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항상 주인공이 어린시절 부모를 여의고 열심히 무예를 수련해 나중에 복수를 한다는 식이었지만, 주인공이 힘든 수련을 통해 화려한 권법이나 검법을 선보일 때는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외국인들의 경우 어린 시절 오크, 메이지, 오우거 등이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판타지에 향수를 갖고 있으나, 우리 어린 시절의 향수는 바로 이런 무협이 아닐까.
`신영웅문(이하 신영)`을 처음 접했을 당시는 오픈 베타 서비스 기간이었다. 그전까지 온라인 게임을 상당히 많이 해보았지만 `울티마온라인`의 방대한 세계에 푹빠져 웬만한 온라인 게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때다.
하지만 국산 온라인 게임의 한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영웅문`의 후속작이란 생각에 한번 꼭 해봐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또, `신영웅문`이 무협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게임을 즐기기 전에 꼭!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이나, 각종 기본 시스템 등 기초적인 자료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 그래야 게임에 처음 접속했을 때 아무 것도 할 줄 몰라 `이게 뭐야!`라며 그만두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신영웅문` 공식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 대충 내용을 파악해봤다. 내용중에는 생명, 문파, 가족, 각종 무공 등의 내용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고, 이러한 사항은 앞서 서두에 꺼낸 `무협`의 향수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처음 접속해 캐릭터를 생성할 때, 여러 가지 체질을 고르게 된다. 뭐 한문에 있어서는 까마귀가 친구하자고 할만한 실력을 가졌기 때문에 대충 고르고 넘어 갔다(후에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큰 실수였다. --;). 노랑머리로 물들이고 키와 덩치는 적당히~.
이름은 `천지하애`
튜토리얼 모드가 따로 존재했지만, 무작정 게임에 뛰어들어 몸소 체험(?)하는 쪽을 택하고 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영화나 TV를 통해 낯익은 기와집이 눈에 띄고, 주인공과 비슷한 어린 아이들이 주위에 서성이고 있었다. `뭘해야 하지?…` 난감한 느낌이 잠시 들고, 무작정 다른 어린 캐릭터들을 따라 밖으로 나가봤다.
집 바깥은 커다란 성이었으며, 주변에 어른 캐릭터가 몇몇 눈에 띄었다.
일단 어떤 게임이든지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돈버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집앞에 `검은수선화`란 아이디를 가진 어른 캐릭터가 서있길래 조심스럽게 돈버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안뇽하세여~ 저기… 돈 어떻게 버러여?`
`--;;`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묵묵부답인 `검은수선화`.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벌써 꽤 많은 아이 캐릭터들이 모여 있었다. 분명 저 어린아이들이 똑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했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포기하는 마음으로 직접 돈버는 방법을 찾아 나서기로 하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검은수선화(이하 어머니)의 입양신청을 받아들이겠습니까?` `헉…`
`신영`은 처음 태어날 때 고아로 태어나게 되있다. 게임을 하며 부모를 만나고 사부를 만나는 등 현실 세계의 `인연`이란 것을 고스란히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입양을 승락합니다.`
`천지하애`가 부모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자~ 애들아. 다들 날 따라오너라~`
어머니 옆에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한무더기(^^;)의 아이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의 자식은 50여명에 이른다. --;).
한참을 걸었을까. 성밖에 조그만 기와집이 눈에 띄었다. 우리집….
아버지는 아이들을 동그랗게 둘러 앉혀놓고, `신영`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집 안에는 조그만 호롱불들이 여럿 있고, 침대, 책장 등이 보였다. 밤이 되어 집밖은 깜깜했고, 호롱불 밑에서 아버지의 설교는 계속되었다.
바로 이 부분! `천지하애`가 `신영`에 푹빠지게 만든 부분이 바로 이 장면이다.
실제로 `신영`은 무릎꿇고 앉기가 가능하다. 아버지 캐릭터를 중심으로 아이들 몇이 빙둘러 앉고, 어두운 방안에 호롱불을 켜놓은 가운데, 배경에 깔리는 음악. 이 상황은 어린 시절 무협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특히 `신영`의 배경음악은 가히 압권이었다.
또, 아버지, 어머니의 관계 설정은 게임내의 `매너`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다른 게임 같으면 벌써 막말을 내뱉었을 상황에서도 아무리 게임이지만 아버지, 어머니의 관계는 사이버상의 말투와 행동조차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한 시간 정도 아버지에게 `신영`의 기본적인 설정에 대해 설교를 듣고, 대충 `신영`이 어떤 게임인지 감이 잡혔다.
설교가 끝난 후 아버지는 옷과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그리고 수련을 할 수 있는 목검과 약초를 캘 수 있는 호미를 하나 사주었다.
어린 시절에는 무공 수련보다 무공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몸을 만드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상체, 하체, 근골 등 캐릭터의 몸이 제대로 갖춰져야 절세 무공을 버텨낼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때부터 `천지하애`의 약초캐기는 시작 되었다. 약초를 캐면 기본기를 수련할 수 있는 활력을 조금씩 얻을 수 있었고, 또 약초상에 팔아 약간의 돈을 모을 수가 있었다.
게임 나이로 18살이 되면 어른의 몸을 가지게 되어 있다. 13살로 처음 `신영`에 태어나게 되므로 5살이 될려면 적어도 실제 15일이 걸린다.
15일 동안은 이런 약초캐기나 나무하기, 농사짓기 등을 하며 `신영`의 세계관과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하지만 15일 동안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약초를 캔다는 것은 좀 짜증나는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천지하애`가 택한 길은 주변의 형제들이나 친구들과 약초를 캐며 수다를 떠는 일이었다.
`신영 아이 캐릭터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
그렇게 15일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형제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여러 지역의 환경이나, 분위기 등도 대충 감이 잡혀갔다.
가끔 `어린 시절에는 무공 수련을 하지 말라`는 말을 살짝 어기고 들개한테 덤벼들었다가 혼쭐이 나 꽁지빠지게 도망을 간 적도 있었고, 성에 한번 놀러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어 한참 헤맨 적도 있었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 흘러 `천지하애`는 18살 어른이 되었고, 이제는 옷을 만들고, 음식을 잘하는 이쁜 여동생도 생기게 되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어머니께 번뜩이는 칼도 하나 선물 받고, 어머니를 따라 토끼, 고양이 등을 사냥다니며 여러 가지 귀한 검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제 막 어른이 되어 아직 여러 무공이나 경공 등을 접해 보지 못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언젠가 칼 한 자루 들고 홀홀단신으로 강호를 호령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천지하애`는 오늘도 어머니 `검은수선화`와 토끼를 잡으러 간다. ^^;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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