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모두 타고난 이야기 꾼이라는 점이다.
몇몇 이론가들이 말하길,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끊임없이 만들어 낸 이야기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별다른 변화를 겪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사람들의 이야기하는 방식은 수천 년간 점진적으로 발달해 오지 못하고, 어느 시긴가 갑자기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속도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론가들이 말하는 그 시기란 바로 현재다. 우리는 앞으로 디지털 문명에 의해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의 모습이 완전히 ‘변태’되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형식적인 변형은 우리가 접하고 있는 소설,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이야기가 개입되는 모든 창작품의 모습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벌어진 이 이야기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이야기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접하는 모든 매체의 얼굴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대개 일직선(linear) 전개 방식을 취해왔다. 일직선 전개 방식이란 이야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벤트들의 성격이나 순서가 작가에 의해 미리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그간, 작가들은 멜로 드라마, 서스펜스, 유머 등 자신이 창작한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나름대로의 창의적인 이야기 전달 방식을 개발해 왔지만, 이 일직선 전개 방식에서는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살인 미스터리 소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작가는 먼저 장면 1에서 전체 배경에 대한 정보를 뿌리고, 앞으로 누가 살해당할 것인지 그의 적들은 누구이고 왜 그가 죽임을 당하게 될는지 어렴풋이 한 복선을 깔아 준다.
장면 2에서는 희생자의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살인이 벌어진다. 이 부분에선 극도의 서스펜스와 공포가 조성되며, 범인이 누구인지는 미스터리로 남겨둔다.
장면 3에서 경찰의 수사 장면이 보여주고 몇 가지 흥미있는 단서를 제공해 이야기를 걔속 전개 시킨다. 이 작품의 마지막, 즉 범인의 체포까지, 단서 획득과 추적에 의한 내용 전개가 계속된다.
이 모든 일련의 이벤트들이 작가가 미리 설정해 놓은 구성에 의해 전개된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일직선 구성 이야기 방식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이야기 구성은 이런 일직선 구성과는 사뭇 다르다. 일직선 구성이 아닌(nonlinear), 인터렉티브(interactive)하다고 하는 이 새로운 이야기 형태는 어떤 것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인터렉티브, 즉 쌍방향 이야기는 바로 독자나 시청자에게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이야기와 완전히 차별화 되고 있다.
아까의 살인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작가는 독자들에게 직접 사건의 단서를 고를 수 있는, 혹은 찾아낼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된 단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다음 이벤트에서 독자가 다시 한번 이야기의 선택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미스터리를 풀릴 때까지, 혹은 완전히 실패할 때까지 독자 스스로의 전개 방식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이 쌍방향 이야기에서는 읽는 사람들에 따라 각각 다른 내용의, 수많은 종류의 다른 내용이 탄생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아는 게임에 더 가깝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정교한 문화 예술 행위다.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정말 훌륭하고 세련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문제는 앞서 언급된 훌륭하고 세련된 작가들, 즉 스필버그나 존 그리샴 같은 사람들이 이런 쌍방향 이야기 방식에 능히 적응할 수 있겠느냐 이다.
설명한 것처럼, 기존의 일직선 이야기와 쌍방향 이야기는 너무나도 다른 기술과 작가의 사고 작용을 필요로 한다. 스필버그는 아마 훌륭하고 감동적인 한가지 줄거리를 만들어 낼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줄거리를 이용해 수만 수천 가지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디지털 방식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데는 곤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쌍방향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기존의 이야기 꾼들과는 다른 종류의 재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식의 이야기 전달에 능한 사람은 사실 유명 영화 감독이나 소설가가 아닌, 게임 개발자들이다.
게임 개발자들은 디지털 세상 안에서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오랜 세월을 노력해 왔다. 이들이 개발한 줄거리는 많은 경우 작가가 정해놓은 순서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게임 안에 푹 빠진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내용을 자신이 만들어 낸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게임 만큼 미래의 디지털 이야기를 위한 좋은 공간은 없다. 앞으로 게임에서 발달된 쌍방향 이야기는 다른 매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역시 쌍방향 이야기에 무지한 사람은 결코 아니다. 그의 신작 “인공지능(A.I.)”은 최근 온라인 영화 홍보를 위해 이 쌍방향 이야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사람들이 온라인 기반의 거대한 살인 미스터리에 빠져들게 해 영화에 대한 흥미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전통적인 이야기 꾼의 노력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IT조선/korea.internet.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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