들을 '공무원'이라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공감해버려서 웃음이 나왔어요.
젤가디스: 자기 밥통 하나는 정말 잘 지키고 있는 거죠.
꿀벌이: 사실 e스포츠에서 스타 선수가 되려면 외모나 실력도 중요하지만 언변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장민철 선수를 예로 들자면 '당당함'과 '독설'이 그 캐릭터가 됐죠. 결과적으로 인기도 많고요.
젤가디스: 그래서 선수들이 조 지명식 같은 자리에서 자신을 잘 표현해야 된다는 겁니다. 선수들은 경기로 얘기한다고 하잖아요? 게임 내적으로 특색이 없는데 외적으로도 특색이 없으면 팬들에게 기억되기 힘드니 '말발'이 먹히는 조 지명식에선 정민수나 신상호 선수 같은 개그적 요소를 갖춘 스타일이 인기를 끌게 돼요.
껨조녀: 개그 스타일 말고 '멘탈붕괴' 스타일도 재밌어요. 한규종 선수는 김상철 선수가 자기를 뽑으니까 막 실소를 터뜨리면서 엄청 흥분하던데요? 평소 얌전한 모습과는 너무 다르더라고요.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아차, 그리고 '앵그리 홍운' 안홍욱 선수도 빼놓을 수 없죠.
젤가디스: 한규종 선수의 멘탈붕괴는 '정말' 인상 깊었죠... 앞에서 말했지만 박준용 선수 같은 조용한 스타일은 사실 조 지명식에서는 특색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어요. 김영진, 김상철 선수도 조용한 편이기는 마찬가지고.
껨조녀: 근데 생각해보니 세 선수의 공통점은 올해 32강, 16강...
◆ 악동이 필요해~
꿀벌이: (오랜만에 재등장)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요?
저는 박성준 선수가 안홍욱 선수를 지목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박성준 선수가 자기를 지목하자 '욱'해서 마이크를 뺐어든 안홍욱 선수의 모습이 참 당돌했죠. 한편으로는 좀 무례하지 않았나 생각도 들고... 아무리 조 지명식이라지만 한참 대 선배인 박성준 선수의 말을 끊으면서 자신의 말을 할 땐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젤가디스: 선수들을 볼 때 '무례하다'의 기준은 잘 판단해야 되는 것 같네요. 조지명식에서 책을 보거나 귀에 이어폰을 꼽는 것은 확실히 좀 아니죠. 하지만 '악동'처럼 행동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조 지명식은 자신의 컨셉을 만들거나 캐릭터화 하는데 가장 좋은 기회니까 개인적으로 과격한 쇼맨십을 보이는 장민철 같은 선수가 3~4명은 더 나와야 한다고 봐요. e스포츠 판에도 '데니스 로드맨'이 필요합니다.
껨조녀: 그 점은 저도 동의해요. 진짜 예의를 지켜야 할 때는 경기를 할 때죠. 조 지명식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게 더 맞는 것 같고요. 하지만 가끔 조 지명식을 보면 선수들이 집중을 못하고 휴대폰을 만진다던지 음악을 듣는다던지 이런 건 좀 도가 지나친 것 같아요. 그 장면을 본 코드A나 B선수들은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자신들은 저 자리에 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데.

▲ 박성준 선수
◆ 조 지명식, 이렇게 변했으면!
꿀벌이: 조 지명식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없어요?
젤가디스: 너무 길죠 사실. 전 두 세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이게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말하는 선수는 정해져 있는데 나머지 31명의 선수가 계속 그 자리에 있어야 하니 지치지 않겠어요? 선수나 시청자나 집중을 못하는 거죠. 지명할 선수만 한 명씩 스튜디오에 들어오고 나머지 선수는 대기실에서 쉬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시청자도 더욱 스튜디오의 한 선수에게 주목하지 않겠어요? 그 후 선수가 다른 선수를 지목할 때 다른 카메라로 대기실을 비춰주는 거죠. 사실 소심한 선수는 상대 선수 눈도 못 마주칠 것 같은데 이런 방법을 쓰면 좀 더 강력한 멘트를 던질 수 있지 않을까요?
껨조녀: 그럼 대기실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삠- 돌더니 스튜디오의 선수가 영상 속에서 "XXX, 너 당장 나와!"라는 상황도 연출되지 않을까요? (웃음)
젤가디스: 진짜로 문 두드리면서 "얼렁 나오랑께?!" 하는거죠? 흐흐.
꿀벌이: 그런 연출도 재밌지만 저는 3시간이나 하는 조 지명식 시간을 줄여야 된다고 봐요. 16강도 아니고 32강인데, 32명의 선수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게 얼마나 지루할까요. 또 조 지명식에서 별다른 이벤트나 행사 없이 풀로 진행되니까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쉽죠. 차라리 장기자랑이나 팬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진행했으면 하는 방안은 어떨까요?
◆ 3인 3색, 4강 예상 진출자는 누구?
젤가디스: 마지막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4강 진출 선수를 말해봅시다.
나는 최지성과 이윤열, 황강호, 신상호 이렇게 4명이 올라갈 것 같아요. 일단 최지성 선수와 황강호 선수가 하는걸 보면 정말 독하게 플레이하죠. 지난 시즌엔 약간 방심한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하지 않을까요? 이윤열 선수는 솔직히 지난 시즌 성적만 본다면 불안한데 이번 시즌엔 휴학도 하고, 항상 뭔가를 보여주는 선수니 기대되죠. 문제는 뭔가 대단한 것을 보여주면 항상 그 다음 라운드에서 떨어진다는 건데... 신상호 선수는 사실 '허당' 느낌이 있긴 해도 매번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니 이번에도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 해서 골라봤어요.
껨조녀: 저는 이정훈과 임재덕, 정지훈, 박수호 이렇게 올라갈 것 같아요. 이정훈 선수는 코드A의 험난한 여정을 겪고 올라왔으니 이번 코드S에서 의지를 불태울 것 같고, 임재덕 선수는 같은 조에 지난 시즌에서 패배한 문성원 선수가 있잖아요. 복수전 준비를 엄청 할 것 같아요. 정지훈 선수는 사실 게이머들 사이에선 잘하는 선수로 유명한데 연습상대로도 많이 도와주다 보니까 그만큼 다른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 같고... 박수호 선수야 테란전에 워낙 강하니 20테란에게 강력한 플레이를 보이지 않을까요?
꿀벌이: 저는 조금 달라요. 정종현과 황규석, 박성준, 최성훈 이렇게 네 명이 4강에 진출할 것 같아요. 정종현 선수는 지난 시즌에서 보여줬던 테테전 운영능력이 계속 발휘될 것 같고, 황규석 선수도 원래 테테전에 약하다는 평이었는데 아무래도 최근에 최지성 선수를 잡아서 기세가 쭉쭉 뻗어 나갈 것 같은 느낌? 박성준 선수와 최성훈 선수 역시 말이 필요 없는 선수들이잖아요. 또 앞으로 프로토스와 만나게 될 박성준 선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상황이죠.
조 지명식이란 조가 정해지면서 선수 32명의 명운이 갈리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더욱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하고, 주최 측은 주의사항을 더욱 잘 전달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조 지명식을 통해 특정 선수의 개인 팬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싸운 경기보다 말 한마디와 미소, 태도 등이 인기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데 선수의 인기는 곧 e스포츠의 흥행으로 연결되겠지요.
* 매주 금요일마다 e스포츠에 '자라난 손톱'을 깎아주러 게임조선 기자 3인방의 감성뒷담화 '손톱깎이'가 출동합니다.
[게임조선 편집국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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