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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상만사] 아이템 ˝복사의 추억˝

 

RPG 장르에서 게임 유저들이 캐릭터 레벨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아이템입니다.

게임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최고의 아이템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로망이자 게임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게임 유저들은 최고 아이템을 얻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게임에 투자하며, 이를 얻기 위해서 자칫하면 계정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릴 수도 있는 버그악용(복사)도 불사합니다. 

지금도 활발히 복사 아이템이 유통되는 PC게임 ‘디아블로2’ 에서부터 최근에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콜오브카오스’까지 아이템복사의 광풍을 피해가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아이템 복사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 중 하나 입니다. 이는 게임 내 경제시스템을 붕괴시키며 밸런스를 망쳐놓습니다. 복사이전으로 데이터를 돌리지 않는 한 원상태로 정상화 시키는 작업은 게임을 다시 만드는 만큼이나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입니다.

이런 이유로 개발사는 아이템복사를 최대한 막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아이템 복사를 통한 이득이나 재미를 포기하지 못해 아이템 복사 방법 찾기에 혈안 입니다. 온라인 게임에 치명적이지만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아이템복사,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대대적으로 아이템 복사가 시작됐던 게임은 PC게임인 '디아블로2' 입니다.

2000년 출시된 ‘디아블로2’는 그야말로 아이템복사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이 다된 지금도 복사된 아이템이 돌고 도는 상황이니 이 정도면 아이템복사의 본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기 ‘조던링’에서 시작된 복사는 각종 ‘국’시리즈 아이템을 등장시켰고 최근엔 ‘하이룬’으로 옮겨가 복사 및 유통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수정예만이 복사기술을 알고있어 '디아블로2' 전세계 복사시장을 손에 쥐고 있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 입니다.


<조드룬, 조룬, 베르룬 등 하이룬 복사 성행>

서비스 초반 복사가 되기 전에는 유니크 반지 아이템인 ‘조던링’의 가치가 아주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이 대량 복사된 후 아이템거래 화폐로 전락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조던링 100개로 아이템 삽니다”라는 장사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죠. 결국엔 복사에 적응한 유저만이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한 게이머들은 게임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디아블로2'의 아이템복사는 그나마 PC게임이라는 특성 때문에 온라인게임처럼 게임 서비스의 존폐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온라인게임에서는 아이템 복사가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2007년 말경, 아직까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게이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망의탑’ 던전에 들어가 특정아이템(크리쳐 아티팩트)을 땅에 떨구고 다시 줍고를 반복하면 아이템이 무한대로 늘어난다는 경험담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이 방법으로 실제로 아이템 복사가 됐습니다. 이런 내용은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많은 유저가 실제로 이 방법을 이용해 아이템을 복사했습니다. 개발사는 곧이어 서버점검을 하면서 복사아이템 회수와 버그 사용자를 제재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미 수 개월 전부터 비슷한 버그가 있어서 일부 유저가 어마어마한 부당이득을 봤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당시 유저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습니다.


<아이템 복사 버그의 확산은 너무나 빠릅니다>

'던전앤파이터'의 웹경매장을 이용한 아이템복사도 한때 이루어졌습니다. 게임과 연동되던 웹경매장의 허점을 뚫고 복사가 이루어지자 결국 그 시스템은 사라지고 게임 내 경매장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잃은 게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개발사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던전앤파이터'의 경우에는 아이템복사라는 산을 잘 넘어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템 복사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는 그야말로 처참합니다.

지난 2002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릴온라인’이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게임 좀 해봤다는 게이머라면 기억이 뚜렷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 MMORPG장르의 게임 입니다. 이 게임의 시원한 타격감과 손맛은 지금도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입니다.

일명 ‘대박’의 수순을 밟고 있던 '릴온라인'이 한 순간 폭풍에 휩싸이게 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안정권에 진입하는 순간쯤이었으리라 기억 됩니다.

어느 날 게임에 접속해보니 상점 주변에서 수 많은 게이머들이 모여 값나가는 아이템을 바닥에 버리고 있었습니다. 뭔가에 분주한 주위 유저들에게 물어보니 ‘개인상점을 열었다가 취소하고 그 아이템을 상점에 팔면 개인상점에 올렸던 판매금액이 들어온다는 것’ 이었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일인당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아이템 복사가 이뤄졌습니다.

그 이후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연하리라 예상했던 서버롤백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식 서버에서 그 금액을 그대로 가진 채 서비스를 이어갔습니다. 복사파동 이후 게임 내 경제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유저 거래로만 얻을 수 있던 마법책의 경우 몇 천원 하던 것이 수십만, 수백만원으로 오르니 복사하지 않은 유저는 게임에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시간에 접속하지 않거나 복사하지 않았던 유저는 살아남기 힘들었고 게임의 분위기는 황폐해져만 갔습니다. 이후 개발사는 '릴:파트2'로 새로 태어나려는 시도까지 했지만 초반의 화려한 인기를 다시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템복사문제는 최근에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6일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콜오브카오스’는 서비스 한 달이 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복사파동을 겪었습니다. 본서버와 테스트서버에서 버그로 인한 아이템 복사가 되다 보니 초기 긍정적인 이슈를 만들던 오픈베타는 점점 부정적인 이슈를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아이템 복사가 막혔지만 유저들 사이에서는 "자고 나면 시세가 반 토막이니 무조건 소비하고 없애라"라는 분위기입니다. 유저와 게임 사이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드랍률이 높은 테스트서버에 유저들이 몰려있는 상황이며 6개의 라이브 서버는 원활한 서버상태에 유저수가 급감한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임 내 중요한 요소인 주문서가 대량 복사됐습니다>

'콜오브카오스'는 아직 상용화도 시작하지 않은 시점이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섣불리 예측하기엔 무리입니다. 많은 게이머들과 업계에서는 부디 원만하게 폭풍을 이겨내고 성공적인 사례로 남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아이템복사는 특히 온라인게임 서비스에 치명적 입니다. 아이템이 복사되는 오류를 만들지 않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함은 당연하겠지만 고의적으로 아이템을 복사하는 행위는 명백한 금지 행위 입니다.

내가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게임을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면, 게임이 발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다수의 유저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임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래봅니다.

 

[이정인 기자 inis@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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