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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개발자들을 위한 제언/전찬웅 조이맥스 대표이사"

 

요사이 인력 확충을 위해서 개발자 면접을 진행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면접을 보러 온 개발자들 대부분이 출시한 작품 하나도 제대로 이력서에 기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설령 출시된 게임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시장에 알려진 게임일 경우는 더욱 드물다. 본인들도 나이도 들고 회사도 여러 번 옮겨 다녔지만 내세울만한 게임이 없다는 것이 몹시 자존심이 상한 듯 보였다.
그만큼 게임을 개발하여 제품으로 내놓기가 어렵다는 얘기고, 더군다나 그것이 성공한 타이틀이 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개발자들과 개발사가 모두 생각해보아야 할 몇 가지 내용을 경험에 기초해 주관적인 관점에서 적어 보았다.

첫째, 게임 개발은 기술 개발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독창적인 게임 또는 대작 게임이 꼭 새로운 기술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 집착한다면 자칫 현실을 무시하고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게임을 개발할 공산이 크다.
실지로 게임 개발 초기에 매스컴으로부터 기술력에 대한 찬사를 받았던 게임이 1~2년 연기 되다가 결국은 출시를 포기한다든지 또는 출시되었어도, 초기의 기대와 달리 실망하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3D 게임을 제작하기로 했다면 3D 엔진을 처음부터 직접 만들 것인지 아니면 3D 엔진을 사올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라는 명분 아래 불과 2년 남짓의 개발기간동안 80% 이상의 시간을 3D 엔진 개발에 투여하여 결국 게임 자체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출시한 게임이 성공하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과 팀원들의 개발력 수준 그리고 회사의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하여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국내에는 외국의 모회사처럼 인내심을 발휘하며 출시일을 차분히 기다려 줄 수 있는 자금력이 있는 회사는 거의 드물다. 물론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게임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게임 개발사들은 제한된 자금과 시간으로 1편이나 2편의 제작된 게임을 가지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처음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하는 회사나 팀을 보면 확보된 자금력을 무시한 채, 게임 개발에 대한 지나친 열정과 의욕만 가지고 자신들의 개발력을 앞서가는 기획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 기획 수정과 출시일 연기가 반복되다 결국에는 자금난에 봉착하고, 그래도 열정으로 버티다가 회사가 문을 닫거나 팀이 해체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개발자들은 꼭 자신과 자신이 속해있는 팀의 능력과 회사의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하여 게임을 제작해야 한다. 이 경우 성공은 보장되지 않아도 출시는 보장된다.

셋째, 개발자로서 자기 자신을 “기술자”가 아닌 “엔터테이너”로 생각하라.

대다수의 게임 개발자들은 기술자로서의 고집과 자존심을 내세우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엔터테이너로서 대중에 즐거움을 주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 게임의 인터페이스나 매뉴얼들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매년 수백개씩 쏟아지는 게임의 홍수 속에서 복잡한 시스템과 조작방법을 가지고 있는 게임을 유저가 끈기를 가지면서 차분히 즐겨주리라 예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정말로 성공적인 게임의 제작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기술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기쁨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

넷째,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케팅팀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여태껏 대부분의 국산 게임들이 사전 마케팅보다는 사후 마케팅에 주력해왔다. 소수 개발자들의 주도로 게임의 방향이 결정되고 만들어져 왔기 때문에, 이미 나와버린 상품을 가지고 제한된 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이 달라졌다. 소수 매니아만이 즐기던 게임 시장이 이제는 대중화된 큰 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이 원하는 게임을 개발할 줄 아는 회사만이 살아 남을 수 있게 되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마케팅과 전략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게임 제작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정확한 시장 분석과 철저한 마케팅 계획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해야 한다.


이렇게 열거한 제언들은 말로 하기는 쉽지만, 서로간의 의견차이, 이기심, 개발에 대한 욕심 등으로 현장에서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 역시 게임을 제작하여 성공한 타이틀을 갖기란 어려운 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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