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09’가 4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간 진행된 지스타 중 참가 업체나 관람객 수 등에서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운 이번 행사에는 그만큼 이슈도 많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2’나 ‘테라’, ‘블레이드앤소울’등 신작을 직접 플레이 해볼 수 있거나 신규 영상이 공개되어 행사장을 찾은 게이머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개막식 당일인 26일, 각종 포털사이트의 검색순위를 점령한 건 일명 ‘지스타녀’로 통하는 코스튬플레이 사진 이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행사장에서 신작 ‘블레이드앤소울’을 홍보하기 위해 선보인 코스튬플레이가 과도한 노출이 논란이 됐기 때문인데요. 이 잠깐 동안의 코스튬플레이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 과도한 경쟁의 언론과 무분별한 퍼 나르기
신작 ‘블레이드앤소울’을 출품한 엔씨소프트는 관람객에게 해당 게임의 코스튬플레이를 선보이려 했고 전문 코스튬업체에 의뢰하여 ‘블레이드앤소울’의 캐릭터와 같은 복장의 코스튬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지스타 첫 날, 코스튬 모델 두 명이 등장하여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시간은 짧았습니다. 의상의 노출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엔씨소프트가 자체적으로 코스튬플레이 행사를 취소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 날은 지스타 개막 첫 날이기 때문에 많은 언론매체에서 지스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현장에 기자들도 많았습니다. 이 사건은 신속하게 보도됐고 재생산 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현장에 있지 않던 매체들도 앞다투어 이 보도를 받아쓰기 시작했습니다.
각 포털사이트에는 자극적인 제목들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지스타서 노출 모델 강제퇴장’, ‘파격 노출 코스튬 모델 퇴장’ 등 말 그대로 셀 수 없이 많은 기사가 등록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블로그나 까페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사이트에는 일명 ‘지스타녀’ 키워드가 점령해 나갔습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이슈잡기 경쟁이 진행되는 도중 오보까지 등장했습니다. 행사장에서 코스튬플레이를 하다가 퇴장한 모델이 코스튬 모델 ‘체샤(본명 하신아)’ 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사실은 코스튬 복장을 제작했을 뿐 직접 코스튬플레이를 하진 않았었습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체샤’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착용했던 모델의 신상정보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당사자의 사진과 실명 등이 공개되면서 개인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개인을 고려하지 않은 매체의 과도한 이슈잡기 경쟁과 무분별한 재생산이 이번에도 재현되다보니 일부에서는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 코스튬 업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 나와
이번 사건은 코스튬 업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그간 코스튬 업계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코스튬을 선언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지만 정작 대중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논란인데요.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한 네티즌은 “코스튬이 노출로 인해 언론에 공개되면 코스튬플레이에 대한 인식이 노출로 자리 잡혀 코스튬플레이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하기도 하고 반대쪽에서는 “코스튬 고유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또 논란 중에는 코스튬 업계의 내부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어 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체샤의 블로그에 밝힌 입장
◈ 게임과 지스타 홍보의 일등공신?
이 사건이 지스타 첫 날부터 이슈가 되자 지스타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27일 이후에 행사장을 찾은 대부분의 관람객은 이 내용을 알고 있었고 한 관람객은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 지스타가 궁굼해 오게 됐다”며 지스타에 오게 된 계기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블레이드앤소울’과 ‘지스타 2009’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블레이앤소울 모델’을 모를 리 없을 테니까요. 24만 명이라는 지스타 역대 최다 관람객을 달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엔씨소프트는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엔씨에서 일부터 그런 것 아니냐”라는 의심을 사기도 했을 정도죠. 이에 대해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전문 코스튬플레이어 초청 이벤트로 기획했으나 이 정도로 원작을 따를지는 몰랐다”며 “처음 공개 후 노출 수위가 높다고 판단돼 자체적으로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지스타 2009의 최대 이슈였던 사건은 이슈의 크기만큼 파장도 컸습니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기기도 했죠.
또 논란이 된 ‘블레이드앤소울’ 코스튬플레이어였던 O양과 P양의 개인정보나 사진들이 아직 떠돌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한 무차별적인 인신공격과 폭언을 개인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성숙한 매체와 인터넷 문화가 확립되어 이슈의 중심에 선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정인 기자 inis@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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