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만드는 입장을 떠나 똑같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입장에서 볼 때, 부주라는 요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다. 한 집안 식구라서 함께 캐릭터를 공유해 쓰는 경우나, 친한 친구에게 한번 해보라고 빌려주는 경우는 몰라도 생판 남인 사람에게 하루에 얼마 이상 레벨을 올리라는 가계약을 맺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주는 것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쉽게 자신의 캐릭터를 맡길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임 속에서 캐릭터란 자신의 분신이며 혹은 자식과 같다.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기쁨과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진정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자신의 캐릭터를 절대 남에게 대여해 주지 않는다. 단순히 캐릭터가 가진 능력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타인이 자신의 캐릭터를 사용하면서 무책임한 행동이나 말을 할 경우 공들여 키운 자신의 캐릭터에게 각종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주를 맡겼다가 자신의 캐릭터를 분실 당하거나 또는 가지고 있던 게임 내에서의 고가의 아이템과 돈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변 사람들로 사기꾼 캐릭터 혹은 게임 내 살인자 캐릭터로 찍혀 모멸과 멸시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부주를 맡고 맡기는 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대체 뭘까? 그것은 남보다 빨리 레벨 업을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레벨이 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들보다 더 강한 힘을 얻어서 타인들을 압도하겠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유저들이 최고 레벨이 되면 마치 무슨 특권이라도 가진 양 자신보다 힘이 약한 타인들에게 마구 횡포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횡포를 겪은 저 레벨의 유저들은 기필코 고 레벨이 되어 복수한다는 생각을 갖게되며, 기존의 고 레벨 유저들은 이러한 특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또 밤낮없이 레벨 올리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개 직장이나 학교 문제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다보니 다소의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부주를 두거나 혹은 현금으로 남들이 키워놓은 고 레벨의 캐릭터를 사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가상의 색다른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모험을 경험한다는 온라인게임 본연의 목적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인가. 현실의 경쟁과 일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어간 가상공간에서까지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어 치열한 레벨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잘못된 사고 방식은 어디에서 생긴 것인가? 가끔 보면 레벨만을 중시하는 게임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어째서 그것이 게임 탓이란 말인가? 원천적인 문제는 바로 개개인의 다양한 삶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최고만을 추구하고 무조건 일류 대학과 일류 직장만을 강조한 우리의 교육과 사회 탓이 아닌가.
과정은 상관없고 오직 결과만을 바라보게 교육된 사람들이니, 게임 속에서도 키우는 과정은 아무래도 상관없고(남이 키워준 것이든, 현금을 주고 산 캐릭터든) 오직 높은 레벨의 캐릭터를 얻었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닌가? 그로 인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가조차 즐길 줄 모르고 경쟁만을 일삼는 불쌍한 일 벌레가 되어버린 것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고부가가치의 미래 산업으로 추켜세우고 있으며, 프로게이머라는 신종 직업이 등장했고, 국산 게임이 해외로 진출하는 등 게임에 대한 관심과 위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하지만 정작 게임의 진정한 의미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게임을 산업으로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게임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매너, 게임을 게임으로서 즐길 줄 아는 그런 풍토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얼마 전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승부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여 온갖 해킹 프로그램과 치사한 반칙 그리고 욕설 등의 매너없는 태도로 인해 외국 유저들로부터 성토를 당한 적도 있지 않은가?
더 이상 고부가가치의 산업이라는 것에 눈이 어두워 외적인 부분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게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풍토 등이 바로 잡히고 게이머들의 수준이 올라갈 때, 게임이 미래의 새로운 레저문화로 거듭나고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저작권은 게임조선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무단으로 기사 내용 전제 및 다운로드 링크배포를 금지합니다.

몬길:스타다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