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라는 문화가 생긴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제는 어엿한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 경기들보다 편하게 접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팬들은 언제든 온라인을 통해 경기를 관람할 수 있고, 대회가 치러지는 현장을 찾아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도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 치러지는 거의 모든 e스포츠 경기는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국내에선 언제나 쉽게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선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을 비롯해, 문래동 룩스 MBC 히어로 센터, 목동 곰TV 스튜디오에서 1년 내내 다양한 e스포츠 리그가 진행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는 인터넷 방송, DMB,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요 경기의 경우 팬들이 극장에 모여 경기를 관람하는 문화가 생겼다. 해외에도 굵직한 e스포츠 대회가 많지만 한국처럼 상시 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이 같은 욕구를 해소하고자 단체 관람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미에선 '바크래프트(BarCraft)'라는 신종 단어가 생겼다. '바크래프트'란 술을 마시는 'Bar(바)'와 'StarCraft(스타크래프트)'의 합성어로,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e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뜻한다.

▲ '바크래프트'를 위해 모인 해외의 e스포츠 팬들 (출처: 코타쿠닷컴)
우리나라의 호프집과도 같은 '펍(Pub)'에서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가벼운 음주와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형태.
팬들은 펍 뿐만 아니라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 경기를 주로 시청하던 '스포츠바(Sports Bar)'에서도 스타2 경기를 지켜본다.
이 같은 '바크래프트'는 올해 미국에서 한 e스포츠 팬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현재는 북미 전역을 넘어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크래프트'에 참여하는 팬들은 대부분 스타2를 시청하며, 주로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GSL)'나 '메이저리그게이밍(MLG)'과 같은 큰 대회의 결승전이 있는 날 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사전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장소를 섭외한다.
팬들은 결승전 당일, 같은 장소에 모여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게임을 주제로 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면 흥분된 팬들은 "MC! MC!(장민철의 아이디)"를 외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에게 응원을 보낸다.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휴대가 편한 고성능 노트북을 준비해 팬들끼리 게임 실력을 겨루기도 하며 퀴즈를 맞히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거리가 멀어 좀처럼 모이기 힘든 북미나 유럽의 팬들은 이런 식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자신들만의 'e스포츠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 '바크래프트'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출처: 팀리퀴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바크래프트' 문화는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경제지에서도 이를 다룰 만큼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바크래프트'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퍼져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한 팬이 '바'가 아닌 '클럽'에서 '바크래프트' 모임을 갖자는 제안을 했다. 시작된 지 불과 몇 달 되지 않은 '바크래프트'가 오로지 팬들의 영향력만으로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바크래프트'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내에는 월드컵과 프로야구 중계 등으로 인해 거의 모든 식당과 주점에 대형 TV가 설치돼 있다. 심지어 분식집에서도 스포츠 중계를 보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결승전이 이동하기 힘든 먼 곳에서 열릴 경우 각 지역의 팬들은 서로의 의견을 모아 장소를 섭외하고 '바크래프트'를 진행할 수 있다.
'바크래프트'같은 새로운 관람 문화가 국내에 정착된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분위기 조성은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e스포츠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다. '바크래프트'를 통해 '즐기는 것'과 동시에 다소 무거워진 국내 e스포츠 업계의 분위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 어려운 것은 없다. e스포츠를 향한 열정과 대형 스크린만 있으면 충분하다 (출처: 팀리퀴드)
물론, 주의해야할 점도 있다. '바크래프트'를 통한 경기 관람은 '음주'를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술에 취해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날 경우, 'e스포츠'라는 간판에 오히려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는 e스포츠 관람 문화. '바크래프트'는 팬들이 직접 만들어 가기에 그 어떤 것보다 더욱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바크래프트'는 e스포츠 문화의 무한하고 다양한 성장 가능성과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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