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초보 기자에게 돌을 던지랴? 지금은 베터랑이 된 이들도 한때는 '초보'라는 딱지 아래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했던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절로 미소가 번지는 것은 그때 그 시절만의 풋풋함이 주는 매력 때문이리라.게임조선에서 새롭게 충원한 신입 기자 가운데 '껨조녀'라는 필명을 쓰는 한 초보 여기자의 성장 과정을 이 코너를 통해 연재를 시작한다. 그녀의 좌충우돌 성장 과정에 차가운 도시 남자들의 응원과 신선한 악플(?)을 기대한다.
◆ 등장인물 소개

4월 9일, 입사 9일차를 맞이한 신입 기자 껨조녀는 또 다시 큰 기회를 잡았다.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SK와 KT의 유명 선수들을 모두 가까이서 보고, 스타크래프트1과 스타크래프트2의 결승전 취재 기회까지 얻게 된 것.

▲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SK의 김택용, 정명훈, 도재욱 선수. KT의 홍진호, 이영호, 박정석 선수.
두목 선배가 믿고 맏겨주신다는 생각에 들뜬 나머지 지난 취재 때 봉변을 당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또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었다.
대체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ㅋㅋ
'평소 학교 갈 때 타던 버스가 한 방이지' 라는 생각에 버스를 탔으나 봄날의 토요일은...^^ 길이 막혔다ㅠㅠㅠ..
결승 경기 취재인데 지각 위기! 두목선배에게 황급히 전화를 하자 체념한 건지 지금이라도 지하철을 타라고 말했다.
타고 난 길치임에도 다행히 경기 시작 전에 도착했다. 힐 신고 대공원 쏘다니다 취재는 시작하기도 전에 죽을뻔했다.
두목선배가 전화를 받지 않아 행사 가드(보안요원)에게 '기자실은 어딘가요?' 하고 물었더니 공손히 인사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란다.

역시 기자는 우월ㅇㅇ

기자도취에 혼자 기뻐하며 들어간 건물은 야외 무대 뒤편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좁아 터진 이곳에 무슨 기자실? 통로(그것마저 뱀 같은 굵은 전선으로 가득한)에는 해설진들과 이현주 캐스터, 글로벌 캐스터 등 방송출연진들이 분주히 다니고 있었다.

한참을 헤매다 극적으로? 전화연결이 돼 만난 두목 선배는 "너 장난하냐? 야외 경기니까 당연히 프레스도 야외에 있을거 아냐~~~~~!! 아오 너 땜에 내가 XXXXX!!(이하 생략)"이라며... 난 억울했다. ㅠㅠ(가드님 미워잉)

"늦든 어쩌든 기자는 어리버리까면 안된댔지? 제대로 해라잉?" 라는 말을 명심, 또 명심하며 늦었는데도 불구 최대한 도도한 표정으로 들어갔다.
먼저 와 있던 안경선배와 점돌이는 내가 오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쓰고 일하고 있었다.

들어가자 마자 상큼돌☆ 걸스데이가 축하공연을 펼치러 등장했다.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은 채로 사진 찍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최대한 각도를 잡아가며 열심히 찍사의 본분을 다했다. 그러자 두목선배가 하는 말,
"오~ 너 딱! 붙는 원피스 입고 멋지게 사진찍는데~"
그 후 잠시 뜸을 들이는 두목선배. 껨조녀는 은근 칭찬?을 기대했으나...
"배나왔더라ㅋㅋㅋㅋ푸할ㅋㅋㅋㅋㅋ"
역시나.. 하.. 이건 배가 아니라 옷의 주름?.
.
(ㅠㅠㅠㅠㅠㅠㅠ)이라고 변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현주 캐스터가 오픈 멘트를 하는 동안 잠시 관객석을 살펴봤다. 제법 다양한 연령층. 성별이 뒤섞여 있어 스타크래프트2가 점점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닌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심심해서 앉아있는건가..ㅡㅡ)
하지만 뭔가 2%? 가 부족한 느낌. 함성도 2%. 인원도 2%. 응원도 2%. 분위기도... 아직 선수들과 협의회, 기자단이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자!
경기가 시작됐고 정종현 선수는 역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맨 처음에 동영상으로만 봤을 때는 경기 시작 전마다 옆 구렛나룻을 만지는 행동을 많이 해 '겉 멋이 많이 든 어린 선수' 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 때 보니 정말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었다(개인적으로 만난 건 아니지만).

스타크래프트2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선수 중 하나인데도 겸손하고 자만하는 모습이 없는 보기 드문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1,2 세트를 여유롭게 가져간 정종현. 기자들은 또 4:0 가나염? 혹은 예의 상 1점 정도는 내줄 듯, 등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뒷심의 이정훈선수! 2점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2:2 타이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그 후 프라임 팀의 작전타임으로 5경기 이전에 잠시 휴식이 주어졌다.
나는 '오오! 작전타임! 또 해병왕이 이기는건가?' 하고 기대했지만 두목선배가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이 "4경기에서 이정훈 선수가 치즈 러쉬로 이겼기 때문에(다음 경기가 있는데도 치즈러쉬를 쓰는 선수는 다급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 더 이상 대응할 만한 작전이 없다고 보는 게 맞지. 4:2로 정종현 선수가 이길 확률이 높아."

에이 설마. 선배가 마법사도 아니고 그런 걸 어떻게 알...

두목선배의 예언대로 4:2로 정종현 선수가 우승했다... (어쩐지 미안해요 이정훈 선수...)
이정훈 선수는 3번째 준우승을 얻으며 반강제로 ..코..콩라인에 가입돼버렸다.

정종현 선수는 여전히 공손하고 착했다. 우승자인 주제에 눈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웃어주고 먼저 인사하는 너란 남자...

심지어 우승 기념 멘트에서 고마운 사람을 빼먹을까봐 핸드폰에 지인의 이름을 저장해왔다. 크게 될 인물일세.
인터뷰 후 나는 곰티비에서 제공받은 김밥을 얌냠쩝쩝 먹으며 저녁에 시작하는 위너스리그 결승 장소로 이동했다. 안경선배와 점돌이는 프레스실에 자리를 맡기 위해 먼저 출발했고, 나와 두목선배가 함께 후발대로 가고 있었다. 그
런데 두목 선배가 김밥을 안드시기에 내가 선배님 것 까지 다 먹게됐다ㅋㅋㅋㅋ

껨조녀 : "(우걱우걱)안드세요?"
두목선배 : "너 먹어~ 많이 먹어~"
ㅋㅋㅋㅋ웬떡이래 라고 생각했지만 도착 후, 나는 두목선배가 김밥을 먹지 않은 이유를 알게됐다...
위너스리그 현장에서 X솥도시락을 준다는 걸...........

두목선배 : "(우걱우걱)너 밥 안먹냐?"
껨조녀 : "전.. 배가 불러서요......."
안경·점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불쌍"

다음엔 먹고 말거야 X솥도시락.. 내 돈 주고라도 먹고 말거야..
그런데 위너스리그 결승전, 분위기 심상치 않다. 막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껨조녀는 야구장에 자주 가는 편인데, 웬만한 야구 경기와 맞먹는 함성과 응원열기가 한양대 노천극장을 뒤덮고 있었다.

우글바글 들어 찬 자리와 응원 풍선도 장관이었다. '정말 인기가 많구나' 라고 느끼며 더 열심히 해서 게임에 대한 일부의 편견을 없애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전하고 체계화 된 게임 산업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경기 시작! 그러나 SK 이승석 선수의 PC가 오류를 일으켜 'ppp'(please pause program)을 두 번이나 요청하게 됐고, 경기는 30분 넘게 지연됐다. 하지만 우리의 팬들, 아무도 비난하거나 동요하지 않고 추운데도 꾸준히 응원을 하고 계시더라는^^.
참고로 기자실 안에서의 상황은... 내 왼편에서 밥 우걱우걱(동료들), 오른편에서 러시아?어딘가의 말로 솰라솰라하는 외국인 캐스터, 앞에서 전자담배 뻑뻑피는 다른 매체 기자님...(냄새는 안남)
추운데 손난로는 30분 주물거리니까 겨우 따뜻해짐. 레알 빡(!)친당 -_-+
오류 수정, 경기가 시작 된 후 이승석 선수는 거침없이 3연승을 거뒀다. KT의 김성대, 임정현, 김대엽 마저 꺾으며 '티원 저그'의 오명을 벗는 영광의 순간이었다.
그는 '갓영호' 이영호 선수가 등장하자 마음껏 실험적인 전략을 펼치고 아쉬움 없는 gg를 쳤다. 다음 맵은 아즈텍. 프로토스가 유리하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게다가 다음 선수는 아즈텍 맵에서 특히 잘한다고 알려진 '택신' 김택용이어서 기자들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

"영호가 해결하겠지 뭐."
"스-읍... 이번엔 힘들겠는데. 김택용에, 하필 아즈텍이라."
초반부터 김택용선수는 전진 게이트웨이를 통해 질럿을 생산하자 마자 러쉬했고, 이영호 선수는 버겁게 버티다가 결국은 패배하고 말았다. 엉덩이 들썩 세리머니를 보이는 택선수.. 이런 귀요미를 봤나.

어쨌든 SK텔레콤 T1이 위너스리그 우승!
MVP(이승석 선수) 수상과 우승, 준우승컵 세리머니 후 박용운 감독 휘하 오늘의 공적을 쌓은 선수들이 기자실에 입성했다. 그들은 당당했고, 상기된 모습이었다.
축하한다는 기자들의 인사에 감사합니다로 답하는 T1선수들 모습에서 정종현 선수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할 수 있는 정종현 선수의 마음이 좀 더 절실하게 다가온듯한 느낌이다. 이런 차이를 느껴서인지 초보기자 주제에 감히 이의 아닌 이의를 이 글을 통해 제기해보지만... 관심좀 ㅠㅠ ㅋㅋ
스타크래프트2 리그도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 시작된지 1년이 채 안돼 대회 운영이 개선되는 중이지만 우승 인터뷰에도 감독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수 혼자 덩그러니, 이 점을 다 같이 생각 해 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일반적인 비판은 하지 않겠다. 안정화 된 스타크래프트1 리그가 조금 더 프로다울 수 있도록 돕고, 발전해야 할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후원하고 조언하는 것이 기자의 일이니까 내 힘이 닿는대로 돕고 싶다! 근데 나는 입사 1달도 안된 햇병아리니까... 감독님들 관계자님들 팬분들 관심좀 ㅠㅠ ㅋㅋㅋㅋㅋ
인터뷰 마무리는 11시 반. 한국e스포츠협회(KeSPA)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모인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는데 점돌이가 어느 고깃집에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점돌이 : "어! KT!"

헐. 순간 당황스러워 다들 점돌이를 그 자리에 두고 모른척 하며 떠났다.. 아..ㅠ
그 날 자리에서는 많은 기자 선배들과 관계자들을 소개 받았는데, 기자 문화라든지 예절 등을 배우고 반성하는 자리가 됐다. 어쩐지 기자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 ^^ 너무 늦어져서 새벽 1시 15분, 어머니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새벽 X시 집에 도착... 다음날 엄마가 넌 여자도 아니라면서 너 같은 딸 키운 적 없다고 집 나가라고 하셨다. 과연 나는 어머니께 용서 받고 근근히 살 수 있을까?ㅠㅠ
※ 나는야 행운아! 다행히 손발 싹싹 빌어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초보 여기자 '껨조녀'의 진상같은 성장기(줄여서 초진상)는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다음 주제는 '떨리는 첫 인터뷰 & 껨조녀의 행사 체험!' 입니다.
편집 : 두목선배 / 작성 : 껨조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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