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모국인 영국은 적극적 예술진흥정책을 펼치기로 유명하다.
영국은 1970년도부터 ‘예술을 위한 열정(Ambitions for the Arts)’이란 모토 아래 신진예술가를 육성하고, 문화체험을 확대하는 사업 등을 추진하며 문화와 예술을 대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반세기 전만하더라도 영국은 지금의 문화예술국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영국인들은 당시 예술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우려해 정부의 지원에 기대지 않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국민들에게 문화적 위한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장 통을 겪고 난 뒤, 영국은 30년 만에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다.
국내 게임 산업 역시 반세기 전 영국의 문화예술이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가는 모양세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국내의 경우 지원보다 규제를 강화한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산업 발전…규제의 역습
국내 게임 산업은 90년대 중반 이후 10여 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사업이자 수출역군으로 성장해왔다.
반면, 중독과 사행성 등의 치명적 요소로 인해 산업적, 문화적 가치를 외면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들은 정부의 규제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오는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셧다운제’. 일명 ‘신데렐라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자정이 되면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듯 게임을 강제로 차단해 새벽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접속을 제한한다.

법안이 통과될 당시 인권‧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개인의 자유가 사회적 규제에 침몰됐다며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청소년보호라는 명목아래 마련된 사회적 장치가 정작 청소년들의 인권과 문화적 결정권을 묵인했다는 것.
반면, 미국의 경우 국내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미성년자에게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의 판매 및 대여를 불법으로 규정한 캘리포니아의 주정부 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바 있다.
비디오게임과 아이들의 폭력성에 대한 인과관계 부재와 사실증거가 아닌 추론을 바탕으로 제정됐기 때문.
특히 연방대법원 측은 게임 이전에도 만화나 텔레비전, 음악 등에서도 미성년자의 접근을 제한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며, 비디오게임 역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는 예술의 한 장르로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규제대상으로 치부 받고 있는 게임이 미국에서 하나의 문화예술 장르로 인정받은 것이다.
◆ 간섭은 늘고 지원은 줄고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강화됐지만 지원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발표한 글로벌 게임산업트렌드 상반기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 3년간 총 4억2,742만 위안(한화 718억4,930만원)의 보조금을 세금 공제 형식으로 게임업체에 지급했다.
반면, 국내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게임산업진흥 예산을 168억 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112억 원보다 66%정도 증가했지만 영화나 음반 등 타 콘텐츠 산업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부족한 콘텐츠 예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야심차게 추진한 ‘콘텐츠산업진흥기금’ 조성 역시 전면 백지화되면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특히 올해 기준으로 정부의 콘텐츠산업 진흥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 4,868억 원, 방송통신위원회 608억 원, 교육과학기술부 299억 원, 지식경제부 119억 원, 국토해양부 30억 원 등 총 6,004억 원으로 전체 정부예산의 0.2%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의 2009년 콘텐츠진흥예산은 국내보다 15배나 높은 6조2,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 상반기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11개 부처가 합동으로 ‘콘텐츠산업진흥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스마트콘텐츠 코리아 구현’을 목표로 2013년까지 콘텐츠산업 규모를 세계 7위, 2015년에는 5대 강국으로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문화예술의 한축으로 자리 잡고자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게임 산업이 정부의 적극적 지원정책에 힘입어 르네상스시대가 도래하길 기대해본다.
[이민재 기자 sto@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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