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렸지만 이날 풍경은 여느 비오는 날과 사뭇 달랐다. 많은 양의 비가 아님에도 우산을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겨우내 옷장 속에 보관해둔 우의를 꺼내 입은 사람도 있었고 일부는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일본발 방사능을 머금은 비였기 때문이다”

지난 달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고와 관련 주변 국가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과 근접한 우리나라의 경우, 방사능 해독작용을 하는 요오드화칼륨이 포함됐다고 알려진 해초류와 소금 등 일부식품들의 품귀현상이 이어졌다.
특히 고가의 방사능 검출기 및 방사선작업용 마스크 등도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방사능 오염을 우려한 예방차원의 구매였다.
이처럼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방사능 오염이 게임에선 어떻게 표현됐을까? 가상현실을 주제로 다루는 게임 속에서 그려진 방사능 사고의 원인과 이후 세계관에 대해 살펴보자.
◆역사상 최악의 사고가 재발했다! - ‘스토커 : 쉐도우 오브 체르노빌’
국내에 ‘체르노빌 좀비’동영상으로 잘 알려진 ‘스토커 : 쉐도우 오브 체르노빌’은 2007년 우크라이나의 GSC게임월드가 개발했다.
이 게임은 당시 사고의 아픔을 직접 경험한 제작사가 개발해서인지 방사능 오염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게임의 배경은 이렇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된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격리 구역에선 군사기밀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거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20년 뒤인 2006년 제 2차 폭발이 발생하고 거주하던 군인들의 대부분이 사망하거나 돌연변이로 변해버린다.
그 후 수년이 지난 뒤, 사람들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거주구역에 들어와 아티팩트 및 과학적 정보를 찾으려는 이들을 스토커라고 칭한다.
특히 게임에서 방사능은 스토커로 분한 플레이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가장 위험한 환경요소로 등장한다. 게이머가 방사능 오염지역에 머물면 시간에 따라 오염도가 상승한다.
만약 방사능에 오염된 상태에서 예방 주사 등의 해독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플레이어의 체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된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최근 방사선 피복에 좋은 식품이라며 한 누리꾼이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한 보드카가 이 게임에서 방사능 해독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측은 보드카와 관련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를 사수하라 - ‘매트로2033’
드미트리 글로코프스키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긴박한 지하세계 속 잔혹한 현실을 게임화한 ‘메트로 2033’의 배경이다.
2013년 지구는 핵전쟁이후 사실상 황무지나 다름없는 폐허로 변한다. 생존자들은 자신의 고향을 버리고 매트로 시스템이 구축된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생활하게 된다.
각 지하철역들은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게 됐고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2033년, 핵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지상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돌연변이 생물들이 생겨나면서 인류의 마지막터전인 지하세계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4에이 게임즈가 2007년 개발한 ‘메트로2033’은 출시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국내게이머들 사이에서 현존 최고의 하드웨어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으로 유명하다.
플레이어는 생존을 위해서 가스마스크, 산소통, 방독면 필터 등의 구호품을 항상 소지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모르핀 같은 진통제를 이용, 신체의 이상 작용을 억제한다.
특히 현실감 넘치는 설정은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속에 있다고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예를 들어, 가스마스크를 착용하면 시야에 제한이 생기고 진통제를 투약하면 폐쇄공포를 연상시키는 환각증상이 동반된다.
◆ 인간의 이기주의가 만든 최악의 현실 - ‘폴 아웃3’
“미래를 위해 병뚜껑을 모아야 하나?”라는 의구심이들 정도로 높은 몰입도와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폴 아웃’은 현실 세계와의 묘한 연관성을 통해 인류의 깊은 고찰과 반성을 담아 냈다.
‘폴 아웃’은 현재까지 총 4편의 시리즈가 출시됐으며 각 시리즈마다 전작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과 높은 자유도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3편의 경우 볼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장르의 타 게임을 보면,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은 자아를 상실한 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적으로 간주되는데, '폴 아웃 3'의 경우 방사능에 노출된 인간을 구울이라 통칭하고 외형이 변해도 지능만 정상이면 같이 융화돼 살아가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핵전쟁 이후 사용되는 화폐단위는 값비싼 광석이나 지폐 등이 아닌 현실에선 하찮은 병뚜껑이다.
게임의 프롤로그를 살펴보면, 근 미래인 2077년 자원고갈로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다. 당시 발사된 핵미사일들은 지구의 대부분을 파괴하고 세계를 방사능으로 뒤덮는다.
그러나 이미 핵전쟁을 대비해 만들어진 방공호(이하 볼트)에 피난하면서 이후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뒷이야기를 토대로 시리즈가 연결된다.
[이민재 기자 sto@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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