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펀드'란 말그대로 게임에 대한 투자를 받는 것으로, 특정 게임의 제작과 마케팅을 위한 자금을 일반 투자가들로부터 유치하여 게임을 만들고, 해당 게임에서 수익이 발생했을 시 그 수익을 투자가들에게 적정 비율로 분배해주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이런 류의 자금 조달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19세기 말부터 브로드웨이에는 연극과 뮤지컬에 투자하는 '엔젤'이라는 명칭의 개인 투자가들이 있었고, 이러한 투자는 영화 산업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시기까지만 해도 '투자'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투자신탁회사들의 일이었다.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도구의 출현이 '투자'의 문턱을 확 낮춰놓았다. 인터넷을 통한 동시 공모, 사이버 트레이드 등 새로운 금융 기술들이 증권업계에서 개발되었고, 이 기술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결합하자 '네티즌 펀드'라는 결과물이 탄생했다. 바야흐로 대중 투자, 소액 투자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렇게 되자 펀드는 본래의 목적이었던 '자금 조달'보다는 펀드 참가자들을 통한 입소문, 즉 '마케팅'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게임 분야에서 최초로 일반 투자가 즉 유저들로부터 펀딩을 받은 기업은 일본의 코나미다. 지난 해 10월 코나미는 '도키메키 메모리얼3'의 제작을 위한 '게임 펀드'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발표는 의외로 유저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어, 8억엔의 개발 자금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초기 목표치는 12억엔이었다고 하지만.
한편, 국내의 게임사들을 자극했던 것은 코나미보다는 국내의 영화 펀드들이었던 것 같다. '반칙왕'이 네티즌 펀드를 통해 대박을 기록하고, 이후 '친구' '신라의 달밤' 등이 공모 시작 1초만에 1억원 모금에 성공하는 등 화제를 뿌리자, 이 열기가 음반과 서적 등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게임 펀드까지 출현한 것이다.
현재 디지틀조선게임과 인터파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네티즌 게임 펀드'가 20여 게임사들의 참여속에 순항중이고, 이투소프트와 태울엔터테인먼트는 각기 온라인 게임 '베리타스'와 '신영웅문'을 대상으로 게임 펀드 모집을 끝냈다.
태울의 경우 수익 배분 방식이 다소 달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자금 조달과 마케팅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노리고 있다는 점은 여타의 게임 펀드와 동일하다. 이외에도 10여 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게임 펀드를 고민하고 있거나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게임 펀드는 '반칙왕' '친구' 등 영화 펀드가 한국영화산업에 미쳤던 긍정적 피드백 작용을 게임산업에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정답은 현재 진행중인 게임 펀드들의 수익 배분 시점이 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게임의 성공 확률이 영화나 음반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영화나 음반에 비해 게임은 제작 기간이 훨씬 길고,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최근의 국내 게임 시장은 극소수의 인기 게임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독과점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신규 게임의 선전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게임 펀드가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펀드는 게임 산업의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오래 전 브로드웨이에서 배고픈 예술인들이 엔젤들의 도움으로 연극을 상연할 수 있었듯, 실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재한 개발사들 혹은 게임성은 있지만 대중성이 입증되지 않아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게임들에게 '게임 펀드'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 역시 '게임 펀드'를 단순히 단기적인 머니 게임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산업에 게이머가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 투자하고 싶은 게임에 투자하고 그 투자에 책임을 진다면, '게임 펀드'는 게임 산업에 가장 걸맞는 제작 자금 조달 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의식 기자 befr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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