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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복합 게임 마케팅, 이렇게 하자/문동열 SBSi 게임PD"

 

2000년 5월 출시된 세가의 드림캐스트용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북으로~ White Illumination(北へ。~White Illumination)`는 사실 일반적인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과 별반 다를바 없는 게임이다. 약간의 시스템적인 발전이 있다고는 하지만, 스토리 라인이나 기타 다른 요소들에 있어 차별성은 보이지 않는 평범한 게임인 셈이다.

`북으로`의 스토리는 도쿄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생인 주인공이 방학을 틈타 북해도(홋카이도)로 14일간의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북해도의 삿포로에 살고 있는 하루노 코토리라는 친척의 집을 방문하게 된 주인공은 14일의 시간 동안 북해도의 여러 관광지들을 돌며 8명의 소녀와 만나게 되고 각기 나름대로의 추억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해 겨울방학에 주인공은 다시 북해도를 방문하게 되고, 여름방학 추억의 소녀와 함께 "12월 31일 해가 바뀔 때 키스를 하는 연인은 평생 행복하게 된다"는 전설이 있는 삿포로 오오토리 공원의 화이트 일루미네이션(White Illumination) 밑에서 영원한 행복을 약속받는 둘만의 키스를 나누게 된다는 스토리다.

문제는 `북으로`라는 이 게임이 아주 색다른 게임 마케팅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게임은 `관광`이라는 키워드와 결합되어 있다. `연애`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아닌 `관광`이라는 키워드로 `북으로`를 보게 되면 게임 마케팅에 있어서의 새로운 접근법이 발견된다. 바로 게임에 실제적인 요소를 집어 넣음으로서 거기에 부가적인 형태의 마케팅을 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은 내내 북해도가 가진 천혜의 자연 환경과 이국적인 분위기, 그리고 북해도 관광의 중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각종 관광 명소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여기가 시청이야. 자세히는 모르지만 메이지 시대의 건물이라고 하던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어. 진짜 시청 건물은 뒤에 있어."

북해도 관광 첫날에 코토리와 처음으로 방문한 삿포로의 舊북해도 도청건물을 방문했을 때 코토리의 대사다. 무언가 관광 안내 가이드같은 느낌이 들지 않은가. 그리고 주인공은 삿포로의 유명한 시계탑과 스가이 빌딩, 오타루, 후라노 등을 방문하게 된다. 물론 각 방문지마다 각 캐릭터들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가장 멋있는 각도에서 찍은 해당 관광지의 실제 사진이 배경으로 깔린다.

만일 북해도 관광을 가게 된다면 더 이상의 관광 가이드북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게임에서 주인공이 여행하는 코스만 따라가면 북해도 관광은 끝일 것 같다. 실제로 이 게임은 개발 직후부터 북해도 관광협회의 지원을 받아 북해도 관광 안내 책자에 숱하게 인용되고 있고, 일본 항공사 ANA가 스폰서가 되어 게이머들이 게임에 나오는 실제 배경들을 직접 방문하고 올린 여행기들이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을 정도이다.

한마디로 이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사랑이 가득한 북해도로 오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어떤 TV CF나 CM에 비길 바가 아니다. 북해도의 실제 관광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결말은 삿포로의 오오토리 공원의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밑에서의 두근거리는 키스. 모르긴 몰라도 2001년 1월의 삿포로 오오토리 공원은 일본 전국에서 몰려든 연인들로 미어터졌을 것 같다.

필자는 이 게임을 보면서 이런 상상을 했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기획 컨셉을 `관광 가이드`로 잡고 거기에다가 `로맨스`를 덧붙인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무리한 상상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북으로`에는 관광명소 이외에도 북해도 특유의 각종 특산물이 등장한다. 오타루의 유리세공품이라든지 유바리의 멜론, 그리고 후라노의 라벤더 등등... 게임을 통한 관광 마케팅의 절정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여성 캐릭터 중 사쿠라마치 유코라는 항공자위대 자위관이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는 항공자위대의 홍보를 위해 존재하는 듯 하다. 군사기밀에 해당되는 항공자위대 격납고라든지 자위대 생활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유코와 군사기밀에 해당되는 항공자위대 내부시설을 촬영해 배경으로 쓴 것을 보면, 항공자위대의 적극적인 협조없이 이 게임을 제작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요컨대 `북으로`라는 게임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사랑으로 잘 포장된 북해도 관광 가이드 겸 일본 항공자위대 모병 안내문"인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해야 하는가?

진정한 게임 마케팅은 게임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게임의 컨셉을 잡는 데 있어 게임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여기에 결합시킬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으로`처럼 `관광`이라는 부가적인 컨셉을 잡았다면 이에 맞는 복합적인 마케팅 방안들이 구상되어 있어야 하고, 또 게임 개발에 있어 충분히 컨셉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북으로`의 개발사들은 `사랑` `연애`라는 기본 컨셉에 `관광`이라는 부가적인 컨셉을 결합시켜 다양한 마케팅 방안들을 이끌어 내었다. 게임을 북해도 관광협회의 대대적인 후원까지 받아가며 만들 수 있는데는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게임이 북해도의 긍정적인 홍보에 도움이 됨과 동시에 관광객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안 봐도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게임 개발에 있어 이러한 종합적인 계산이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아니 현재까지는 이러한 시도들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나라 게임 개발사들도 게임 개발에 앞서 이러한 종합적인 게임 마케팅의 기반부터 먼저 구축해야만 한다.
현재의 우리 실정을 보면 게임 개발사들은 마케팅에 대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고, 또 이런 종합적인 마케팅 방안들이 혹시나 자신의 창의적인 게임 개발을 가로막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만 더 넓게 생각해보면 게임만큼 미디어 믹스의 장점을 가진 매체도 드물다. 우리는 이러한 게임의 특성을 보다 확실하게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게임을 제작해야만 경쟁력있는 게임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데 있어 단순히 게임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 이것을 통해 어떤 부가가치를 창조해 낼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게임을 개발함과 동시에 그러한 기반구조를 가지고 보다 완성도 있고 경쟁력이 있는 게임 상품을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되면 초기의 적극적인 마케팅은 곧 새로운 부가가치로 연결되고, 그 부가가치를 수익으로서 새로운 제품 생산에 재투자하는 긍정적인 순환구조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은 단지 가설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같은 게임산업 선진국들의 게임 제작사들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블록버스터 게임을 제작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복합적인 게임 마케팅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게임이라면 그 게임은 그만큼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며, 게임 제작사도 단지 게임 판매로만 수익을 얻어 개발 자금을 회수하는 구태의연한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수익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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