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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2와 자동차 이야기

 

최근 일본서 시판된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 ‘플레이스테이션2’와 관련된 자동차 이야기입니다.

영화 매트릭스(Matrix, 1999년)에서 주인공 키에누 리브스를 배신하는 악당이 내뱉는 말이 기억납니다. 영화속에서 기계문명과 싸우는 현실세계 인간들은 고된 삶을 이어나가지요. 음식도 무슨 돼지죽같은 것만 먹습니다. 암울하고 답답한 우주선 속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자유를 믿고 살아가는 불쌍한 인생들입니다. 기계문명은 그런 인간들을 찾아내서 없애려 하지요. 앞서 말한 악당이 동료들을 기계문명에 넘기는 대가는 달콤합니다. 그는 가상현실공간 ‘매트릭스’속 고급 레스토랑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조망하며 부드러운 스테이크와 포도주를 즐기는 가운데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가짜건 뭐건 상관없어. 고달픈 현실보단 이쪽을 선택하겠어”

지난 3월4일 소니 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에서 시판한 ‘플레이스테이션2’가 일본서 엄청난 화제입니다. PS2의 총 출하량 100만대가 이미 팔렸고 앞으로 1달에 50만대씩 생산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당분간 주문 적체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이번 여름휴가때 일본 가서 하나 사올까 하는 생각도 갖고있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은 다소 힘들것 같네요. 일본내 공급도 밀려있는데 미국이나 다른 지역에까지 물량 대기는 아직 어렵겠지요.

플레이스테이션2 가격은 3만9800엔. 우리 돈으로 40만원 조금 넘으니, 일반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PS2는 단순한 게임기에 그치치 않고 DVD플레이어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비디오테이프나 비디오CD에 이은 차세대 영상기록물로 그 권자를 차지할 것이 확실한 DVD까지 재생된다는 것은 PS2가 가정용 멀티미디어기기로 가진 큰 강점이지요. PS2는 전화선등의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서 인터넷을 사용할수도 있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이전에도 이런 게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그 활용폭이나 확장성이 훨씬 다양하다는게 특징이죠.

PS2는 최근 나온 다른 게임기와 마찬가지로 128비트 CPU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하드웨어 성능면에서 세가(SEGA) 드림캐스트 등에 비해 월등하다고는 할수 없지요. 하지만 일본 ‘모터매거진’ 4월호에서는 PS2의 강점에 대해 이런식으로 평합니다. ‘같은 280마력짜리 자동차라 하더라도, 2.0리터 엔진 직렬4기통 터보로 내는 것과 2.6리터 엔진 직렬6기통 트윈터보로 내는 것은 잠재능력면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PS2는 주변기기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본래의 몇배 실력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폴 밴 발켄버그(Paul Van Valkenburgh)는 로드 앤드 트랙(Road and Track) 1월호 ‘그곳에 있는거나 마찬가지(Being there almost)’라는 기사에서 조만간 실제 레이싱 챔피언과의 실시간 경주를 가상현실에서 체험할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컴퓨터가 보여주는 수동적 카메라 앵글이 아니라 가상현실의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모든 주행상태를 나타내주는 시스템이 선보일 것이라는군요. F1레이스를 직접 구경한다해도 진짜 주행의 스릴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엔진 굉음,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머신의 움직임에서 레이싱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짐작할뿐이죠. 하지만 미하엘 슈마허와 함께 레이스를 벌인다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머신을 선택하고 직접 조종한다면 그 느낌이 분명 다르겠죠. 인터랙티브-디지털TV기술, 더 현실적인 시뮬레이션과 인터넷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해질 것입니다.

발켄버그는 또 진짜 혁명은 가정용 시뮬레이션 기기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정용에 기반을 둔 시뮬레이션 기기로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일반 PC로 이런 기능을 구현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윈도 2000이라는 것도 가정용이라기보다는 기업에 쓰이는 범용 OS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저역시 PC는 업무용에 훨씬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화면이 큰 TV에 연결하는 쪽이 즐기기에는 훨씬 시원하죠. 처음에는 사실적인 화면(하지만 누가봐도 게임이라고 생각하는)으로 만족하겠지만 나중에는 스티어링 감각이나 액셀-브레이크 페달로 전해지는 느낌까지 제어할 수 있는 매우 섬세한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갈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광고주들이 있으니까요. 미래에는 TV-신문에 나오는 광고보다 훨씬 많은 양이 컴퓨터게임을 통해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플레이스테이션2로 돌아가지요. PS2용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 ‘그랜즈 리스모2000’과 ‘드라이빙 이모션 타입 S’ 등은 데모화면이 마치 영화 같다는 느낌입니다. 드라이빙 이모션에서는 페라리와 포르쉐를 몰아볼 수 있다고 하는군요. 그랜즈 리스모 2000에서는 500대 이상의 차종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차종마다 치밀한 그래픽으로 디테일한 면까지 잘 묘사되어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자동차 판매도 이런 가상현실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차를 팔기 전에 마치 시승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PS2와 같은 게임기는 그런것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컴퓨터 네트워크의 발전은 이런 것들을 빠른 시간내에 가능하도록 만들어 줄것입니다. 자동차 시장도 이런 신기술을 간과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구요. PS2같은 작은 게임기를 시작으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자동차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줄지도 모르는 일이죠.

(조선일보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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