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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대중문화로 서려면..

 


지난 5월13일, 미국 LA컨벤션 센터에서는 Erectronic Entertainment Expo 99(E3 99)가 개막되다. 3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이번 엑스포는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행사이겠지만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차마 가보지 못한 게임 유저에게 행사 티셔츠를 기념선물로 갔다만 주어도 무척 흐믓한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권위와 오락성을 동시에 지닌 세계적인 게임 축제다.

행사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미국의 메이저 제작사와 유통사가 모여있는 SOUTH HALL과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등 게임기용 게임제작사가 중심이 된 WEST HALL을 축으로 총 5개의 행사장으로 나뉘어져 개최되었다. 아마도 디즈니랜드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모두 돌아보는데도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지 않나 생각된다. 그래서 그럴까? 디즈니랜드보다 입장료가 비쌌다. 디즈니랜드의 경우 3일 자유이용권이 70여 달러인데 비해 E3 99의 입장료는 100달러다. 정말 놀랍다. 주최측에서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고 싶은 의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될 정도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18세 미만은 출입할 수가 없다. 국내의 게임관련 행사가 18세 미만의 게임 유저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사치스런 입장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엔 많은 일반 입장객으로 붐볐다. 캐나다에서 용돈을 모아 LA까지 날아온 컴퓨터 공학도 에서부터 손자와 함께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게 유일한 낙이라는 노신사까지 다양한 성인남녀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동심의 눈빛으로 싱글벙글하며 각 부스에 차려진 게임들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또한 PC게임부터 조그마한 게임보이까지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평소 자신들의 관심과 취향에 맞춰 즐기고 있었다. 이들에게 있어 게임은 특정한 저 연령층이 즐기는 복잡한 기계장치와 소프트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여유 있는 시간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여가활동중 하나인 것이다.

게임이 바로 영화, 음악과 같이 전 세대에 걸쳐 있는 대중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전사가 되어 밤새도록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수업시간, 근무시간에 비몽사몽하는 우리의 젊은 게임 유저와 게임을 직접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무조건적으로 저급하고 사회에 유해하다고 맹신하는 우리의 기성세대, 그리고 첨단산업이라는 기치아래 달려드는 문화의 야만인들이 있다. 그들의 눈에 우리의 게임 현실이 어떻게 비춰질까?





원래 게임(놀이)은 말 그대로 유희를 향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다. 그러한 욕구에 어떠한 진념과 편협성 없이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문득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의 프로듀서, 빌 로퍼의 말이 생각난다. 몇 개월 전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블리자드 본사를 직접 방문하여 그와 인터뷰를 하며 마주 한 적이 있었는데 블리자드의 독특한 성공전략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을 했다.

“글쎄요. 성공전략 같은 건 없습니다. 단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너무 좋아했고, 우리가 스스로 즐길만한 게임을 한번 만들어 보는 것 뿐이죠!”
스타크래프트를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책임 프로듀서 답변치곤 너무나 빈곤한 내용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을 너무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들이 즐길 만한 게임을 만들어 본다는 순수한 동기야말로 그렇게 위대한 게임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RPG가 유행하면 우르르르 달겨 들고, 전략 시뮬레이션이 히트 치면 정신없이 같은 장르만을 출시하는 우리의 게임 개발 전략은 어떻게 보면 그 순수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나 게임을 제작하는 기업이나 이를 지원하는 정부나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은 게임을 치열하게 대하지 말고 좀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자세로 한 발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게임이 끝까지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자라날 수 있는 영역으로 자라나서 어엿한 대중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투니버스 게임플러스 담당 PD 황형준 blueyes@tooniv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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