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게임분야도 하나의 산업군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게임산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개발업체를 둘러싼 환경을 보고 과연 게임산업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몇 개의 게임이 수출되었다고 해서 우리의 게임이 세계화의 탄탄대로에 들어선 것일까? 꼭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한 게임이 히트한다는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앞을 다투어 시장성이나 여타 여건은 무시한 채 우선 비슷하게 만드는 데 급급하는 안일한 개발 태도와 ‘일단 만들고 보자’는 개발우선 마인드가 상존하는 한, 모처럼 조성된 호조건은 게임산업발전을 위해 아무 기여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비슷한 제품을 쏟아내는 관행과 만들고 보자는 습관은 저가 타이틀 시장을 상존하게 하고 특색없는 컨텐츠의 양산으로 인해 외국의 퍼블리셔들로 하여금 한국의 게임업체가 만드는 게임은 전부 비슷하다는 평가를 해버리게 한다.
물론 개중에는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대상시장을 명확히 하고 그 대상시장의 잠재 Needs에 적합한 방향성을 가지고 개발 및 영업을 전개하여 수출까지 성사시킨 몇 건의 사례는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업체가 그러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렇게 해서는 세계화의 길로 나아갈 수가 없다. 한 때 “우리의 것이 좋은 것이여.”,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불길처럼 번져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 것만을 고집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외국인들이 우리의 어떤 것에 가치를 주고 어떤 관점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지를 잘 파악하여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골라내어 상품화하고 이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개발하자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발굴까지는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품화하고 알리고 팔아서 외화획득까지 연결하기에는 할 일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 선진 마케팅기법과 생산기법을 접목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상품으로 거듭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게임산업에 이 공식을 대입해 보자. 세계가 주목하는 어떤 것이 우리 게임산업 안에 어떤 것이 존재하고 있는지. 해답은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는 세계에 유래가 없이 신속히 구축된 초고속 인프라이다. 물론 진정한 브로드밴드냐 아니냐하는 논란은 있겠지만 이는 차치하고 적어도 게임산업 측면에서 보면 한국내에서는 패키지로 게임이 Delibery되는 것보다 네트워크로 Delibery되는 것이 Cost 측면에서 그리고 시간적 측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다. 또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문화권내의 Test Bed를 가지게 된 것이다. 더우기 이러한 네트워크 중에서 약 60만대의 네트워크 PC들은 PC방이라는 신종 개념의 업태에 의해 24시간 개방되고 있다. 그야말로 기존 개념을 뒤엎을 만한 특유의 산업기반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게임업계는 흔히 비디오게임시장의 천문학적인 규모를 거론하면서 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함을 단순히 우리의 제작능력이 미흡함 혹은 (일본)메이저 업체들의 배타성 탓으로 돌리고는 했다. 그리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어떻게 해서든지 개발툴을 입수하여 독자개발을 해 가는 직접 공략법만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닌 것이다.
우선 비디오 게임의 맹주들인 일본 메이저 업체들의 입장을 보자. 그들은 비즈니스 설계시점부터 한국을 전략적인 대상 – 제휴상대이건, 판매대상이건간에 – 에서 제외하고 세계전략을 구상해 왔다. 이를 두고 `한국은 복제가 심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랬다`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사실은 정품시장으로 시장이 형성된다고 해도 한국시장의 규모로는 메이저들의 입장에서 결코 매력적인 시장이 못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메이저들도 한정된 경영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지역전략은 항상 일본-미주(구주)-차이나 혹은 미(구)주-일본-차이나의 순서로 구성되어 왔던 것이다. 더우기 한국시장은 규모로서 뿐만 아니라 어떠한 다른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 시장이라고 평가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메이저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한국의 업체들과 제휴할 일도, 생각도 없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옳은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어떠한가 ? 고속망 가입자가 600만세대, PC방에 의한 고속망기반 Public PC가 60만대 이상 갖춰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네트웍 환경을 갖춘 나라가 바로 우리 나라 아닌가.
이러한 점을 메이저들에게 어필하여 한국시장에서 게임 비즈니스를 전개한다는 것이 단순히 한국시장에의 판매를 의미한다는 것을 넘어서 세계시장으로 가기 위한 Test Bed로서의 필수과정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여 메이저들이 한국시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한국의 게임업체들을 진정한 Partner로서 대접할 때에 비로소 그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공동작업을 통한 상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세계 비디오 게임시장에 하루라도 빨리 접근하기 위해서는 메이저들과 손을 잡고 공동작업을 통해서 그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받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그들이 한 발짝 앞서 있다는 점은 사실이 아닌가. 단, 이제는 좀 더 당당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공동작업’이라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으므로 과거처럼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거나 일만 해주고 배우는 것 없는 그런 관계가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업체들의 개발품질이 일정수준 이상 우수한 부분을 발췌해서 이를 기반으로 하고 다른 부분들은 메이저들의 기능보완을 통하여 한국발 세계시장 지향 게임의 초석을 다져나가고 나아가 나래를 한껏 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술 밥에 배부르랴’는 우리의 속담처럼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를 향한 항해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여러 업체들이 다방면으로 여러 Partner들과 손잡고 다양한 노하우를 쌓아 나갈 때 그러한 과정들과 각 업체들이 흘린 땀방울이 비디오게임강국 한국을 일구는 토양이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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