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적자 판매를 감수하며 기계부터 보급하려는 이유는 배타적인 설계에 있다. PC와 달리 게임기는 제조업체가 다르면 게임을 서로 맞바꿔서 즐길 수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소비자가 일단 게임기를 구입하면 경쟁사 제품을 사는 일 없이 자사 소프트웨어의 구입에 돈을 쓰게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소니가 새로 내놓은 플레이스테이션 2는 발매 사흘만에 98만대가 팔려 첫 출하량인 100만대가 금새 동이 났다. 그렇지만 자금이 풍부한 소니도 무한정 손해를 보아가며 기계를 팔 수 없었던지 당분간 매월 50만대씩만 시장에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한 언론은 엑스박스가 발표되자 『마이크로소프트라면 소니보다 자금력이 풍부해 초기 적자를 무릅쓰고 더욱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화투짝 만들던 회사(닌텐도)가 시작했던 게임기 산업은 이제 초기 투자비용이 엄청난 반도체 산업과 비슷한 성격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게임기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은 구경꾼으로만 남아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가 94년 게임기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가 포기한 이래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게임기를 만들려는 시도는 전무했다. 또, 공연윤리위원회의 발족과 일본산 게임소프트웨어의 불법화 때문에 한국의 게임기 시장은 완전히 블랙마켓화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PC 게임이 가정용 게임기를 앞서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특이한 게임 시장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같은 시장구조 때문에 한국 게임개발업체들은 PC 게임에서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웬만한 PC 게임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국내 게임업체들이 성장했으나 자본 및 노하우의 부족은 여전히 세계시장 진출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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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미국)=박병호 멀티미디어 컬럼니스트 : RAYMOND1@chollian.net)
∴ 빌게이츠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려든 인파와 "more power, more game"을 주장하는 인텔의 부스. 이제 게임산업은 CPU 업체도 무시할 수 없는 주요 분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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