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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상만사] 아이템 비싸게 사실 “사장님 모십니다”

 

‘사장님팟’ 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게임에서는 “아이템 비싸게 사실 사장님 모십니다”, “주머니 빵빵한 쇼퍼 구합니다”, “낙스 손님 받습니다” 등의 구인광고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듯 게임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 행태도 나라마다 특징이 있습니다. 전 세계 1천만 명 이상의 유료 사용자를 확보하고 한 달에 1천억 이상을 벌어들이는 히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서도 한국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장님을 찾는 파티 구인 광고]

와우 유저들에게 잘 알려진 ‘사장님팟’(쇼퍼)은 일명 ‘골팟(골드팟)’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는 게임 플레이 방식으로 와우의 아이템 귀속 시스템 때문에 탄생하게 됐습니다.

와우는 대부분의 ‘쓸만한’ 아이템을 ‘획득 시 귀속’이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즉, 줍는 순간 그 캐릭터에 귀속되어 다른 유저와 거래할 수 없다는 의미 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쓸만한’아이템을 얻으려면 짧게는 30분부터 수시간에 이르는 ‘파티사냥’이 필요합니다. 간단하게 말해 ‘실력 안되고 노력 없이는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런 아이템 시스템은 그간 한국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게임들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게임 내/외적으로 다양한 경제활동을 해서 돈을 모아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던 방식에 익숙해있던 많은 수의 게이머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아이템을 얻고 싶으나 장비나 컨트롤이 부족한 유저는 갖고 싶은 아이템을 얻기 어려워진 겁니다. 이런 유저들을 중심으로 생겨난 방식이 전세계 유일무이 ‘사장님팟’ 입니다.

간단하게 사장님(쇼퍼) 역할의 유저는 돈만 준비하면 됩니다. 가령 10명이 공략 가능한 던전에 사장님 두분이 가신다면 일반 유저가 8명이 가게 되는데 이 8명의 유저가 던전을 공략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공략 도중 떨어지는 아이템을 사장님 유저가 골드를 지불하고 획득하면 이 골드를 모아 8명의 유저가 분배해 갖는 방식 입니다.

이 방식은 공략을 진행하는 유저는 골드를 벌어서 좋고 사장님은 갖고 싶은 아이템을 얻어서 좋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으로 보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방식의 파티가 성행했던 것은 아닙니다. 와우의 서비스 초기에는 모두 같이 사냥을 떠나 동등한 조건에서 주사위를 굴리면서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던전의 전체적인 난이도도 높지 않았고 유저간 장비나 컨트롤의 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던 시절 입니다.

그러다가 나타난 것이 일명 ‘골팟(골드팟)’이라고 불리는 ‘입찰 형식’의 아이템 분배 파티 입니다. 같이 사냥을 하다가 나온 아이템을 파티원 중 필요한 유저끼리 입찰해서 높은 금액을 제시한 유저가 아이템을 획득하고 그 골드를 분배해 가지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장님팟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죠.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간 장비와 컨트롤 차이가 커지면서 어느 정도 ‘공평한’사냥은 어려워지게 됩니다. 낮은 장비의 유저는 고급 던전에 가는 파티에 들어가기 어려워진 겁니다. 아이템은 얻고 싶고, 파티에 들어가기는 힘들고, 이런 고민 끝에 나온 방식이 ‘골팟’의 한 종류인 ‘사장님팟’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사장님팟’처럼 골드를 뿌리지 않고도 장비를 구할 수 있는 길은 있습니다. 와우의 던전은 각각의 난이도가 있고 그 난이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급’이 다릅니다. 낮은 난이도의 던전부터 돌면서 아이템의 ‘급’을 차근차근 올린다면 자연스럽게 좋은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낮은 등급의 던전을 가려는 유저가 적어 파티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차근차근 올라가기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와우는 2005년 11월에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만 4년이 돼가죠. 게임계의 장년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서비스 기간이 오래된 게임의 유저 분포는 고레벨이나 고수 유저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와우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의 던전 파티는 구성하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골드만 있으면 해결되는 ‘사장님팟’의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웠나 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유형의 게임방식을 ‘저급하다’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지 못하고 아이템에만 목적을 두어 게임 본질의 컨텐츠를 외면한다는 주장입니다. 더불어 이런 주장에는 현금거래 문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반론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반론에는 게임을 즐기는 방식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또 현 상황에 대해 이유가 있기 때문에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간혹 유저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되면서도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는 골팟은 전 세계 어디를 봐도 한국처럼 극단적으로 형성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런 현상을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한국만의 개성 있는 게임문화 중 하나라고 봐야 할지 현금거래가 쉬운 인프라에서 탄생한 변종 시스템이라고 봐야 할지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와우의 ‘골팟’, ‘사장님팟’, ‘손님’, ‘쇼퍼’ 이런 현상들은 유저간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시스템이니만큼 ‘와우만의 재미있는 시스템’으로 이해한다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정인 기자 inis@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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