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너 어디야?”, “전화번호 대라”, “찾아갈 테니 기다려라” 등 상대방을 위협하는 말들인데요. 보통 게임상에 말싸움을 하다 격해지면 가장 끝에 나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말로는 안되겠다’ 라는 얘기죠.
그간 현피는 각종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고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에 제작된 ‘파라다이스 빌라’라는 스릴러 영화에는 현피가 소재로 등장하기도 할 정도로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만나 해결을 본다는 의미의 ‘현피’라는 단어는 ‘현실PK’의 줄임 말 입니다. 분쟁의 당사자들끼리 만나 싸움이나 합의를 본다는 것인데요. PK라는 용어에서 볼 수 있듯이 현피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온라인 게임 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피를 한다고 헤서 물리적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 단순한 위협의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이지요.
온라인게임 상에서 가장 쉽게 일어나는 분쟁이 아이템 관련 분쟁 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템의 현금가치가 어느 정도 인정 되는 MMORPG장르의 게임들을 중심으로 현피는 퍼져나갔습니다. 초기 MMORPG게임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현피의 개념은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장르를 가리지 않게 됐습니다. 분쟁의 소재가 다양해진 것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현피라는 단어를 어디서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한 게임 하고 배틀넷에서 채팅을 하던 중이라던가 FPS게임을 하던 중 말싸움이 시작됐을 때도 현피라는 단어를 볼 수 있습니다. 또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말싸움을 하다가 감정이 격해지면 여지없이 ‘IP 공개해’, ‘전화번호 대’라고 하면서 현피라는 단어가 등장하곤 합니다.
이렇게 온라인게임에 처음 등장했던 현피라는 개념은 온라인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분쟁이 격화됐을 때의 극단적인 대응방식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현피를 ‘온라인게임의 부작용’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이 아직은 남아있는 것도 사실 입니다.
현피라는 개념이 이렇게 확산된 데에는 인터넷의 익명성이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미 여러 번 사회 문제로 대두됐듯 온라인의 익명성을 이용한 욕설과 비매너 행동이 쉬워졌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당사자들은 “얼굴 보고 얘기하면 그렇게 못할 얘기를 얼굴 보이지 않는다고 막 한다”라면서 더욱 흥분하곤 합니다.
현피라는 개념의 시작은 온라인게임에서부터 입니다. 이런 개념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게이머 입장에서 본다면 안타까운 일일 것입니다. 앞으론 온라인게임에서부터 건전한 게임문화가 자리잡아 현피라는 단어가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래봅니다.
[이정인 기자 inis@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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